지난 2일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린 '제39회 RI KOREA 재활대회'에서는 '장애등급제 논란, 해법은 없는가'라는 주제로 학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재활대회 모습.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올해 장애계 뜨거운 이슈는 ‘장애등급재심사’다. 등급재심사를 받고 등급이 하락돼 기존 받고 있던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장애인계는 반발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부 장애인단체들은 원론적인 문제로 돌아가 ‘장애등급제를 폐지하자’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애인에게 등급을 매겨 사회적 낙인을 찍고 있는 장본인이 바로 ‘장애등급제’라는 주장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학계 및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어떨까. 등급제에 대한 장애계 움직임은 어떻게 흘러가야 하는 것일까. 지난 2일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린 '제39회 RI KOREA 재활대회'에서는 학계 및 전문가들이 참석해 '장애등급제 논란, 해법은 없는가'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등급제 폐지, 현실적으로 어려워”=삼육대학교 정종화(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장애등급제는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면서 “그리고 장애등급과 서비스 욕구 충족이 비례하는 전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 교수는 등급제 폐지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선 “등급제를 폐지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은 현 시점에선 어려운 문제”라며 “그것은 당장 정부도 할 수 없고, 학자들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 교수는 “(등급제 같은) 사회적인 기준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기준을 적용하는 등급제에 많은 문제점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현행 등급제를 수정하고 보완하는 방법으로 가야 한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등급제 개선 방향으로 ▲장애등급 기본 유지 틀 내 각 제도에서 필요한 장애인 인정항목 별도 개설 ▲기능장애위주의 기존 장애판정 기준에 사회참여장애 포함하는 판정 툴 추가(2차 판정제도) ▲발달장애인의 서비스판정도구: 사회참여 및 활동제약의 ICF(사회참여 및 활동제약)툴 고려한 판정항목 추가 등을 제시했다.

"등급제 폐지, 바로 가능할수도"=정 교수의 의견에 대해 가톨릭대학교 김윤태(재활의학과) 교수는 "등급제 폐지는 바로 이뤄져야 하며, 그 대안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응수하고 나섰다.

김 교수는 "장애를 평가하고 판정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등급제는 다른 부분"이라며 "장애등급을 기준해 현행 30여개 법령이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현행 등급판정기준에는 객관성이나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신체나 능력장애는 엄연히 다름에도 기준에는 혼재돼 있으며, 또한 장애등급과 서비스문제가 의료적 기준에만 국한돼 있어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정부도 (전면 개정 대안을 위해) 용역을 주고 (복지인프라 개편사업을) 진행했던 것이라 생각한다"며 "복지서비스 전달에 초점을 두고, 장애인의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등급제의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론 폐지, 일단 보완부터"=중부대학교 이경준(노인복지학과) 교수도 "장애인등급제는 궁극적으로 봤을 때 폐지돼야 한다"며 "지금 당장 이에 대한 노력이 시작된다면 폐지로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사렛대학교 조성열(인간재활학과) 교수는 "장애인 인권이나 통합 등의 상위 관점에서 봤을 때 등급제 보완은 필수"라며 "정부와 장애계가 계획을 세우고 의견을 나눠, 둘의 합의점을 어떻게 찾을지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조 교수는 "나아가 결론적으론 장애등록제도와 등급제도를 없애, 미국과 같은 다양한 판정기준으로 서비스를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폐지‥지역사회 내 서비스로 설계돼야"=한국장애인재활협회 이리나(국제협력실) 실장은 "국가적 서비스전달에서 서비스 전달자와 수행자의 지역적 주재에 대한 지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장애인 개개인의 상황에 대한 종합적 이해와 개인의 욕구에 기반한 서비스 설계에서 필수적인 것은 해당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지속적인 접촉으로 서비스의 질에 대한 평가가 가능한 체계와 국고 이외에 지역적으로 가능한 자원을 동원해 서비스 설계를 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실장은 "근본적으로 우리는 '과연 서비스전달을 하는데 등급제가 결정적 역할을 하느냐'란 질문을 생각하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예산 문제"=한편 토론과 관련된 질의응답에 참가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장애등급제는 장애인에게 차별의 낙인을 찍는다는 점에서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며 "결국 등급제는 인권의 문제며, 예산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대표는 "복지예산의 혁명적인 확대 편성이 없다면 어떤 대안을 도입하더라도 현재 장애인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좌장을 맡은 대구대학교 나운환(직업재활학과)교수는 "예산확보를 받으려면 정책의 질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될 것"이라며 "150억 가량의 내년도 등급재심사 예산은 장애인판정체계를 어떻게 바꿀지 생각하는데 쓰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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