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성폭력상담소와 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장애인상담소 권역은 18일 오전 여성가족부 앞에서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의 수사·판결 및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의 근본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에이블뉴스

"비록 지적장애가 있지만 제 딸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어떤 것과 바꿀 수 없는 제 생명과도 같습니다. 이런 제 딸을 성적 노리개로 삼다가 헌신짝처럼 버린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제 딸을 성폭력 한 가해자를 직접 처벌하고 싶습니다. 일평생 지적장애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이 땅의 많은 지적장애 여성이 성폭력 범죄에 이용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십시오."

전국성폭력상담소·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와 장애인성폭력상담소·보호시설 등이 18일 오전 여성가족부 앞에서 개최한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의 수사·판결 및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의 근본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성폭력 피해자의 어머니 김모 씨는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 씨는 "지인의 소개로 지적장애 3급인 제 딸과 가해자는 결혼 전까지 성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교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가해자는 '싫다, 하지 말라'며 저항하는 제 딸을 모텔, 승용차 안 등에서 강제로 성폭력을 행사했다"며 "가해자는 '엄마에게 말하면 너 죽고 나 죽는다'고 협박하며 몇 달간 제 딸을 성적 노리개로 이용한 뒤, 결국 '지적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딸에게 이별 통보를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김 씨는 "제 딸이 받은 고통과 상처를 법에 호소했지만, 가해자는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을 뿐"이라며 "정말 법의 정의가 존재하는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성폭력 피해로 무참히 짓밟힌 제 딸의 상처는 가해자 처벌로만 해결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협의회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는 연일 발생하는 아동·청소년 성폭력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강력한 가해자 처벌수단을 내놓고 있지만, 지적장애 아동·청소년 성폭력 사건은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와 사회의 구조적 무관심 때문에 피해자들은 계속 양산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심각한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하루 속히 마련하라"고 전했다.

장애여성공감의 배복주 대표는 "지적장애 여성 대부분이 쉽게 피해를 당하는 이유는 가해자들이 지적장애인은 쉽게 만질 수 있는, 약한 존재로 파악하고, 나보다 약한 사람의 몸은 통제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며 "지적장애인에 대한 사회 인식 개선은 물론, 지적장애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이 높아져야 법적 등의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지적장애인 성폭력 예방대책과 피해자 지원체계의 구체적 마련 ▲수사기관 및 재판부의 지적장애 성폭력 사건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 ▲여성장애인에 대한 폭력과 차별 방지를 위한 사회 인식 개선 대책 마련 등을 요구 조항으로 내세웠다.

청주교구 천주교회 여성장애인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의 송은주 수녀는 "장애아이들이 다시 사회로 나갔을 때 다신 폭력을 당하지 않는 환경이 마련돼야 하지만, 아이들은 재폭력으로 인해 다시 시설로 들어온다"며 사회 구조를 지적했다. 이어 송 수녀는 "성폭력을 당한 장애인 피해자를 위한 전문 쉼터가 필요하며, 장애여성 성폭력보호시설의 확대 조성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협의회측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여성가족부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고,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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