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계단에서 장애인이 휠체어와 함께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지 두달이 되어 가지만 여전히 가드레일 등의 안전장치 마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종태

에이블뉴스는 광화문광장 장애인 편의시설 불편사항에 대해 여러 차례 보도한 바 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건축팀 담당자와 동행 취재를 하면서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의 관할 법률 위반사항을 지적하고, 장애인 편의시설의 개선 사항을 제시하기 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광화문광장은 장애인에게 위험하고 불편한 곳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09년 7월 27일 장애인들과 함께 광화문광장의 화장실, 엘리베이터를 점검하고, 특히 지하 해치마당에서 지상광장으로 연결되는 경사로 등이 장애인 이용에 불편이 없는지 살펴봤다. 당시 수많은 장애인들이 오 시장 옆에 있었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현재 광화문광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광장에서 지하1층 해치마당으로 내려가는 경사로 옆쪽으로 설치된 계단이다. 해치마당으로 내려가는 통로 옆에는 커다란 전광판 TV가 설치됐고, 건너편에는 계단이 설치됐는데 시민들이 계단에 앉아 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그쪽 계단에는 점자 블록이 설치되지 않았고, 난간도 없어서 추락의 위험이 있다고 에이블뉴스가 보도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개선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6월 8일 오후 12시 20분경,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이 계단에서 떨어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 여전히 장애인 추락사고가 일어난 지점에는 가드레일 등의 추락 방지 시설이 갖춰지지 않고 있다. 사고 이후 계단이 시작되는 부분에 노란색 점자블록만이 설치됐을 뿐이다.

전광판 건너편 벽에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해치마당을 안내하는 촉지도를 설치했지만, 촉지도 밑에는 점자블록이 없다. 시각장애인들이 촉지도 위치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다. 해치마당에는 소형 점형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는데, 이는 법규에서 정한 것과 규격이 다르다. 우레탄 리벳식 제품을 설치한 것인데, 리벳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해 흉물이 되고 있기도 하다. 다시 설치를 해야 하는 상황으로 시민들의 혈세가 낭비될 수밖에 없다.

장애인화장실 입구에는 점자유도블록을 마구 잡이로 설치해 휠체어 장애인 등의 보행을 방해하고 있는데, 모든 사람이 편하려면 비장애인 화장실 입구에 점자블록을 설치해야한다. 시각장애인은 일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장애인용 화장실로 유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여성 장애인화장실의 경우, 용변기 옆에 손잡이 하나만 설치한 것이 지적을 받자 손잡이는 제대로 양쪽으로 설치했는데, 세면대의 경우 여전히 손잡이가 없어 목발 등의 보장구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은 불편한 실정이다.

용변기에 등받이를 설치하지 않은 것은 남녀 장애인화장실 공통적으로 지적을 받은 사항인데,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남자 화장실 소변기는 손잡이는 설치했지만, 변기가 높아 저신장장애인이나 휠체어장애인이 이용하기 불편한 실정이다.

해치마당 앞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들이 안전하게 다니도록 설치해야하는데, 해치마당 가게에서 나오는 사람들과 부딪히도록 설치돼 있는 실정이다. 경사로 입구에도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어 휠체어장애인들과의 충돌도 우려된다.

이렇듯 광화문광장의 편의시설은 아직 개선해야할 사항이 많지만 서울시는 실제 개선에는 나서지 않고,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 인증제 1등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홍보에만 치중하고 있다. 광화문광장은 설계시 받는 예비인증 1등급을 받았는데, 실제 편의시설 수준이 열악한 것으로 밝혀지자 장애인단체들이 반발하고 언론 보도가 쏟아져 나오면서 본인증은 아직 못 받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녹색인증팀은 설계 중간단계부터 예비인증을 줬다고 하지만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의 관할 법률조차 지키지 않은 곳에 어떻게 예비인증 1등급이 부여될 수 있었는지 장애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휠체어를 타고 장애인들과 함께 광화문광장을 점검했던 일이 쇼가 아니었다는 점을 입증하려면 실제 광화문광장 편의시설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개선공사를 시급히 진행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광판 건너편에는 해치마당을 소개하는 시각장애인 촉지도가 설치됐지만, 촉지도까지 시각장애인을 인도하는 점자블록은 설치되지 않았다. ⓒ박종태

여자 장애인화장실의 경우, 손잡이 제대로 설치됐지만 세면대에는 여전히 손잡이가 없다. ⓒ박종태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에는 손잡이가 제대로 설치됐지만 소변기가 바닥까지 내려오는 제품이 아니어서 일부 장애인들은 이용하기 어렵다. ⓒ박종태

리벳식 점자블록은 법규에서 규정하고 있는 방식이 아니다. 리벳이 하나씩 빠져버리면 흉물스럽게 변하고 만다. ⓒ박종태

해치마당 가게 앞의 경사로가 가파르다는 지적이 일자 개선을 했지만 점자블록은 아직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 ⓒ박종태

세종문화회관 횡단보도 앞에는 점자블록을 설치했으나 광화문광장쪽 횡단보도 시작 부분에는 여전히 점자블록이 없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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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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