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열차를 개조한 무궁화호 열차, 이 열차는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예약시 RDC라고 표기된다. ⓒ정현석

서울역을 오후 11시에 출발한 열차는 이튿날 새벽 2시 50분,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부산시 진구에 위치한 부전역까지 운행하는 개조 무궁화호(RDC)가 출발하는 시간은 10분 뒤인 3시, 승강장을 바꿔 열차를 타야 하기에 서둘러야 했다.

개조 무궁화호 열차는 지난 4월 25일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열차 내 장애인 편의시설을 확인하기 위해 열차에 오르는 과정에서 추락 사고를 겪었던 것과 동일한 객차로 운영하고 있다. 과연 휠체어를 이용에 무사히 열차에 오른다면 목적지까지의 열차 이용에는 불편함이 없는 것일까?

승무원의 안내를 받아 휠체어석이 마련된 1호차에 들어서니, 장애인석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기존의 열차가 일반 승객과 휠체어석을 한 객실에서 운영했다면, 개조 무궁화호 열차는 객실과 별도로 장애인 칸을 따로 마련해 놓았다. KTX동반석과 같은 방식으로 의자 4개를 붙여 놓은 뒤, 맞은편에 또 다른 공간을 마련해 전동휠체어 이용자들이 앉아서 갈 수 있도록 했다.

장애인 객실에 마련된 의자도 일반 객실의 의자와는 다른 구성이다. 새마을호와 동일한 좌석을 비치해 놓아, 팔걸이에 마련된 덮개를 열면 작은 크기의 탁자를 펼칠 수 있어 휴대전화 통화 중 간단한 메모를 하거나 간단한 식사가 가능할 수 있도록 했다. 객실의 출입문이 스위치형 자동문이라는 것도 비교적 높은 점수를 줄만 했다.

객차 내 장애인 화장실 없어…동행인 없다면 편의시설도 접근 불가

그러나 객차 내 편의시설에 대해 만족하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열차 중 장애인 편의시설이 가장 취약했던 통근열차를 개조한 터라, 곳곳에 불편한 점들이 보였던 것이다.

일단 열차에 올랐다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화장실 이용을 할 수 없다. 객차 내 장애인 화장실 자체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일반 승객과 같이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화장실 내부는 비장애인 승객 2명이 나란히 서기 힘들었고, 변기에 앉아서 화장실 문을 잠글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휠체어 장애인석은 있으나 그들을 위한 화장실은 없는 것이다.

이번에는 음료수를 구입하기 위해 카페객차가 있는 2호차로 가보았다. 일반실은 휠체어 이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비장애인도 이용이 힘든 수동문을 통과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이용 자체가 어렵다.

개조 무궁화호의 카페객차에는 직원이 없다. 그렇다면 이곳에 설치된 자판기에서 스스로 필요한 물품을 골라 구입해야 하는데 동전 투입구가 너무 높게 설치되어 있다. 판매하는 물품의 종류가 많으니 그만큼 부피가 늘어나 전체적인 크기가 일반 자판기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도 다른 승객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수밖에, 음료수 하나를 구입하기 위해 온갖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지난 2007년 가을, 객차 내에서 판매사원을 통한 이동판매가 중지되고 카페객차로의 개조가 시작되었을 때, “이 열차에는 판매사원이 없으니 역 내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라”는 방송이 나왔었다. 그렇다면 개조 무궁화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에게는 이런 방송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 열차는 통근열차를 개조한 열차로 장애인 화장실이 없습니다. 이 열차를 이용하실 장애인 고객들께서는 역 내에 설치된 화장실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이다.

개조 무궁화호의 장애인 좌석, 다른 열차와는 다르게 별도로 객실이 분리되어 있다. ⓒ정현석

장애인 좌석의 바로 옆에는 이렇게 전동휠체어석이 마련되어 있다. ⓒ정현석

화장실 내부는 비장애인이 이용하기에도 좁다. 이 열차를 이용하는 휠체어 승객은, 반드시 역 내에 위치한 화장실을 이용할 것을 권유한다. ⓒ정현석

개조 무궁화호의 카페객차 내에 있는 자판기, 휠체어 장애인이 혼자 간다면 다른 승객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정현석

*이 글은 현재 경기도 광명시에서 살고 있는 독자인 정현석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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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칼럼니스트 집에서만 살다가 43년 만에 독립된 공간을 얻었다. 새콤달콤한 이야기보다 자취방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겪었던 갈등들과 그것들이 해결되는 과정이 주로 담으려 한다. 따지고 보면 자취를 결심하기 전까지 나는 두려웠고, 가족들은 걱정이었으며, 독립 후에도 그러한 걱정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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