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뇌병변장애인 두 번 죽이는 장애판정제도 개선을 위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당사자 발언을 하고 있는 정승배(왼쪽)씨와 배덕민(오른쪽) 씨의 모습. ⓒ에이블뉴스

"1급 장애인을 안 만들려는 정부, 줬다가 도로 뺏는 정부, 그곳이 대한민국이다. 차라리 다시 태어난다면 남의 도움 없이도 마음대로 오줌 싸는 것을 할 수 있는 개로 태어나는 게 낫겠다."

10일 오후 2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회장 유흥주)가 개최한 '뇌병변장애인 두 번 죽이는 장애판정제도 개선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뇌병변장애 1급인 배덕민 활동가는 “이 사회는 해마다 장애인 관련 제도를 자기들 맘대로 바꾸고 또 바꾸고 있다”며 “지역사회에 한 일원이 되고 싶어서 시설에서 나왔지만 언제 바뀔지 모르는 제도 때문에 평생 불안한 삶을 보내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배 씨를 비롯해 뇌병변장애인들이 이날 기자회견을 연 것은 바로 보건복지부가 올해 1월부터 새롭게 적용하고 있는 장애판정제도 때문이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는 새로운 장애판정제도에 대해 기자회견문을 통해 "뇌병변장애인은 새로운 장애판정표인 수정바델지수 점수를 100점 기준에서 25점 이하로 받아야만 1급 장애판정을 받는다"며 "언어장애나 마비에 경중과 상관없이 식사와 용변처리가 가능한 장애인은 1급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체는 "뇌성마비, 뇌졸중, 뇌손상 등 각각의 장애특성이 있는 뇌병변장애를 보행 및 일상생활 동작에 따른 일관된 바델지수로 판단하는 것은 연령과 재활치료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차이를 간과한 오류"라며 "이는 활동보조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사회복지서비스 대상을 축소하고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회 통합을 저지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장애등급심사규정(복지부장관 고시)에 따르면 뇌병변 장애인의 등급 판정을 위해선 상하지 근력등급, 근경직등급, 수정바델지수 점수 등이 확인된 장애진단서와 영상의학검사(CT, MRI), 진료기록지 등이 필요하다.

이중 수정바델지수는 보행상 기능장애를 평가하는 것으로, 개인위생, 목욕, 식사, 용변, 계단오르내리기, 착·탈의, 대변조절, 소변조절, 이동, 보행, 휠체어이동 등 총 11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즉, 일상생활동작의 수행능력을 기초로 전체 장애기능 정도를 판정하는 지수다. 뇌병변 장애인은 11개 평가 항목 중에서 24점 이하(105점 만점)를 받아야 장애 1급으로 판정 받게 된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임수철 팀장은 “최중증장애인이라도 오줌싸는 느낌이 있다면 바델지수 점수가 50점을 넘어 3급으로 판정된다”며 “혼수상태에 빠지지 않는 이상 뇌병변장애인은 1급 판정을 받을 수 없다. 이 어처구니없는 모순을 타파하기 위해선 우리의 힘과 역량을 하나로 모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는 “가짜 장애인들 잡겠다고 장애등급 심사한다고 말하지 말고, 차라리 돈 없어서 이젠 장애인 책임질 수 없으니까 떨어져 나가라고 말하는 게 더 솔직하지 않느냐”며 “엉뚱한 잣대를 갖고 와서 네가 중증이니, 내가 중증이니 장애인 사이를 이간질 시키는 복지부가 진짜 가짜다”고 비판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보건복지부 측에 전재희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가 10일 오후 2시 보건복지부 청사앞에서 뇌병변장애인 두 번 죽이는 장애판정제도 개선을 위한기자회견을 열고 뇌병변장애인의 장애판정제도에 대해 규탄했다. ⓒ에이블뉴스

10일 오후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열린 뇌병변장애인 두 번 죽이는 장애판정제도 개선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연대 발언을 하고 있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임수철 팀장.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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