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가동시간 안내문. 밤 11시 이후로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다. ⓒ정현석

지난 2004년 고속철도 개통에 맞추어 깔끔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부산역! 그러나 서울역에서 휠체어를 타고 열차를 이용해 부산으로 내려가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저녁 11시가 되기 전까지 역 광장을 빠져나와야 한다. 부산에서 서울행 막차가 떠나는 시간인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부산역 대합실 내에 있는 모든 엘리베이터가 가동을 멈추기 때문이다.

이 시간 동안 부산역에서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역 대합실 중앙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몸이 불편한 이들의 경우, 열차가 도착하기 전에 별도의 요청을 해야만 직원의 도움을 받아 부산역 주차장 쪽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역사를 빠져나올 수 있다.

코레일이 이처럼 심야시간에 부산역 내부를 통제한 것은 지난 2007년부터다 당시 노숙인들의 역에 들어와 구걸 소란 등으로 역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불편함을 호소하자, 그 일환으로 이 시간대에 역사 대부분을 통제하기로 한 것이다.

심야 시간대에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의 안전과 역 내 시설물 보호를 위해 건물을 통제하는 부분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나, 문제는 맞이방이 통제되는 오후 11시 이후에 부산역에 도착하는 열차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11시 이전에 부산역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평일 기준으로 저녁 7시 30분 KTX나 오후 5시 5분에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타야 하며, 이 시간 이후 부산으로 향하는 열차에 탈 경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4월 1일 기준으로 저녁 7시 30분 이후의 부산행 열차는 평일에는 6편, 주말에는 총 9편이다. 단 토요일은 8편.

현재 서울, 대전, 동대구, 부산역 중, 상 하행 열차의 출발과 도착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역내 시설을 패쇄하는 역은 부산역이 유일하다. 대전역의 역 시설 패쇄 시간은 새벽 2시 30분, 서울역은 새벽 1시이며, 동대구역은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부산역만 대합실의 엘리베이터 운영 시간을 체크해야 하는 것이다.

심야시간대에는 엘리베이터를 통제한다는 안내문. 휠체어 장애인은 어떡해야 하나. ⓒ정현석

엘리베이터 이용이 통제되는 심야 시간대의 유일한 통로는 계단 뿐이다. ⓒ정현석

*이 글은 현재 경기도 광명시에서 살고 있는 독자인 정현석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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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칼럼니스트 집에서만 살다가 43년 만에 독립된 공간을 얻었다. 새콤달콤한 이야기보다 자취방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겪었던 갈등들과 그것들이 해결되는 과정이 주로 담으려 한다. 따지고 보면 자취를 결심하기 전까지 나는 두려웠고, 가족들은 걱정이었으며, 독립 후에도 그러한 걱정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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