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산천 열차가 도착하고 있는 모습. ⓒ정현석

지난 3월 2일 공식운행을 시작한 KTX 산천 열차는 기존 KTX에 비해 여러 가지가 개선된 열차로 꼽힌다. 기존 KTX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역방향 좌석이 사라졌고, 좌석의 넓이 역시 확대돼 좀 더 편안한 여행이 가능해졌다. 새로 출시된 열차를 타보려는 승객들의 수요까지 겹치면서 주말에는 다른 열차보다 먼저 매진되고 있다고 한다.

나들이객들로 붐비던 주말 저녁 부산에서 동대구로 향하는KTX 산천 열차에 올랐다. 얼마 전 에이블뉴스를 통해 ‘KTX 산천 위험한 경사로’ 기사를 보았는데, 휠체어를 탄 승객들이 경사로만 통과하면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는지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열차에 대한 궁금증이 실망감으로 바뀌는 데에는 불과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전동 휠체어는 물론이고 수동 휠체어조차 들어가기 힘든, 한마디로 접근부터가 차단된 열차였기 때문이다.

이 열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동휠체어조차 통과하기 힘들 만큼 통로가 좁다는 데 있다. 화장실의 구조 자체가 동그란 모양을 하고 있다 보니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을 잠식해 버린 것.

부피와 무게가 상당한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의 경우, 휠체어에 앉은 채로 객실에 접근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기존 고속열차와 다르게 여닫이 형식으로 되어 있던 객실 문을 휠체어에 앉아서도 이용 가능한 터치형으로 변경하고, 만일에 대비해 화장실 안에 비상 열림 장치를 설치해 둔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제대로 된 접근이 가능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거듭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KTX 산천 열차는 버튼식으로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휠체어에 않아서도 열 수 있을만큼 낮게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사진 속 스위치를 누르기까지의 과정은 휠체어 장애인에게 결코 쉽지 않다. ⓒ정현석

힘겹게 계단을 오르고 나서 객실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렇게 좁은 통로를 지나야 한다. 수동휠체어는 물론 전동휠체어 탑승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휠체어 장애인이 탈 때마다 승무원들이 객실까지 휠체어를 들어야 하는 것일까? ⓒ정현석

전동휠체어석은 비교적 넓은 편이다. 그러나 걱정이 되는 것은 과연 이 공간에 전동휠체어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KTX 산천 열차의 장애인석이 설치된 1호차는 열차 맨 앞에 설치되어, 탔던 쪽으로 다시 내려야 한다. ⓒ정현석

누리로 열차의 화장실에 잠금 버튼이 있다면 산천 열차의 화장실에는 비상열림 버튼이 있다. ⓒ정현석

누리로와 마찬가지로 수동휠체어석은 좁다.

*이 글은 현재 경기도 광명시에서 살고 있는 독자인 정현석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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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칼럼니스트 집에서만 살다가 43년 만에 독립된 공간을 얻었다. 새콤달콤한 이야기보다 자취방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겪었던 갈등들과 그것들이 해결되는 과정이 주로 담으려 한다. 따지고 보면 자취를 결심하기 전까지 나는 두려웠고, 가족들은 걱정이었으며, 독립 후에도 그러한 걱정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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