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 ⓒ타임스퀘어 홈페이지

최근 두바이에 지어진 세계최고층 160층 빌딩이 화려하게 개장하면서 우리나라에도 100층이 넘는 거대한 고층빌딩들이 서울 인천등지에도 머지않아 세워질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퀴즈 하나! 100층이 넘는 이러한 고층 빌딩에는 장애인화장실이 몇 개가 만들어져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법률’을 지킨 것일까?

20개? 50개? 100개?

아니다. 딱 1개면 족하다! 농담 같이 들리겠지만 현행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 등 어느 곳에서도 장애인화장실 개수에 대한 조항은 하나이상 설치해야 한다라고만 표현되어 있을 뿐 일정 면적당 몇 개 이상은 설치해야 한다라는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장애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일반화장실도 마찬가지다. 건축관련법규 등에도 "일정규모이상의 건물에는 화장실을 설치해야한다"라고 나와 있을 뿐 "면적당 몇 개를 설치하라"라는 표현은 없다. 그렇더라도 대형건물일 경우에 일반화장실을 한개만 만들지는 않는다. 혼잡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화장실을 이용하기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수고를 방지하기 위함일 것이다.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 장애인화장실은 7개뿐

그런데 비장애인들에 비해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비장애인들보다 훨씬 먼 거리를 이동하도록 종용하는 곳이 있다. 그것도 합법이라는 명분을 달고서 말이다. 작년에 개장한 서울의 영등포에 있는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다. 타임스퀘어는 쇼핑몰과 극장 마트 등이 주차장을 포함해 지하 5층~지상 5층에 걸쳐 약 10만평에 이르는 방대한 면적이라고 과시를 하고 있다.

한 개 층씩 면적을 나누어보면 어림잡아도 만평은 족히 넘는다. 한 개 층만을 다 볼려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거대한 공간인 것이다. 크기만 큰 것이 아니라 바닥이며 벽 천장 등이 으리으리하고 통로도 널찍하고 상점들도 하나같이 세련되고 값비싸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방대하고 세련된 건물에 일반화장실은 층마다 비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해서 몇 개씩이나 있지만, 장애인화장실은 고작 층마다 1개씩 밖에 없다. 때문에 가뜩이나 이동이 비장애인들보다 불편한 장애인들은 많게는 200m 이상을 움직여야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그나마도 2층과 3층에는 한군데도 없기 때문에 이들 층에 있는 장애인이 화장실을 가려면 장애인화장실이 있는 층으로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멀게는 400~500m 이상을 왕복해야 하고, 공간이 워낙 크기 때문에 엘리베이터 찾기도 어렵고 장애인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는 직원들도 아는 사람이 드문 실정이다. 1층 안내데스크의 안내원에게 물어봐도 장애인화장실이 1층에는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한다. 이렇게 안내원들도 모르는 실정이니 초행길인 장애인이 찾으려면 난감할 것이다. 더군다나 활동보조인의 도움이 전적으로 필요한 중증장애인이라면 더더욱 황당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런 현실인데도 쇼핑몰측은 법상으론 전혀 하자가 없단다. 관련 정부기관에 이문제로 민원을 제기해 보았지만 기관에서 조사해보니 2, 3층에 장애인화장실이 없는 것은 맞으나, 지하주차장 2개 층에 있는 2개를 포함하여 7개는 있으므로 위법이 아니란다. 그리고 조사위원 왈 "관련 법률에는 일정규모이상의 건물 등 시설에는 장애인편의시설을 설치해야한다"라는 규정만이 있을 뿐이지 일정면적당 몇 개는 만들어야 하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1개만 만들어도 위법은 아니란다.

이에 대해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된 단체의 담당자도 동의를 하였다. 법률을 글자그대로 해석하자면 100층이나 되는 초고층 빌딩이라도 장애인화장실은 딱 1개만 만들어도 합법이라는 말이다.

장애인화장실이 장애인만 이용하는 곳?

그렇다면 왜 건물주들은 거대한 상가를 지으면서 일반화장실은 수십 곳을 지으면서도 장애인화장실 만드는 것을 회피하려만 할까? 한마디로 장애인편의시설에 대한 왜곡된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다. 사람들은 장애인편의시설을 남자, 여자 화장실처럼 서로 상대방의 시설은 절대 이용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한 여성이 급해서 여자화장실을 가보니 줄이 이미 길게 늘어서 있다고 해서 옆에 비워져 있는 남자화장실을 그 여성이 이용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장애인편의시설은 오직 장애인만이 이용할 뿐 비장애인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의 경우 착각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례로 2003년 무렵 장애인이동권 운동의 영향으로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시공되고 있을 때, 그곳 역장이 신문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장애인들이 하루에 몇 명이나 온다고 수억씩이나 들여서 공사를 하나 돈 낭비다"라고. 역장의 말은 얼핏 일리는 있는 말인 듯 했다. 그 당시만 해도 장애인들이 외출하기가 지금보다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에 엘리베이터가 준공되자 역장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엘리베이터 앞에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노인들, 아기를 유모차에 태운 주부들 ,무거운 짐을 사람 등 엘리베이터는 사람들로 인해 운행을 잠시라도 멈추는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 이는 다른 역들도 사정은 비슷했으며 엘리베이터뿐만 아니라 계단 옆에 놓인 경사로, 저상버스 등도 사람들의 이동을 편리하도록 돕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화장실은 어떨까? 지하철이나 극장 등을 자주 다니는 장애인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급해서 장애인화장실을 찾았으나 사람이 이미 이용 중이라 한참을 기다려 나온 사람은 젊은 비장애인이거나 노인들인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를 동반한 부모인 경우도 있고.

사람들은 나오면서도 장애인을 보면 약간 머쓱해 할뿐 남자가 여자화장실을 이용한 것처럼 몰상식한 행동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일반화장실에 사람이 많으면 장애인화장실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일반화장실이 비워져있어도 장애인화장실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렇듯 장애인화장실은 꼭 장애인만이 사용할 것이라는 생각은 높으신 분들의 탁상공론에 불과한 것이다.

대형 건물에 장애인화장실 늘릴 방법은?

그렇다면 타임스퀘어처럼 한 층의 면적이 1만평이 넘는 대형건물의 경우 어떻게 하면 장애인화장실을 늘릴 수 있을까? 지금껏 화장실의 구체적인 개수에 대한 조항은 어느 건축관련법규에도 없었으나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지나치게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2006년 이후 ‘공중화장실에 관한법률’을 개정하면서 7조에 "여성화장실의 대변기 수는 남성화장실의 대·소변기 수의 합 또는 1.5배 이상이 되도록 설치하여야 한다"는 조항들을 만들었다.

이런 조항을 장애인편의시설에 관련한 법규에도 인용하여 일정규모이상의 대형건물에는 일반화장실을 설치하는 장소마다 반드시 1개 이상의 장애인화장실을 설치하도록 개정하는 것이 타임스퀘어 같은 대형건물에서 장애인들이 화장실 찾아 삼만리를 이동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타임스퀘어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는 시각장애인들은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타기는 힘들 것이다. 보통 엘리베이터들은 도착하면 ‘땡’하고 도착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이곳 엘리베이터는 안에서만 소리가 나고 밖에서는 그냥 위쪽, 혹은 밑쪽으로 조명만이 반짝이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은 엘리베이터의 도착 유무를 알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 글은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사는 에이블뉴스 독자 심승보씨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기고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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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휠체어를 몰면서 세상을 돌아 다니다가 3년전 부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방송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장애인과 관련된 방송 모니터 활동을 하면서 방송에서 묘사되고 있는 장애인의 왜곡된 모습에 충격을 받아 본격적으로 미디어속의 장애인을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방송에 비치는 장애인의 모습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영화,신문,광고,교과서 등 모든 매스미디어로 연구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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