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가 광주시내에서 장애인 가정폭력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모습.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의 문제는 장애인단체들의 활동을 통해 수차례 사회에 알려져 왔다. 장애인계에서는 이 문제를 위해 성폭력 관련법 강화를 추진하거나, 여성장애인 및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인식교육·쉼터 마련 등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아직 그 심각성이 미처 밝혀지지 않은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장애인폭행이다.

지체1급 장애인 A(43·충남 천안)씨는 지난 1월 25일 천안서북경찰서에 친동생 B씨를 가정폭력특별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A씨가 경찰서에 접수한 고소장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8년 6월 29일 천안시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던 중 갑자기 들어온 동생 B씨로부터 멱살을 잡히고 휠체어에서 끌어내려져 손·머리 등에 구타를 당했다.

2007년 3월에는 모친의 생일에 늦게 참석했다는 이유로 동생에게 벽돌과 쇠파이프 등으로 폭행을 당했다. 이로 인해 A씨는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고, 지금까지 정신과에서 통원 및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검사측이 이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A씨는 에이블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어렸을 때부터 가족에게 소외됐고, 언어·신체적 폭력을 당해왔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모친에게 ‘병신새끼’ 등의 욕을 들어왔고, 나머지 다섯 명의 형제자매들로부터 늘 무시와 폭력을 받아왔다는 것.

A씨는 “남에게 맞으면 이렇게까지 억울하지 않을 텐데 친가족에게 맞고 가족취급도 못 받는 것이 힘들어 견딜 수가 없다. 설마 가족을 고발하겠냐는 생각에 더 때린 것 같다. 장애인을 보호할 수 있는 법체계가 너무 허술하다. 장애인이라면 그저 때리는 대로 맞고 병신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나”라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장애인 등에게 의료기 판매를 하고 있는 C씨는 “내가 알고 있는 장애인 중에서도 친가족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많이 있다. 중증, 특히 뇌변병장애인인 경우 가족의 폭행 때문에 ‘죽고 싶은데 마음대로 죽지도 못 한다’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A씨의 경우처럼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가족들로부터 냉대 받고 폭력을 당하는 일은 얼마나 많이 벌어지고 있을까?

천안시장애인가정성폭력상담소의 박두순 소장은 장애인가정폭력의 현황에 대해 “있기는 하지만 많이 드러나지는 않는 것 같다”며 “아내가 장애인이고 남편이 비장애인일 경우 아내가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또 가족 내에서 혼자 장애를 갖고 있을 경우 가족으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의 김민선 상담실장은 “지난해 장애인 폭력과 관련한 상담요청을 약 800건 받았는데, 그 중 300건이 가족으로부터 가해지는 폭력이었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언어·청각장애인에 대한 폭력건수가 가장 많았고, 지체장애인, 정신·지적장애인에 대한 폭력건수가 뒤를 이었다고 한다.

김민선 상담실장은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장애인폭력의 큰 문제점으로 당사자들이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많은 장애인들이 가정 내에서 신체적 학대 및 언어·환경적 폭력에 노출돼 있지만 이것이 폭력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신고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신고했을 경우 뒷수습에 대한 두려움도 커 그냥 체념하고 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

김민선 상담실장은 “특히 폭력의 심각성을 볼 때 정신·지적장애인에 대한 가정 내 폭력은 손대기도 어려울 정도”라며 “정부 차원에서 이들을 지원하고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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