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상버스가 도입되기 시작한지 5년째가 되고 있지만 장애인들은 보급률이 낮고, 운전기사의 리프트 조작 미숙 등의 이유로 이용을 꺼리고 있다. ⓒ에이블뉴스

광주광역시에 사는 김모(뇌병변장애 1급)씨는 얼마 전 저상버스를 타면서 느꼈던 수치심을 잊을 수가 없다. 김 씨는 여느 때와 같이 저상버스에 오르려 했으나 운전기사의 리프트 조작 미숙으로 버스에 오를 수 없었다.

운전기사는 갑자기 버스 안에 있던 승객들에게 김 씨의 전동휠체어를 버스 안으로 옮길 것을 요구했고 몇 명의 승객들은 버스에 내려 김 씨가 탄 전동휠체어를 들어 버스 안으로 옮겼다.

김씨는 "승객들이 100kg가 넘는 전동휠체어에 내 몸무게까지 합친 무게를 들어 올렸을 때의 미안함과 수치심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만약 리프트만 제대로 내려왔다면 난 스스로 버스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김씨는 "이 같은 상황이 발생되면 장애인은 계속 도움 받아야 하는 존재로 낙인 찍힌다"며 "계속해서 장애인 휠체어를 들어 올리는 수고를 해야 한다면, 누가 장애인이 버스에 오르는 걸 좋아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운전기사가 리프트 작동을 할 수 있게 됐고 김 씨는 승객의 도움 없이 스스로 버스에서 내릴 수 있었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교통약자를 위해 저상버스가 도입되기 시작한지 올해로 7년째이지만 정작 김 씨와 같은 장애인들은 저상버스 이용을 꺼리고 있다. 저상버스 보급률의 부족과 버스 운전기사의 리프트 조작 미숙,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인해 저상버스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김 씨가 이용하는 노선의 저상버스는 노선버스 16대 중 5대로 45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버스 한 대를 놓치기라도 하면 거의 두 시간을 기다려야하는 실정으로 김 씨는 “웬만하면 저상버스를 이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김 씨는 저상버스가 오지 않아 두 시간 반 동안 눈을 맞으며 정류장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버스회사에 항의 전화를 했고 회사 측으로부터 "방금 지나갔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화가 난 김 씨가 다시 따지자 "곧 도착할 것"이란 애매한 답변만이 돌아왔다. 몇 대의 일반버스가 지나가고 승객 모두가 정류장을 떠난 뒤에야 김 씨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미안하단 사과가 돌아올 줄 알았지만 김 씨에겐 "이 추운 날 뭐 하러 다니느냐"는 운전기사의 핀잔만이 돌아왔다.

김씨는 “버스 기사들 중에선 정류장에 내가 있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그냥 지나치기도 하고 멈추더라도 리프트 조작을 못해 그냥 떠난다. 내가 겨우 버스에 탑승하기라도 하면 대놓고 귀찮은 내색을 하며 집에 있지 왜 나오느냐 소리 치더라"며 "나도 출근을 해야 일을 하고 일을 해야 먹고 사는 것 아니냐. 저상버스를 이용하지 않는 조건만 된다면 절대 이용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버스 운송회사 관계자는 "일괄적으로 운전기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저상버스는 최대한의 친절이 필요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제일 친절한 기사들을 뽑아 운행하도록 한다"며 "혹시라도 승객들이 불편한 사항이 있다면 다신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 철저히 노력 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버스 출발 시간은 기점·종점 출발 시간만이 시청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상황이고, 탑승하는 정류장 도착 시간은 도로 흐름에 따라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며 "배차시간 등 궁금한 사안이 생길 때 언제든 회사로 전화하면 친절히 안내해 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저상버스 운행정보는 각 시·도 지자체 별로 인터넷(홈페이지), 휴대폰, 자동응답 전화, 정류소 안내기 등으로 받을 수 있다. 광주광역시는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정보를 받을 수 있으며, 서울시는 홈페이지, 휴대폰, ARS, 정류소안내기로, 인천시는 휴대폰, ARS, 정류소안내기로, 대구시는 홈페이지, 휴대폰, 정류소안내기 등을 통해 안내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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