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볼란티어 3인3색]=에이블뉴스는 조경덕(37) 감독의 영화 <섹스 볼란티어: 공공연한 비밀 첫 번째 이야기>에 대한 3가지 버전의 리뷰를 연재합니다. 에이블뉴스 기자 3명이 동시에 영화를 보고, 감독과의 대화도 가진 후 쓰는 3인3색 리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얼마 받았어?"

"안 받았어요."

"그럼 사랑이라도 하냐?"

성매매 단속에서 적발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과 마주앉은 '예리'(한여름 분)는 형사의 추궁에 주눅들지 않지만 쉽사리 대답하지 못한다.

그옆에서는 나소 난감한 표정의 형사가 휠체어 장애인을 취조하고 있다.

"뭐라고요? 못알아 듣겠어!"

"자…, 원. 봉. 사."

더듬더듬 힘겹게 단어를 이어가는 그는 중증의 뇌성마비 장애인인 천길(조경호 분)이다.

영화를 전공하는 여대생 예리는 '천길 아저씨'를 인터뷰하며 그의 일상을 쫒는다. 인터뷰는 누구의 도움 없이는 거동조차 하기 힘든 천길의 장애와 가난과 가족과 또 그가 간직한 짝사랑을 이야기하고 시간이 지난 뒤 이 인터뷰는 예리 자신이 천길에게 ‘섹스 자원봉사’를 한 경험을 담은 자전적 영화 '간이역'으로 재탄생한다.

경찰서에서부터 예리와 주변인물을 쫒는 또 나의 카메라가 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취재기자의 내레이션은 섹스 자원봉사를 호기심 반으로 바라보는 일반 관객의 시선이다.

"내가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마음이 허하네요"

예리는 어머니와 남자친구의 반대 속에서 영화 작업을 계속해 나가지만 어렵게 섭외한 여주인공역의 배우가 촬영당일 연락을 끊고 잠적하자 자신이 직접 출연을 감행하고, 촬영은 어렵사리 이어진다.

천길 역을 연기한 또 다른 뇌성마비의 장애인인 윤호는 촬영을 마치고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이렇게라도 경험하게 되니 내가 인간이라고 느껴져서 좋지만 마음이 허하네요"라고 말한다.

시설 혹은 가정에서 자신의 성을 인정받거나 지지받지 못한 채 무성적 인간으로 살아온 세월의 한스러움이 묻어나는 이 대사에서 어쩔 수 없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조경덕 감독은 선천적인 중증의 장애인도 성적욕구를 가진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아직도 성의 많은 면들이 금기시되는 우리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장애인과 성을 연결시켜 생각하기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중증장애인의 성을 드러내고 나아가 한 사람의 인격체로 마주대하는 점에서 이 영화는 일면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 점이 영화가 주는 아쉬움이기도 하다.

자·타의에 의해 성생활에서 배제된 사람은 장애인말고도 많은 계층들이 있다. 그럼에도 단순히 '파트너'로 성적욕구를 해결해야 한다는 식의 전제는 어느 층의 성담론도 진일보할 수 없게 만드는 걸림돌이며 이 영화가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를 던지는 영화일 뿐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하는 요소다.

또 남성장애인과 비장애인 여성을 통해 묘사하는 것은 곧 여성이 욕구해소의 대상이 된다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즉, 장애인의 성을 논하기 이전에 성문화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되는 여성들의 인권의 문제를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섹스 자원봉사'가 단순히 다른 성의 자원봉사자들과의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성생활을 돕고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이라는 것은 이미 많은 논의를 거쳐 진행된 사안이다.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장애인들이 성을 주체적으로 향유할 권리를 가지며, 이 연장선상에서 논의 되는 것들 중 하나가 '섹스 볼란티어(자원봉사)'라는 사실을 알려주기에는 이 영화는 어딘가 2% 부족하다.

*섹스 볼란티어: 공공연한 비밀 첫 번째 이야기 공식 홈페이지: www.s-volunt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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