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화천역에서 시민교통안전협회와 시각장애인연합회 경기도지부 관계자들이 음성유도기를 조사하고 있는 모습. ⓒ박종태

지난 7월 1일 개통한 경의선 17개 역사 중 행신역을 제외한 16개 역사에 설치된 음성유도기가 동시에 동작하는 심각한 오류가 발생, 시각장애인 보행에 오히려 불편을 주는 사태가 벌어졌다.

음성유도기는 시각장애인이 리모컨을 누르면 시설물의 위치를 음성으로 알려주는 기능을 하는 장치인데, 리모컨을 눌렀을 때 여러 곳의 정보를 동시에 음성을 전해주면 시각장애인 입장에서는 어디로 가야할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현장 점검을 마친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직원 및 시각장애인 당사자 4명은 “음성유도기가 동시에 울리고 음질도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좋지 앟았다”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음성유도기의 문제점을 직접 파악한 시민교통안전협회 김기복 대표는 철도시설공단 수도권통신팀과 감리업체 측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유도기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대전본사 전기사업단 신호통신처 관계자들도 경의선에 설치된 제품과 같은 회사의 제품이 설치된 대전역을 둘러본 후, 음성유도기가 심각한 문제점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처럼 음성유도기의 문제점이 여러 통로를 통해서 확인되고 지적되고 있지만 관할당국인 철도시설공단 수도권본부 통신팀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개선에 나서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은 시민교통안전협회에서 철도시설공단 이사장과 수도권본부장에게 보낸 공문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경기도지부에서 현장 조사를 벌여 얻은 결과이다.

지난 8월 21일 경의선 감리단 통신팀 담당자들과 시민교통안전협회 김기복 대표가 음성유도기 점검을 하고 있다. ⓒ박종태

시민교통안전협회 공문

수신자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경유) 수도권본부장

제 목 경의선 시각장애인용 음성유도기 동작불량 원인 규명 및 개선 요청 건

1. 귀 공단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2. 저희 시민교통안전협회는 비영리민간단체로 교통사고 예방활동과 교통안전시설 및 교통약자이동편의시설 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교통문화정착의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3. 저희 협회에서 11월 12일 한국시각장애인연회 경기도지부와 공동으로 경의선 역사에 설치된 음성유도기 동작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중복방송이 되거나 음질상태가 불량하고 일부 승강장에 경우 승강장 건너편 음성유기가 동작을 하는 바람에 승강장에서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 조사일지 및 내용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9년 8월 21일 금촌, 능곡, 행신, 화전, 조사내용: 감리단, 제조업체 통보 확인

-2009년 9월 14일 문산, 금촌, 탄현, DMC, 조사내용: 감리단, 제조업체 통보 확인

-2009년 11월12일 한국시각장애인협회 경기도 지부와 공동으로 조사 내용은 이면 표와 같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경기도지부 김용만 상임이사의 경의선 편의시설 조사결과

점자블록

1. 화전역의 경우

- 출입구 공사중으로 시각장애인의 단독 보행이나 주출입구 인지가 어렵다.

2. 금촌역의 경우

- 설치된 점자 유도블록은 좌측통행 기준으로 설치되어 있으나 에스컬레이터는 우측통행기준으로 작동되고 있어 역방향으로 안내하여 사고의 위험이 있다.

- 주출입구부터 외부광장의 버스정거장까지 유도하기 위한 점자블록이 설치되지 않아 시각장애인의 단독보행에 의한 접근이 불가능하다.

- 승강장 끝단의 경우 점자블록 경계선과 음성유도기의 음성안내가 연계되지 못하는 위치에 설치되어 사용 목적상 비현실적이다.

음성유도기

1. 역사 구분 없이 공통사항

- 계단 시작 부분에 설치하고 계단만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근처에 엘리베이터가 있을 경우 사용자가 선택하여 이용 할 수 있도록 음성안내를 함께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 원거리에서 방송되어 다시 가까이 접근하여 리모콘을 누르면 방송하지 않는다.

- 몇 초 동안 지연 후 방송되며, 방송 음질이 고음이 아니라 식별력이 떨어진다.

- 리모콘 무선동작 거리제어가 잘 되지 않아 그런지 동시방송을 방지하기 위하여 과도한 수량의 음성유도기가 순차방송이 되도록하였는데, 사용자에게 사용상 혼란을 준다.

- 상기와 같은 이유로 어떤 음성유도기 앞에서는 한참을 기다려야 방송이 나오거나, 동작이 되지 않는 음성유도기로 오인하거나 유도기가 없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었다.

- 주변의 음성유도기가 방송되지 않아 다시 리모콘을 누르면 여러 대의 음성유도기가 동시에 중복 방송을 하여 근처의 비장애인을 의식하고, 사용상 혼란이 발생하였다.

- 승강장의 경우 건너편 승강장의 음성유도기와 동시에 방송되거나, 건너편 음성유도기만 방송되는 경우가 발생되어 시각장애인의 사고 발생이 우려된다.

종합

1. 점자블록과 음성유도기는 상호 연계되어 사용이 가능하도록 설치 위치와 사용자의 이동 동선이함께 고려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였다.

2 음성유도기의 경우 무선동작거리 제어가 불량하고, 동작이 불규칙하며, 과도한 순차방송의 채택으로 사용상 혼란이 발생

3. 승강장의 경우 건너편 승강의 음성유도기가 함께 방송되거나 바로 앞 음성유도기는 방송되지 않고 건너편 승강장의 음성유도기만 방송되어 사용상 위험이 초래되었다.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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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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