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호화판 성남신청사의 모습. ⓒ박종태

‘아방궁’, ‘성남궁’ 등 초호화판으로 청사를 지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성남시청. 지난 2년 동안 토지매입비를 포함한 모두 3,222억원을 들여 7만4452㎡(2만2300평)의 부지에 '스텔스 전투기' 모습을 본떠 지하 2층 지상 9층 연면적 7만4309㎡로 신청사를 지었다. 수입 대리석으로 바닥과 벽면을 장식하고 바닥엔 회색 화강석을 깔았다.

지난 18일에는 3억원을 들여서 엄청나고 성대한 개청식을 가졌다. 시장 집무실(부속실 포함)의 면적은 282㎡로 교실(68㎡) 4개를 합친 넓이보다 크다고 한다. 시장 집무실은 업무를 보는 사무실 면적 92㎡, 침대 등을 갖추고 쉴 수 있게 만든 내실 16㎡, 화장실 22㎡ 등으로 구성된다.

이렇게 호화판 청사의 장애인 편의시설은 어떠한지 점검했다. 출입구부터 문제점이 드러났다. 시각장애인에게 청사 시설을 안내하는 촉지도는 반구형 아니라 부식형으로 설치됐다. 부식형은 손가락이 아파서 시각장애인들이 제대로 점자를 읽지 못하는 방식이다.

엘리베이터는 홀짝층으로 나눠 운행하는데 장애인 마크까지 붙여놓고 짝수층 버튼 앞에만 점자블록을 설치했고, 홀수층 버튼 앞에는 점자블록을 설치하지 않았다. 즉,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은 홀수층에는 가지 말라는 것.

화장실은 동서로 나뉘어 설치됐는데, 동쪽에는 장애인화장실이 시장실이 위치한 9층과 1층에만 설치됐다. 그런데 9층 여자 장애인화장실은 창고로 사용되고 있었다. 어느 곳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다는 안내 문구도 설치되지 않았다.

서쪽 화장실에는 장애인화장실이 9층부터 1층까지 설치됐고, 출입문은 자동문으로 잘 설치됐지만 내부는 전동스쿠터를 사용하는 이들에게 불편할 정도로 좁았다. 비상호출벨도 찾아볼 수 없었고, 자동으로 물을 내리는 센서는 용변기 뚜껑에 가려 작동이 되지 않았다.

장애인용 화장실에는 세면대가 없어 비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세면대를 같이 이용해야 하는 실정인데, 높아서 장애인들에겐 불편했다. 손잡이도 없어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은 사용할 수가 없었다.

장애인 화장실은 남녀 화장실 내부 쪽에 각각 설치돼 성별이 다른 가족들은 장애인들과 함께 출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출입구를 각각 만들면 성별이 다른 이들도 장애인들을 도우려 화장실에 출입할 수 있다.

서쪽 1층 장애인 화장실은 휠체어 사용자들이 사용하기에 충분하도록 넓고 세면대도 있었다. 화장실과 관련해서는 이곳을 제외하곤 모든 장애인 화장실에는 이것저것 문제점들이 있는 실정이었다.

대강당 단상에는 계단이 설치돼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은 아예 접근이 불가능했다. 장애인용 좌석도 왼쪽 맨끝 출입구 쪽에만 설치해 장애인들의 자유로운 좌석 접근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장애인노인과는 장애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1층에 잘 설치됐고, 출입문을 자동문으로 설치해 출입문을 여는데 불편한 장애인들이 접근하는데 용이하다.

시장실이 있는 서쪽 9층 여성장애인 화장실은 창고로 사용되고 있었다. ⓒ박종태

휴지걸이도 없고 세면대도 없고 비상호출벨도 없었다. 게다가 너무 좁아 휠체어를 탄 채로 이용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박종태

홀수층 엘리베이터 버튼 앞에는 점자블록이 설치되지 않았다. 시각장애가 있으면 홀수층은 이용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박종태

세면대도 높아서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은 이용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박종태

대강당 단상에는 경사로가 아니라 계단을 설치해 장애인들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박종태

시각장애인에게 청사를 안내하는 촉지도는 손가락이 아픈 부식형으로 잘못 설치했다. ⓒ박종태

장애인 주차장 옆에는 오토바이가 있어 문을 열 수가 없는 실정이었다. ⓒ박종태

장애인복지과는 1층에 잘 설치됐고, 출입문을 자동문으로 설치해 칭찬할만 하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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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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