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형엘리베이터 남산 오르미 개통식장의 모습. ⓒ박종태

남산3호터널 준공기념탑 광장에서 남산 케이블카 주차장까지 연결하는 '남산오르미'(경사형엘리베이터)가 30일 오전 개통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행을 시작했다. 앞으로 매일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운행한다.

서울시는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경사형엘리베이터를 타고 남산에 오를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정작 케이블카 승강장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아 휠체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남산에 오를 수 없는 실정으로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사형 엘리베이터는 지하철 6호선 버티고개역에 이어 두 번째로 설치되는 것이고 야외에 설치되는 것은 처음이다. 남산에 설치된 경사형엘리베이터는 한번에 20명까지 탑승할 수 있는데, 25도의 경사로를 따라 바닥에서 1m20㎝ 정도 높이로 설치된 레일 위를 운행한다.

운행 거리는 70m로 2분 정도 소요되며 엘리베이터의 외벽 4개면은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 바깥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치마를 입은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유리 벽면 하단부는 코팅 처리해 외부에서 볼 수 없도록 했다.

이 경사형엘리베이터는 주변 지하철역의 접근성이 열악해 휠체어장애인들이 엘리베이터까지 접근하는데 어려움이 많고, 휠체어장애인이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실제로 남산까지 오를 수는 없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개통식에 참석한 휠체어장애인 A씨는 "4호선 회현역, 명동역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경사형엘리베이터 설치된 이곳까지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우며 케이블카 타는 곳에도 엘리베이터가 없고 계단만 있어 이용할 수가 없다"며 "정책입안자들이 복지 마인드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남산 케이블카는 외국인 장애인도 많이 찾는 곳. 30일 오후 일본인 관광객 가족들이 케이블카를 타러왔다가 계단만 있고 엘리베이터는 없어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가족들이 휠체어에 앉은 아버지를 겨우 일으켜 부축해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많은 이들이 지켜봤다.

이 모습을 지켜본 한 시민은 “경사형엘리베이터를 만들었지만 케이블카 승강장에는 엘리베이터를 만들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며 “남산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인데, 나라 망신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케이블카 옆 계단에도 점자 블록이 없어 시각장애인들이 계단에서 넘어져 다칠 위험이 매우 큰 상황이었다.

케이블카 업체측는 “엘리베이터 설치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공원법규에 묶여 엘리베이터 설치가 어렵다고 해서 7월 중순께 서울시 심의를 받기로 했다”며 “곧 엘리베이터 설치 가능 여부가 결정이 날 것”이라고 답변했다.

업체측은 “남산꼭대기에도 계단이 70~80개 있어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하는데, 우선 아래쪽부터 설치하고 추후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남산 경사형엘리베이터로 진입하는 길목. 점자블록이 깔려 있다. ⓒ박종태

경사형엘리베이터는 남산3호터널 준공기념탑 광장에서 남산 케이블카 주차장까지 연결된다. ⓒ박종태

휠체어장애인이 기자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장애인은 남산에는 오를 수 없었다. ⓒ박종태

경사형엘리베이터를 타고 남산케이블카 주차장으로 오르고 있는 모습. ⓒ박종태

남산 케이블카 승강장에는 정작 엘리베이터가 없어 휠체어장애인은 접근할 수 없다. ⓒ박종태

일본인 관광객들이 엘리베이터가 없어 난감해 하고 있는 모습. ⓒ박종태

계단에는 점자블록 등이 전혀 설치되지 않아 시각장애인에겐 위험하다. ⓒ박종태

4호선 회현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되어 있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