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사법연수원 전경. 철옹성 같은 이곳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장애인스포츠 사진전이 열려 점검할 수 있었다. ⓒ박종태

[긴급 현장점검]사법연수원, 장애인 연수생 연수 가능한가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2동에 위치한 사법연수원이 서초동에서 현재의 건물로 이사온 것은 2001년 12월 24일이고, 그 다음해 1월 15일 신청사에서 준공식을 가졌다. 사법연수원의 대지 면적은 83,096.7㎡(25,136.75평) 규모이며, 건물 연면적은 59,805.9㎥(18,091.28평) 규모이다. 지하 1층 지상 16층이 있는데, 본관, 강의도서관동, 체육관, 후생 강당동, 연수생 기숙사동, 법관연수동 등이 들어서 있다.

지난해 사법연수원은 장애인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법고시 사상 처음으로 시각장애인 최영씨가 합격했기 때문이다. 현재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도 사법연수원에서 연수를 받고 있어서 사법연수원의 장애인 편의시설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따라 에이블뉴스, 장애인단체 등은 사법연수원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 점검을 요청했으나 번번이 거절을 당했다. 시설이 보완되면 그때 편의시설 점검을 허용하겠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변호사 출신 민주당 박은수 의원도 사법연수원 편의시설 점검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철옹성 같은 이곳을 지난 6일 조세현 작가의 장애인스포츠사진전이 열려서 들어갈 수 있었다.

제한된 시간 동안 본관 주변만 잠시 둘러본 사법연수원의 장애인 편의시설은 위법 사항이 한 둘이 아니었다. 10년도 채 되지 않는 건물이지만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에 어긋나는 편의시설이 여러군데 눈에 띄었다.

우선 '본관, 강의도서관동'의 경우 1층에서 3층까지 강의실이 배치돼 있었다. 본관 1층에는 장애인화장실이 없었고, 좌우측에 배치된 제21 대강의실과 제22 대강의실 부근에 장애인용 화장실이 각각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이 화장실들은 모두 남녀공용이었고, 대변기는 각각 1개씩 설치되어 있었다. 장애인 등이 이용이 가능한 화장실의 대변기는 남자용 및 여자용 각 1개 이상을 설치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법규를 위반한 것이다.

제22강의실 앞 화장실은 공간은 넓으나 대변기 옆에 손잡이가 하나만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 또한 법규 위반이었다. 법규에서는 대변기 양 옆으로 수평 및 수직손잡이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세면대의 경우도 목발사용자 등 보행곤란자를 위해 세면대의 양옆에는 수평손잡이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손잡이가 전혀 없었다. 수도꼭지는 냉·온수의 구분을 점자로 표시해야하는데, 이것도 설치되지 않았다.

법규에서 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변기의 경우 등을 기댈 수 있도록 장치가 되어있지 않았고, 응급시 사람을 부를 수 있는 비상벨도 없었다. 출입문의 경우도 법규에서는 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동문이 아니라 미닫이 문이었고, 잠금장치도 손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형태였다. 그나마 제21 대강의실쪽 장애인화장실의 경우가 양호한 편으로 공간이 넓었지만 비상벨이나 대변기 손잡이 등은 불편한 실정이었다.

1층 체육관 입구에도 장애인화장실이 있었는데, 출입문은 접이식으로 횔체어장애인 사용이 어려운 상태였고, 내부 공간이 좁아 수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도 들어갈 수 없는 지경이었다. 세면대 손잡이도 한 쪽에만 설치되어 있었고, 약간 앞으로 튀어나와 용변기 접근을 방해하고 있었다. 비상벨도 없고, 대변기 뒤에 기댈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곳곳에는 법규에서 정하고 있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유도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가까이에서 리모컨을 눌러야 작동되고 있었다. 또한 화장실과 강의실을 안내하는 점자표지가 없어 시각장애인 학생의 건물 내 이동이 어려운 상태였다. 점자유도블록의 경우 화장실 앞과 건물입구에만 설치되어 있었는데, 건물 입구에 있는 점자유도블록은 미끄럽고 저시력장애인들이 분간할 수 없는 스테인리스 재질이었다.

장애인들의 건물내 수직 이동을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는 전반적으로 잘 되어 있었지만, 점검 당시 강의실쪽 엘리베이터는 꺼진 상태였다.

이날 사진전 개막식 이후 잠시 만난 박국수 사법연수원장에게 연수원내 장애인 편의시설을 개선해야할 점이 많다는 점과 점검을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는데, "알아보겠다"라는 응답만 들을 수 있었다.

제22 대강의실 쪽 남녀공용 장애인화장실. 손잡이가 잘못 설치되어 있고, 응급용 비상벨도 없다. ⓒ박종태

제21 대강의실쪽 남녀공용 장애인화장실. 그나마 나은 편이었으나 대변기 손잡이는 잘못 설치되고, 비상벨은 없었다. ⓒ박종태

체육관 입구쪽 장애인용 화장실은 세면대 손잡이가 잘못 설치되어 있었다. ⓒ박종태

가까이 접근해야만 작동이 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유도기의 모습.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