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주)이 자체 개발한 국산 고속전철. ⓒ박종태

경남 창원에 위치한 현대로템(주)은 철도차량 제조회사로 지난해 11월 25일 독자적으로 고속전철 'KTX-II'을 개발 제작했다. 이번에 제작된 KTX-II는 일본, 프랑스,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시속 300㎞급(최고속도 330㎞) 고속전철이다.

지난 17일 창원공장에서 수도권 철도 차량관리팀(경기도 고양시 향신역옆)으로 출발하기 직전 고속전철 KTX-II의 내부 장애인 편의시설을 살펴봤다. 현대로템 기술연구소 직원들과 코레일 파견 직원들이 동행했다.

차량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현재 운행 중인 프랑스의 떼제베 고속전철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현대로템 관계자들은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을 적용했는데, 좀 더 많은 신경을 쓰고 노력해 법규보다 더 좋게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고속열차 8량 중 한 곳(1호차)에 교통약자용 좌석이 설치됐는데, 전동휠체어 사용하는 사람들은 2명이 이용할 수 있고, 수동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은 3명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이다. 테이블도 있고, 승무원을 호출할 수 있는 버튼도 설치됐다. 휠체어 보관함은 따로 마련됐는데,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는 설비와 휠체어 보관을 안내하는 안내판이 설치됐다.

가족 칸이 탁자와 함께 만들어졌는데, 수동휠체어나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들도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접근성이 갖춰져 있었다. 승강장 양옆에 큰 가방이나 짐을 보관하는 곳이 만들어졌는데, 수동휠체어는 접어서 이곳에 보관하면 된다.

장애인용 화장실이 별도로 마련됐는데, 화장실 출입문은 반자동 슬라이딩 도어로 설치됐다. 출입문 버튼 부근에 점자를 표시해 시각장애인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휠체어 사용자가 화장실 내부에서 회전을 할 수 있도록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전자식 세면기, 유아 기저귀교환대, 핸드 드라이어, 변기 손잡이 등도 구비했다. 장애인용 화장실 복도도 넓은 공간을 확보했으며, 핸드레일도 설치했다.

차량 내부에는 실내방송을 위한 시설이 갖춰졌는데, 문자 안내판과 19인치 와이드 LCD 모니터가 설치됐다. 외부 LCD 모니터는 행선지를 표시하고 있다. 이 부분은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포함해 모든 승객들의 편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승객들을 위해서 승강용 경사판을 차량 내부와 각 역사에 비치하기로 했다. 현대 로템 기술연구소는 “미국, 영국 등의 나라에서 규정하고 있는 장애인을 위한 설비”라고 설명했다.

현대로템 기술연구소측은 “주문 제작을 하면서 코레일과 협의해 장애인 편의시설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현대로템 기술연구소 사무실 벽면에 적혀 있는 중점사항 중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가 포함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옥에 티도 있었다. 장애인용 화장실 변기 뒤쪽에 자동으로 물을 내릴 수 있는 센서를 설치하고, 용변기 앞에 설치된 비상도우미벨은 용변기 옆으로 옮겨 설치하면 더욱 더 편리한 화장실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복도 손잡이 부근에 점자를 표시하면 시각장애인들이 몇 호실인지,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는데, 이 부분이 부족했다. 휠체어 장애인 승객이 탑승을 할 때, 경사판을 수동으로 설치해야하는데 이 부분도 장애인들이 편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좀 더 지혜를 모아야할 필요성이 있었다.

1호차 내부에 설치된 장애인좌석의 모습. ⓒ박종태

장애인용 화장실이 별도로 설치됐다. ⓒ박종태

장애인용 화장실 내부의 모습. ⓒ박종태

가족용 좌석이 넓어 경증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종태

장애인 탑승을 위해 승강장에 설치될 경사판. 책상에 놓고 사용해보고 있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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