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서울대학교에는 가족단위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가족 기숙사’가 있다. 하지만 시설적인 측면에서는 중증장애인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아쉬움이 남는다. ⓒ박종태

국립서울대학교에는 가족단위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가족 기숙사’가 있다. 연립주택 5층 규모로 현재 총 200세대가 살고 있다. 장애인 가구는 20세대이며, 이중에는 휠체어 장애인 가구도 3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이 가족기숙사의 입주조건은 보증금 400만원에 월세 15만원으로 일반 주택에 비해 저렴하고, 장애인들은 1순위로 입주할 수 있어 장애인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시설적인 측면에서는 중증장애인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아쉬움이 남는다.

일단 건물 입구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아 장애인들은 이동에 제약이 따른다. 학교측에서는 휠체어장애인들의 이동을 위해 계단에 경사로를 설치했지만 경사로가 너무 가파라 휠체어장애인들은 혼자 이동하기 어렵다.

또한 기숙사 내부도 중증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많았다. 거실이 좁아 휠체어가 동선을 확보하기 어렵고, 화장실 입구도 좁아 휠체어를 탄 채 출입하기가 어렵다. 장애인 편의시설이라고 화장실에 손잡이를 설치해 두었지만 접근조차도 어려워 무용지물이다.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중증장애인 대학생은 “장애학생들은 가족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기숙사에서 함께 거주할 수 있다는 점은 좋다. 하지만 시설이 너무 열악하고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많다. 이곳에 입주하려다 포기한 중증장애인들도 여럿 있다”고 전했다.

반면 외국인 학생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형 기숙사(BK동)는 가족 기숙사보다 시설 면에서 우수하다.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로 접근하기도 편리하고, 거실과 방도 넓다. 화장실이 다소 좁으나 보수를 하면 장애인 가족들이 살기 매우 편리할 듯하다.

하지만 이곳은 외국인 전용으로 장애인들은 입주가 불가능하다. 일부 중증장애인 학생들은 "외국인은 우대하면서 장애인은 차별하는 것이냐"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중축 중인 아파트식 기숙사에 중증장애인들이 거주할 수 있는 가족동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 가족기숙사 입구에 설치된 경사로. 휠체어장애인들을 위해 설치했지만, 경사가 너무 가파라 휠체어장애인들은 출입이 어렵다. ⓒ박종태

서울대 가족기숙사의 화장실. 입구가 좁아 휠체어를 탄 채 출입하기가 어렵다. ⓒ박종태

서울대 외국인 학생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형 기숙사(BK동)는 가족 기숙사보다 시설 면에서 우수하다. 장애인들도 이처럼 이동이 편리한 시설을 원하고 있다. ⓒ박종태

서울대 외국인 학생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형 기숙사(BK동) 내부 모습. 공간이 넓어 휠체어로도 이동이 가능하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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