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지난 10일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장애인편의증진법 개정 공청회. ⓒ에이블뉴스

정부와 장애인계가 각각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이하 편의증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1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과의 괴리를 메우기 위한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에 따른 장애인편의증진법 개정 방향 공청회'에서는 정부와 장애인계가 편의증진법 개정 방향과 범위에 대해 서로 커다란 차이를 갖고 있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났다.

▲왜 편의증진법 개정 필요한가=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사무총장이자 장추련 상임집행위원장인 배융호씨의 기조발제에 따르면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부터 25조까지 시설물, 도로, 여객시설, 교통시설, 문화·예술시설, 체육시설의 이용에 있어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이 중 제18조 시설물, 제21조 정보접근, 제24조 문화·예술시설, 제25조 체육시설 등은 모두 편의증진법과 관계가 있다. 관련 대상시설에서 제공하는 정당한 편의 역시 편의증진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제18조 시설물에 대한 정당한 편의는 편의증진법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의 편의증진법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당한 편의가 아닌 편의시설의 설치에 관한 법률이라는 점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정하고 있는 정당한 편의는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고려한 편의시설·설비·도구·서비스 등 인적·물적 제반 수단과 조치를 말한다. 즉 정당한 편의에는 편의시설은 물론 설비, 도구, 서비스와 조치까지 포함되는 것이다.

배 총장은 "현재의 편의증진법의 정당한 편의의 제공이 아닌 편의시설의 설치에 관한 법률"이라며 "편의증진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정당한 편의는 편의시설로 축소되어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배 총장은 "현재의 편의증진법을 개정하지 않고 그대로 제18조의 시설물의 이용에 있어서의 정당한 편의제공을 편의증진법에 따르도록 할 경우 시설의 이용에 있어서 필요한 설비와 제반조치라는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을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배 총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한 정당한 편의를 온전히 제공하기 위해서는 편의증진법을 개정해 편의시설에 대한 규정 뿐 아니라 정당한 편의에 대한 규정을 함께 담아야할 것이다. 이에 따라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해 비치용품뿐만 아니라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에서 제공해야하는 편의시설, 설비, 비품, 서비스 및 제반조치를 정해주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장·단기 개정 방향=배 총장은 편의증진법 개정을 장·단기 과제로 구분해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먼저 장기적 개정 과제로 '정당한 편의'에 대한 정의를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정당한 편의와 동일하게 하고, '대상시설', '시설주의 의무', '지도·감독의 의무', '실태조사', '설치계획의 수립 및 시행', '설치 지원', '편의제공' 등의 주요 조항을 개정해 현재 편의시설만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 내용을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정보통신과 의사소통, 문화·예술활동, 체육활동 등의 정당한 편의를 규정하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별표 3, 별표 4, 별표 5를 편의증진법에 담아 편의증진법에서 편의시설과 정당한 편의제공을 일괄적으로 규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기적 개정 과제에 대해 배 총장은 "편의증진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개정하고 전체적인 법률의 틀을 바꾸어 편의시설과 정당한 편의에 대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총장은 단기적 개정 과제로 제2조 정의 조항에 정당한 편의에 대한 정의를 포함시키고, 제16조를 개정해 공공시설 및 공중이용시설에서 비치용품뿐만 아니라 설비와 제반 조치를 하도록 하자고 제시했다. 편의증진법 시행령 별표 2를 개정해 편의시설의 종류 뿐 아니라 정당한 편의의 종류를 대상시설별로 정해주자는 주장이다.

배 총장은 장·단기 개정 방향과 관련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원년인 올해의 경우 편의증진법의 단기적 개정을 통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의 시설물의 이용에 있어서의 정당한 편의의 내용을 바로잡아 주고, 2~3년 내에 전면적인 편의증진법의 개정을 통해 정당한 편의에 대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바로잡아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장차법은 안중에 없는 복지부의 편의증진법 개정=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판단과는 달리 보건복지가족부는 편의증진법 개정을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연계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자로 입법예고하려다 철회한 편의증진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복지부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복지부의 개정안은 편의증진심의원회를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 통합하고, 안내서비스 등의 편의제공 대상자를 장애인에서 노인, 임산부까지 확대하는 한편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공동주택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양벌규정도 정비하는 방안이 포함됐는데, 이는 헌법재판소의 지적사항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복지부측은 장추련의 공청회가 잡히지 않았다면 예정대로 10일자로 이번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청회 참가자들은 일제히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들을 복지부가 수용해야한다고 촉구했지만, 복지부가 얼마나 수용할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장추련측은 의원입법 발의를 통해서 편의증진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으로 복지부가 향후 내놓을 개정안과 국회에서 만나 병합 심의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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