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덕 감독의 '섹스 볼란티어 : 공공연한 비밀 첫 번째 이야기' 포스터. ⓒ아침해놀이

[섹스 볼란티어 3인3색]=에이블뉴스는 조경덕(37) 감독의 영화 <섹스 볼란티어: 공공연한 비밀 첫 번째 이야기>에 대한 3가지 버전의 리뷰를 연재합니다. 에이블뉴스 기자 3명이 동시에 영화를 보고, 감독과의 대화도 가진 후 쓰는 3인3색 리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야, 너 어디 가는데? 이 아저씨가 도와줄게. 야 휠체어 탄 장애인, 이 아저씨가 도와준다잖아 내 말 안 들려?”

“아저씨, 내가 언제 도와달라고 했어요? 도움 필요 없어요.” -에이블뉴스 블로그 ‘휠체어배낭여행’ 중-

한 휠체어 장애인이 지하철을 타자 낯선 남자가 제일 처음 건 낸 말이었다. 이 글을 쓴 블로거는 장애인 당사자가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는데 도와준다고 하는 것은 도움을 빙자한 폭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타인의 원치 않는 도움이 장애인 당사자 마음에 평생의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인이 요구하는 도움을 줬으면서도 장애인 당사자 마음에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면? 도움이라는, 봉사라는 범위가 도를 지나쳐 예기치 못한 파장을 만든다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조경덕(37) 감독의 영화 <섹스 볼란티어: 공공연한 비밀 첫 번째 이야기>(Sex Volunteer: Open Secret 1st story, 2009, 123분, 전주국제영화제 상영당시 15세 이상 관람가)는 도움이라는, 봉사라는 범위가 너무나 방대해져 장애인들의 팬티 속까지 향하고 있었다. 자원봉사라는 이유로 장애인의 성(性)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말이다.

“사랑도 아닌 섹스라고? 무슨 헛소리야!”

“그럼 아저씨는 손가락을 사랑해서 자위하세요?”

‘섹스 볼란티어’.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을 강력함이 깃드는 단어다. 감독은 일본에서 발간된 가와이 가오리의 <섹스 자원봉사>(가와이 가오리 지음, 육민혜 옮김, 아롬 펴냄, 2005)라는 책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를 기획했다. 감독은 몇 년간의 피나는 취재를 통해 장애인을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누군가의 팬티 속을 들춰보는 비밀스러운 행위가 봉사와 엮어지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변종 성매매와 다른 게 뭐냐’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이 영화가 관심 받을 수 있었던 건 ‘성에서 배제된 장애인을 위한 대안’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독은 장애인 중에서도 혼자 자위행위조차 할 수 없는, 성에서 완벽하게 배제된 채 살아가는 중증장애인을 주인공으로 정했다. 실제로 주인공인 조경호(황천길 역)씨와 이윤호(이윤호 역)씨는 뇌병변 1급 장애인이다. 주인공 예리(한여름)는 '봉사'라는 당위성을 내밀어 장애인의 성 욕구 해소를 돕는다.

성에서 배제된 장애인을 위한 성 욕구 해소의 대안은 괜찮았을까. 장애인 당사자의 성욕구가 해결됨과 동시에 따라오는 감정은 너무도 가혹하다. 몇 분간의 뜨거운 분출의 결말은 공허함만을 가져오고 다신 꾸고 싶지 않은 '꿈'이 되기도 한다. “배는 안 고파요. 사람이 고파요”라고 제시하며 영화가 마무리되는 모습은 ‘장애인 성(性)을 까발리고 공론화하고 싶다’는 감독의 포부가 빈약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영화는 페이크 다큐멘터리(허구적인 다큐멘터리) 방식이다. 그래서 정답이나 결론을 짓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의 다양한 의견 도출이 가능하다. 허나 실제 영화를 보고나면 ‘장애인을 위한 성 봉사’라는 당찬 내용 앞에 의견 도출보단 혼란감이 가중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감독 자신을 위한 방어막은 아니었을까.

‘섹스 자원봉사는 삽입 섹스만이?’

섹스 자원봉사자는 장애인이 보다 원만하게 성을 향유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섹스 자원봉사’의 형태는 다양하게 도출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장애인과 자원봉사자의 삽입 성관계를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섹스 자원봉사자의 인터뷰를 통해 ‘섹스 자원봉사’의 다양한 형태를 살짝 건들기도 하지만 너무나 짧다. 사전 지식 없이 ‘섹스 볼란티어’라는 과감한 제목만으로 영화를 관람하기엔 뒤따를 관객의 충격이 크다.

'장애인 이야기 다뤄줘 고마워요.'

영화를 본 장애인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장애인들 반응이 제일 궁금했다’는 감독에겐 ‘고맙다’는 말이 제일 많이 돌아왔다고 한다. ‘장애인의 성’이라는 특정 주제를 떠나 사회에서 관심 받지 못한 자신들을 주제로 해줘서 고맙다는 것이다. 장애인을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장애인과 관련한 영화가 탄생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백방으로 뛰며 장애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 했던 감독의 노력은 높이 살만하다.

‘장애인의 성, 스스로 주체가 되어 풀어야’

하지만 이 시대 장애인들은 ‘언제나 사회가 돌봐줘야 할 존재’로 낙인 찍혀 살아가는 삶을 거부하고 있다. 장애를 가진 친구를 뜻하는 ‘장애우’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비주체적이라며 거세게 반발한다. 장애인들은 자신의 주체성을 강조하며 사회의 속박에서 벗어나 한 인간으로서 자립하려 하고 있으나, 영화는 장애인의 성을 ‘봉사’라는 이름으로 돌보려 하고 있다. 장애인의 성이 관심 받고 존중돼야 함은 사실이다. 하지만 ‘장애인 성 욕구 해소는 누군가가 해줘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결국 장애인을 인간 주체가 아닌 ‘돌봄의 대상’으로 한정 짓는 것은 아닌가 싶어 깊은 우려가 든다.

'섹스 볼란티어'에서 주인공 황천길의 모습. ⓒ아침해놀이

'섹스 볼란티어'의 한 장면. 주인공 황천길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도심을 다니고 있다. ⓒ아침해놀이

'섹스 볼란티어'의 한 장면. 섹스자원봉사자(왼쪽)가 기자 주하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아침해놀이

'섹스 볼란티어'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한여름(예리 역)과 조경호(황천길 역)의 모습. ⓒ아침해놀이

*섹스 볼란티어: 공공연한 비밀 첫 번째 이야기 공식 홈페이지: www.s-volunt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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