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주도한 “덕분에 챌린지”.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홈페이지

2020년은 코로나19로 모든 일상이 잠식당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모든 일에 명암이 존재하듯이 코로나19로 인하여 국가적으로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 가운데에서도 빛을 본 것이 있다면 한국수어가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2016년 제정된 한국수화언어법의 시행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부 주요 부처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요 정책 브리핑에 수어통역을 제공하는 즉, 공공통역이 시작되었고 그 즈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연일 공공통역이 제공되어 많은 국민들의 일상 속에 수어통역이 친숙할 정도로 자리를 잡은 듯하다.

그러한 배경 가운데에 지난 4월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주도한 “덕분에 챌린지”가 시작되었고 효과적인 캠페인을 위해 수어를 이미지로 사용하고 있다.

다음 백과사전에서 덕분에 챌린지를 검색하면 이 캠페인에서 사용되는 수어는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어 동작으로 구성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캠페인이 확산되면서 SNS를 통해 그 수어가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전파되기 시작했다.

당시 사용된 수어를 보고 문제 인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의료진의 헌신에 대해 감사를 전하고자 하는 국민적인 캠페인에 찬 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수어가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곳에서도 그러한 의미로 여과 없이 사용되는 것을 보면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농인들이 사용하는 “존경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수어는 한국수어의 공간을 사용하는 특성에 따라 자신의 신체 쪽이 아닌 상대를 향하며 해야 한다. 그리고 엄지를 세운 손의 위치가 받치는 손의 정중앙 위치보다는 손가락 끝이 모아진 쪽으로 가는 것이 더 정확하다.

덕분에 챌린지에서 사용한 수어는 통상적으로 한 기관을 대표하는 사람을 의미한다.(예: 교장이라는 수어는 학교 + 덕분에 챌린지에서 사용하는 수어가 결합되어 사용된다)

물론 한국수어가 맥락에 의해 영향을 받으므로 정중앙에 위치하는 수어로 한다고 하더라도 손의 위치를 고정 된 상태가 아니라 상대를 향하여 위로 올리는 동작이 이어진다면 “존경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캠페인에서 사용된 수어는 공간을 사용할 수도 없고 맥락을 보여 줄 수도 없어 수어의 형태만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존경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엄지를 세운 손의 위치가 받치고 있는 수어의 손끝으로 가는 것이 정확한 “존경하다”의 의미를 갖게 된다

아마도 캠페인을 통해 많은 국민들이 이 수어가 “존경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것으로 인식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한국수어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중요하지만 한국수어에 대한 언어학적 이해가 선행되지 않고 소비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이 글은 한국농아인협회 전 사무처장 이미혜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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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칼럼리스트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칼럼을 통해서 한국수어를 제 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이 일상적인 삶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 또는 농인 관련 이슈에 대한 정책 및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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