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시각장애인 김선미(25·서울 송파구 풍납동·가명)씨가 성희롱사건 수사과정에서 경찰관으로부터 인권침해를 받았다고 지난 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김씨는 진정서에서 “주변 사람으로부터 무시와 성희롱 등에 시달려오던 중 지난 8월 28일 60대 남성으로부터 엉덩이를 맞는 수모를 당하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오히려 출동한 수사관으로부터 피의자가 보는 앞에서 ‘저 할아버지가 아가씨 엉덩이를 만졌겠느냐?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아느냐?’는 등 오히려 피의자를 두둔하고 자신을 나무라는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김씨는 “일방적으로 경찰에게 야단을 맞으며 다툼이 진행되는 사이(약 20분 가량) 피의자는 현장에서 사라졌다”며 “현장에는 야단을 치던 송파경찰서 서모 경사외에도 1인의 경찰관이 함께 출동했으나 피의자가 사라지기까지 단 한차례도 피의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씨는 “주변에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는 터에 경찰의 도움을 받고자 신고했으나 그때마다 ‘합의를 유도’하거나 ‘가해자측이 거짓 증인을 내세워 오히려 협약을 해오는 바람’에 결국 ‘고소를 취하’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김씨의 인권위 진정을 도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는 장애에 대한 무지로 인해 벌어지는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김씨와 함께 송파경찰서 북부지구대에 사과 및 재발방지를 위한 장애인인권교육 실시를 요구했다. 그러나 지구대측에서는 ‘한사람의 경찰관의 잘못으로 인해 동료들이 피해를 볼 수는 없다’는 등 거부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연구소 인권센터는 “공정한 수사를 통해 피해자를 보호해야할 경찰관이 편견을 갖고 피해자인 김씨를 나무라는 동안 피의자가 자리를 떠났으나 누구하나 이를 제지하는 사람이 없이 사건은 결국 종결 처리됐다”며 “성폭력특별법에는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추행한자는 형법상 강제추행으로 가중처벌 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현실은 오히려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경찰관에게 야단을 맞고, 경찰관 임의로 사건을 종결해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소 인권센터는 “이번 사건을 단지 개인적 차원이 아닌 우리나라 수사 현실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이번 국가인권위 진정 및 경찰 자체 감사를 통한 징계 및 교육실시 등을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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