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한국DPI와 에이블뉴스가 주최하는 국제초청강연의 강연자인 애너라하 모히트(Anuradha Mohit)씨와 한국DPI 이익섭 회장이 방콕드래프트가 채택된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에이블뉴스>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유엔에스캅 방콕워크숍에서 우여곡절 끝에 방콕드래프트가 완성됐다. ‘피 튀기는 설전’(bloody discussion)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이번 워크숍의 열기는 뜨거웠다. 이중 한국참가단이 제시한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패러다임을 방콕 드래프트에 반영하는 문제는 최대의 이슈로 떠올랐다. 한국참가단이 중점을 둔 부분은 자립생활 이념과 이동권의 개념을 조약에 반영시키는 것. 결국 참가단의 눈부시고, 끊질긴 활약 끝에 자립생활 이념과 이동권은 조약의 주요 부분에 반영이 됐다.

자립생활이념, 방콕드래프트에 반영

자립생활(IL) 이념이 결국 방콕 드래프트에 반영됐다. 자립생활 이념의 방콕드래프트 반영은 조별토론에서 전체토론까지 수많은 참가자들 사이의 입에 오르내리는 등 이번 유엔에스캅 방콕워크숍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결국 자립생활 이념은 방콕 드래프트의 서문(Preamble)에 각 국가들은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달성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해야 할 것(the recognition of the importance of achieving independent living for persons with disabilities)이라고 언급됐다.

▲ 17일 오후 긴장된 표정으로 자립생활과 관련한 조약문 작성에 대한 마지막 토론을 경청하고 있는 한국참가단. <에이블뉴스>
비록 IL이 소문자로 명기가 됐지만 자립생활 패러다임은 내년 1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되는 유엔특별위원회 실무단체 회의에서 또 다시 다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 것이다.

한국 참가단은 자립생활 향유에 대한 권리를 사회·문화·경제적 권리의 하나로 포함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으나 찬반 논란이 분분해 채택은 유보됐다. 다만 한국 참가단이 제시한 각 조항들을 조약문에 제안사항으로 언급하기로 결정됐다.

방콕드래프트에서 자립생활 이념의 채택된 것에 대해 한국 참가단은 매우 만족을 표시했다. 특히 조약의 핵심이념을 담는 서문에 이 내용이 채택된 것은 이번 워크숍 참가한 한국 참가단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DPI 이익섭 회장과 정립회관 이광원 자립생활팀장은 논란에 능동적으로 대처했으며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 이 성과의 주역이 됐다.

이동권, 이제는 세계 무대로

방콕 드래프트의 시민·정치적 권리의 한 부분으로 이동권(Right to mobility)이 채택됐다. 자립생활에 이어 이동권은 한국 참가단이 역점을 두고 제안한 내용이다. 자립생활보다는 순조로웠지만 이동권 또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채택됐다.

이동권과 관련해 방콕 드래프트에는 장애인은 적절한 수단을 사용해 이동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Persons with disabilities have the right to mobility using various appropriate modes.)고 명시됐다. 또한 각 국가들은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법적, 행정적 조치를 취해야할 것( States Parties should take all appropriate legislative and administrative measures to promote the right of mobility)이라고 언급됐다.

이는 국내에서 최근 몇 년간 장애인 문제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던 이동권이 세계적인 이슈로 자리 잡게 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경험과 노력이 그 디딤돌 역할을 했다.

한편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배융호 실장과 한국DPI 이익섭 회장은 이동권에 관련한 문구를 직접 만들었으며 논란을 제기한 참가자들에게 이동권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주역이 됐다.

발 빠른 엔지오, 뒤처진 정부

▲ 지난 16일 오전 이동권에 대한 이슈가 포함됐던 2조 토론장에서 한국DPI 이익섭 교수가 한국 측 주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번 유엔에스캅 방콕워크숍은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가 진행한 첫 해외연대 사업이었다. 한국추진연대는 총 9명의 참가단을 구성해 이번 워크숍에 파견했다. 한국 참가단은 장애인의 구체적인 권리를 담아내는 조약문 작성에 대한 노력이외에도 국제장애인단체와의 연대에 큰 심혈을 기울였다.

이후 한국추진연대의 한 회원단체는 한국DPI는 오는 20일 서울에서 국제장애인권리조약 국제초청강연을 진행하는 등 국제연대의 길을 틀 계획이다. 특히 한국DPI는 유엔특별위원회 실무단체 아태지역 엔지오 대표로 뽑힌 애너라하 모히트(Anuradha Mohit)씨를 이번 강연회에 초청한다. 또 다른 회원단체인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에서는 서울 장애인편의시설 지도를 각 나라 참가단에게 전달하는 등 각 국의 장애인 엔지오 등과 다양한 교류를 시도했다.

이러한 엔지오의 발 빠른 조약 제정 흐름에 대한 대처에 대조해 한국정부의 무관심은 물의가 됐다. 우리 정부는 유엔특별위원회 실무단체 아태지역 대표 중의 하나로 뽑히고도 조약에 대한 중요한 논의가 진행된 이번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았다.

주최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워크숍에는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부탄, 캄보디아, 북한, 인도, 일본, 카자흐스탄, 레바논, 몰디브, 몽골, 파키스탄, 사모아, 태국, 중국 등 총 15개국이 참가했다. 특히 북한이 이번 워크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함으로써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정 흐름에 동참하게 됐다.

오는 11월 4일부터 7일까지 북경에서는 아태지역 조약초안을 작성하기 위한 북경회의가 열린다. 이번 방콕 드래프트는 이 회의에 제출되며 주요한 참조물로 쓰일 예정이다. 특히 이때는 각 정부별로 조약 제정노력에 대한 진행사항을 보고하는 시간이 마련돼 있어, 한국정부의 참가와 발언에 대해 한국추진연대 측에서는 예의주시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한국참가단은 18일 오전 10시 타이항공편으로 귀국 여정에 오른다.

*다음 방콕 드래프트 기사는 귀국 이후에 이어집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