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장애인권리조약 워킹그룹 한국대표로 참석한 한국장애인연맹 이익섭 회장이 자립생활, 이동권 등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맹활약하고 있다.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

유엔 워킹그룹 리포트-②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과 이동권(Mobility)은 한국이 지난 방콕회의(2003년 10월 14일 - 17일)와 북경회의(2003년 11월 4일 - 7일)에서 독창적인 제안을 해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주제다. 실무그룹의 한국정부대표 자격으로 참가하고 있는 이익섭 한국DPI회장은 이 두 주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다.

이익섭 대표는 '지역사회에서 살고 참여할 권리'라는 조항검토과정에서 RI(국제재활협회), 독일 등과 함께 조항의 제목을 '자립생활'로 아예 바꾸자는 제안을 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러한 진전에 대해 이익섭 대표는 "자립생활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주제임을 전 세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며, "다만, 자립생활이 지역사회에서 통합된 생활을 실현해야 한다는 막연한 원칙차원에서만 언급이 되면 운동과 동료지원서비스로서 갖는 독특한 의미가 묻힐 수 있음이 우려되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드러나게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가열되는 탈시설화 논란

한편 '지역사회에서 살고 참여할 권리' 조항에서 '어떤 사람도 시설에 수용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문구를 놓고 탈시설화에 대한 논란이 치열하게 일어났다. 대개 선진국들은 시설화 반대의 입장에 서있는데 반해, 저개발국가들은 시설이 그 나라의 복지수준에서 긴요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시설에 대한 지지의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세계맹인연합이나 세계농아인연맹 등은 맹인이나 농아인을 위한 특수한 교육시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며 무조건적인 탈시설화를 반대하는 주장에 가세했다. 탈시설화 문제는 복지수준과 장애영역별로 입장차이가 드러나 앞으로도 많은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9일 회의에서는 '접근성(Accessibilty)'조항과 '이동권(Right to Mobility)'조항이 합쳐질 위기까지 갔다가 벗어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접근성조항을 다루는 순서에서 몇몇 국가가 접근성과 이동권을 따로 분리할 필요가 있겠냐고 의시표시를 하고, 심지어는 유니버설디자인까지 포함해서 조항을 합치자는 제안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이익섭 대표는 접근성은 환경의 차원이고 이동권은 인간에 초점을 맞춘 권리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므로 별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권 조항 퇴출 위기 모면

이에 대해, 이번 실무그룹회의의 의장을 하고 있는 뉴질랜드의 멕케이(Mackay) 대사가, 원안이 타당성이 있음으로 분리해서 다루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이례적으로 피력해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로써 한국이 그동안 공들여 온 이동권 조항이 퇴출될 위기를 일단 모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익섭 대표는 "테크놀로지에 대한 조문을 빼면 이동권에서 얘기할 내용이 없어진다는 인도대표의 주장은 이동권 조항에 치명적일 수 있다. 조항이 살아남아 위기는 모면했으나, 그러한 공격에 대비할 내용과 논리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이 중점적으로 주장해 온 자립생활과 이동권 문제는 지금으로서는 별개의 조항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자립생활은 그 독특한 성격과 지원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이동권은 접근성과 테크놀로지 문제와는 다른 특화된 내용을 어떻게 제시하느냐가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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