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3차 특별위원회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24일을 시작으로 오는 6월 4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에이블뉴스>

국제사회가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정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24일 오전 10시(현지 시각. 한국시간보다 13시간이 늦음)부터 시작한 제3차 유엔특별위원회에는 약 300명의 각국 정부대표단, 엔지오 인사들이 참여했다.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정을 향한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한 첫날 회의장 소식을 전한다.

아이디카드 발급 늦어 엔지오 불만

○…정부 대표단의 경우, 아이디카드(ID Card)가 미리 발급돼 큰 차질 없이 개회식을 마치고, 본격적인 회의에 돌입했지만 엔지오의 경우는 달랐다. 오전 10시부터 공식 일정이 시작됐지만, 엔지오 참가단 등록이 시작된 것은 오전 11시부터였다. 유엔본부 건물에서 열리는 회의여서 아이디카드 없이는 회의장에 출입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유엔본부측은 “컴퓨터가 갑자기 다운돼서 등록을 진행할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아이디카드 발급 때문에 오전 8시경부터 줄을 서기 시작한 엔지오 참가단의 불만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결국 엔지오 참가단은 개회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회의가 시작되고 있는 중간에 엔지오 참가단이 회의장에서 자리를 잡느라 첫날 오전 회의는 어수선한 분위기속에 진행됐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국가는 총 140여 개국이며, 참가인원은 약 200명이었다. 엔지오는 총 39곳이 등록했으며, 약 100명이 참석해 총 300여명이 회의에 참가하고 있다. 정확한 숫자는 아직 파악이 안 됐다고 유엔본부측은 전했다. 엔지오 참가단에게는 공식적인 발언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원이 참석해 조약 제정에 대한 높은 열기를 반영했다.

엔지오들이 높은 참가율을 보이자 유엔본부측은 특별위원회가 공식적으로는 정부 대표간 회의자리지만 엔지오들에게도 정부대표의 발언이 끝난 이후에 논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지난해 제2차 특별위원회에서 조약 제정에 대한 전 세계적 합의를 이끌어 냈던 엔지오의 활약이 또다시 시작된 것이다.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이하 추진연대) 이름으로 참석한 우리나라 엔지오 참가단원은 24일 현재 총 20명이다. 이 인원이 총 2주 동안 진행되는 이번 회의에 끝까지 참석하지는 않으며, 몇몇의 인사들이 첫 주에만 참석한 후 귀국할 예정이다. 그 대신 몇몇의 인사들이 둘째 주부터 추가적으로 회의장을 찾을 계획이다.

추진연대, 당사자주의 반영 요구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 김동호 초안위원이 장애인당사자주의의 원리가 조약안에 포함돼야한다는 한국 엔지오측의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 1월 워킹그룹에서 작성한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초안을 바탕으로 이견을 조정해 최종적인 합의안을 만들게 된다. 애초 회의는 워킹그룹 초안의 순서에 따라 총 18개 항목으로 구성된 ‘전문’부터 검토할 예정이었으나 “전문은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이기 때문에 맨 뒤에 하자”는 멕시코 정부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여 전문 검토는 맨 뒤로 미뤘다.

24일 오전 아이디카드 발급문제로 늦게 회의장을 찾은 추진연대는 ‘제2조 일반적 원리’를 검토하는 시간부터 참여할 수 있었다. 늦게 합류했지만 그동안 보고대회, 토론회 등의 의견을 모은 추진연대는 정부대표들의 발언이 끝난 뒤 장애인 당사자주의의 원리(the principle of self-representation)를 추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발언권을 얻은 추진연대 김동호 초안위원은 "당사자주의의 의미는 남이 나를 대변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를 대표 또는 대변한다는 즉, 자신의 문제에 대해 자기 스스로 이야기한다는 뜻”이라며 “장애인 문제와 관련해 일반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스스로 정책 입안 및 실행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을 대표 또는 대변해야한다”고 제시했다.

또 추진연대는 워킹그룹 초안에 대한 그동안의 토론 결과를 집약한 의견문을 각 나라 참가단에게 전달하는 등 우리나라 엔지오들의 의견을 반영해 조약 문서를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 이외에도 이날 추진연대는 단체 티셔츠는 “Convention? Yes!”(조약? 찬성!)라는 영문 글자를 새긴 단체 티셔츠를 입고, 회의에 참석해 참가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한국 정부대표, 여성장애인 강조

보건복지부 송순태 장애인복지심의관과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 관계자들이 여성장애인 관련 조항을 마련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에이블뉴스>

○…우리나라 정부대표로 참석한 보건복지부 송순태 장애인복지심의관은 첫날 회의에서 조약안에 여성장애인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돼 있지 않다고 주장해 다른 나라 정부대표들로부터 잇따라 지지를 받았다.

송 심의관은 “워킹그룹 초안에 장애를 가진 여성들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다”며 “장애를 가진 아동에 대한 조항이 별도로 반영된 것처럼 장애를 가진 여성에 대한 별도의 조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송 심의관은 “우리나라 정부대표단은 적절한 시기에 장애를 가진 여성에 대한 별도의 조항을 만들어 여러분들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심의관은 이날 추진연대 참가단들과 함께 장애를 가진 여성에 대한 조항을 작성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특히 송 심의관은 그동안 추진연대에서 작성해 놓은 장애여성에 대한 의견서를 바탕으로 정부대표단의 공식 의견서를 작성할 방침으로 추진연대 측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지난 1월 작성된 워킹그룹 초안에 대해 각 국가의 대표들은 대체적으로 지지의 뜻을 표명하는 등 회의는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다만 ‘조약은 장애인에 대한 인권보장 보다는 차별 금지를 선언하는 차원에서 제정돼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유럽연합 측에서 차별금지모델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서 이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엔지오들의 집중적인 반발을 받았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