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383명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선거방송에 대한 차별을 구제해줄 것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국농아인협회(이하 농아인협회, 회장 주신기)는 지난 12일 오후 6시 농아인협회 주신기 회장을 포함한 청각장애인 383명이 인권위에 청각장애인의 참정권 행사와 관련해 선거방송에 대한 차별을 구제해줄 것을 내용으로 하는 진정을 제출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 3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이하 선거법)이 개정됨에 따라 합동연설회가 폐지된 후 TV토론회가 지역별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농아인협회에서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역민방의 선거방송 중 14%는 수화통역을 실시하지 않아 청각장애인들이 합동토론회 등 선거방송에 접근이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농아인협회는 "이 14%라는 수치는 선거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내용만 해당되며, 선거관련 내용이 있는 뉴스프로그램과 특집방송 등 선거와 관련된 간접적인 내용의 방송프로그램까지 합하면 수치가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방송에서는 수화통역방송 제작 재정이 어렵거나 카메라 수급이나 기술진 확보, 편집이나 송출장비 확보가 안되었다는 이유로 선거방송에서 수화통역방송이나 자막방송을 실시하고 있지 않다.

이를 두고 농아인협회는 "참정권은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이므로 그 어떠한 사항보다도 우선돼야 하며 예산상의 이유, 기술상의 이유를 들어 권리행사를 하는데 제약을 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원인으로 농아인협회는 "국회에서 선거법을 개정하면서 과거 선거법에는 합동유세 때 수화통역을 의무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 참정권 행사에 문제가 없었으나 이번 개정된 법률에서는 합동유세 대신에 TV토론회를 강화하면서도 수화통역지원을 권고사항으로 격하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농아인협회는 인권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청각장애인의 참정권 행사와 관련해 선거법에 규정된 내용 뿐 아니라 선거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선거관련 방송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조치와 실천할 수 있는 지침이 마련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이와 함께 각 정당에는 향후 정당 후보자들이 청각장애인 유권자들도 정책공약이나 선거관련 내용을 충분히 알릴 수 있도록 내부적인 지침 마련 및 선거법이 개정되도록 심사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한편 청각장애 2급의 김병권 씨와 청각장애인 20여명이 지난 6일 용인시문예회관에서 열린 17대 국회의원 후보자 초청토론회에 참석했으나 자막영상이나 수화통역사가 배치돼 있지 않아 큰 불편을 겪었다.

이에 대해 김병권 씨는 "17대 총선 후보자 초청토론회에 자막영상이나 수화통역사가 전혀 없는데다 선관위 관계자에게 통역사 배치를 요구하자 토론회가 시작한 지 30분이 지나서야 급히 배치하는 등 청각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고 분개하며 "선거법부터 수화통역 제공이나 자막삽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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