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초구내에 수화통역센터 설치를 촉구하며 한국청각장애인예술협회 변승일회장이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에이블뉴스>

서울시 서초구내에 수화통역센터 설치를 촉구하는 한 장애인의 무기한 단식농성이 9일 현재 나흘째 계속되고 있다.

단식농성의 주인공은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한국청각장애인예술협회의 변승일 회장. 변 회장은 “많은 청각장애인이 거주하는 서초구에 수화통역센터가 존재하지 않아 의사소통의 장애와 일상생활에 막대한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며 지난 6일 협회 사무실에서 서초구 내에 수화통역센터 설치를 요구하는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나흘 때 단식농성 중인 변승일 회장은 “서초구 내에 등록 안 된 청각장애인을 제외하고도 300명이 넘는 청각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는데 서초구 내에는 수화통역을 지원하는 곳이 한군데도 없다”며 “전국 어디나 청각장애인이 있는 곳이라면 하나쯤 있는 수화통역센터가 서울, 그것도 부자동네라고 하는 서초구에 없다는 것은 장애인복지에 대한 마인드가 없는 것으로 기본적인 상식으로도 이해되지 않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2년 3/4분기 기준으로 서초구에는 429명의 청각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 실제 이와 비슷한 수의 청각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 중구(309명)의 경우 자치구에 한 명의 수화통역사가 배치돼 있으며, 수화통역센터에는 3명의 수화통역사를 배치돼 통역을 돕고 있다.

그러나 변 회장은 “서초구지역에는 센터를 비롯해 수화통역을 할 어떠한 기구도 없다보니 수시로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사무실로 찾아와 전화를 부탁하고 업무 중에도 외부통역에 같이 가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밤낮없이 수시로 통역을 지원해주고 하다보니 한 명뿐인 건청인 직원이 외부에 나가기라도 하면 업무가 마비돼 버린다”고 호소했다.

실제 상당수의 청각장애인들이 말이 잘 통하지 않아 관공서 등에 민원을 접수하거나 서류를 떼러 갈 때, 혹은 사건이나 사고 발생 시 필답의 한계로 인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변 회장은 이와 관련해 “7년 전부터 서초구 내 거주 청각장애인들은 수화통역센터 설치를 요구하고 있으나 서초구에서는 수화통역센터 설립 요청에 대해 ‘설치할 계획이다’, ‘노력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계속 미루고 있다”며 “이는 이것은 청각장애인들의 인권뿐만 아니라 존재까지도 무시하고 있는 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개탄했다.

▲ 변 회장은 며칠간의 무리한 단식으로 인해 다리떨림증의 증상을 보였다. <에이블뉴스>
마지막으로 변 회장은 “서초구가 수화통역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하루빨리 수화통역센터를 설치를 통해 일하고 싶어 하는 청각장애인에게 직업재활기회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서초구청장이 직접 와서 수화통역센터 설치를 확답을 해주기 전까지는 병원에 실려가든 말든 계속 단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이와 함께 최근 만들어진 ‘서초구 수화통역센터의 설립을 요구하는 농아인들’ 모임의 회원들도 “서초구에 살고 있는 청각장애인들이 의사소통의 단절로 인해 얼마나 힘든지 과연 서초구청에서는 입장을 바꿔 한번만이라도 생각해본 적 있느냐?”며 “만약 변승일 회장의 투쟁만으로 되지 않는다면 1월 말경 서초구청에 들어가 단체 시위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초구청 장애인복지팀 이경섭 팀장은 “수화통역센터의 경우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요청한다고 맘대로 되는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공공부처나 중앙부처가서 요구할 사항을 자꾸 지방자치단체에 막무가내 식으로 요구하니까 너무 난감하다”며 “현재 서초구 내에 수화통역센터 설립에 필요한 수화통역사 배치와 사전 준비 등을 하고 있으므로 늦어도 2월중으로 설치할 계획을 가지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청각장애인예술협회 감사를 맡고 있는 안영회(37․나사렛대 교양학부 겸임교수)씨는 “다른 장애인의 경우 자신이 원하는 것에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제대로 되지 못한 행정에는 전화를 걸어 따질 수도 있지만 청각장애인은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착한(?) 장애인이라고 한다”며 “단지 듣거나 말을 할 수 없다 뿐이지, 요구사항이 없는 게 절대 아니다”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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