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부터 4일까지 방콕에서 열린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회의에 참석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양병호 연구원과 제주DPI 이준섭 회장이 토퐁 쿨캄칫 DPI 아태지역 본부장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지지서명을 받고

최근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정 움직임이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과 닮은 점이 많아 앞으로 법 제정에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정논의는 지난 1987년 WPA(World Programme of Action) 전문가 회의에서 장애인을 위한 국제조약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후 1987년 이탈리아 정부가, 1988년 스웨덴 정부가 장애인 조약 제정에 대한 제안을 유엔총회에 하면서 시작돼 지난 2001년 9월 멕시코 대통령 빈센트 폭스(Vincent Fox)가 이 문제를 제56차 유엔총회에 공식 상정, 이에 대한 유엔특별위원회 설립이 결의되면서 본격화됐다.

이러한 논의의 출발점에는 기존의 국제사회권조약, 국제자유권조약, 인종차별철폐조약, 여성차별철폐조약, 아동권리조약, 고문방지조약 등 6대 인권조약이 있지만 장애인에 대한 명시적인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각 국가의 정부들이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애인에 관한 세계행동계획’(1982), ‘장애인의 기회의 평등에 기반한 표준 규칙’(1993) 등 장애인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국제문서들이 있지만 법적인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국내에도 장애인복지법,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에 관한 법률, 특수교육진흥법,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을 위한 법률 등 장애인의 권리를 제시하고 있는 법들이 있지만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를 보장하고 있지는 않다는 지적이 일면서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이 추진되고 있다. 이렇듯 세계의 국제장애인권리조약과 국내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운동은 그 출발점에서 일맥상통한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출발배경과 함께 국제장애인권리조약은 장애인 문제에 대한 최근의 세계적인 흐름을 담아내는 것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내용의 수위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전망이다.

국제장애인권리조약은 오는 16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제2차 유엔특별위원회에서 그 내용이 확정될 예정으로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도출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4일 방콕에서 확정된 ‘방콕권고문’(Bankok Recommendations)의 내용만으로도 향후 국내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의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이 국내참가단의 설명이다.

이번 방콕회의에 참가했던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법제정위원회 양병호 전문위원(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연구원)은 “방콕권고문에 담겨있는 ‘정당한 편의제공’(reasonable accommodation), ‘접근성’(accessibility) 등의 내용은 시설적인 편의에 머물렀던 국내의 ‘편의증진법’의 한계를 짚어내고 있다”며 “방콕권고문의 장애와 차별, 접근성에 대한 정의, 권리 보장책 등 여러 가지 내용은 향후 우리나라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수준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장애인권리조약 논의과정에 장애인 당사자 및 관련 단체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부분 또한 장추련의 활동 등 장애인들의 법제정 운동의 당위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특히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박춘우 사무총장은 “방콕권고문에서 장애인 문제를 바라보는 아태지역 수준이 제시됐기 때문에 아태지역의 리더국가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 정부가 그 수준이하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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