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시카고 장애인 인권 운동. ⓒDisability Museum

미국에서 장애인 인권 활동가들을 교육하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영화 “빌리가 머리를 다쳤을 때”(When Billy Broke His Head, 1995)에서는 라디오 방송국 작가로 활동하던 주인공 빌리의 사고 이후의 삶에 대해서 조명하고 있는데 주인공이 장애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며 겪게 되는 미국 사회에서의 다양한 장애인의 일상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시카고 자립생활센터 프로그레스 센터 행진 모습. ⓒ정봉근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바로 장애인 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거리 투쟁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장애인 인권운동 단체 ADAPT 에서 시작한 장애인 이동권 운동은 급기야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가게 되고 미국 중심에 있는 거대한 도시 시카고로 수많은 장애인들을 집결시킨다. 그리고 장애인들은 주 정부를 상대로 한 이동권 투쟁을 위해 출근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든 통로를 봉쇄하기에 이르렀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시카고에 다니는 모든 대중교통수단은 장애인들이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장애인 편의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게 되었다.

미국 작은 사람들 협회 행진. ⓒ정봉근

그 당시 사람들은 장애인들의 주장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떻게 그 많은 예산을 정부에서 부담을 할 것이며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가 곧 시민 모두의 편리함을 가지고 올 것이란 것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시카고에서는 노인, 임산부, 장애인 할 것 없이 모두가 편리한 대중교통시스템을 갖추게 되었고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자립생활지원센터만 10여곳이 넘는다. 장애인들의 당사자주의 운동이 1990년 미국장애인법 ADA 제정을 이뤄냈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 차별을 법으로 금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장애아동과 부모들 행진 "우리 엄마가 말했어요. 모든 아이들은 특별하다고". ⓒ정봉근

그리고 지금도 미국에서는 장애인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다. 장애인 법의 시행이 제대로 이루어 지고 있는지 모니터링 하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에는 과감하게 투쟁을 하게 된다. 인권은 자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는 것이다라는 당사자주의가 적힌 푯말을 들고 거리로 나선 장애인들, 그들은 지난 주말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대규모 행진행사를 열었다.

그룹홈이 아닌 자립주택을 외치고 있는 장애청년. ⓒ정봉근

바로 시카고 장애인 인권 퍼레이드(Disability Pride Parade)인데 미국에서 유일하게 개최되고 있는 장애인 퍼레이드 행사 이다. 이날 만큼은 장애인들 모두 하나가 되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장애인 모두가 똑 같은 인간으로서,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사회에 알리게 된다.

무엇보다도 평소에 장애에 대해서 무관심 했던 비장애인들 역시 장애의 다양한 모습과 장애로 인한 불편함이 어떤 것인지 눈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되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의 모습을 통해 사회가 얼마만큼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인식하게 된다.

미국 시각장애인 재단 행진. ⓒ정봉근

특히나 인상적인 모습은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돕는 활동보조인들의 행진, 그 밖의 장애인 관련 정책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의 행진은 우리나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2016년 올림픽 유치를 준비중인 시카고에서는 이번 장애 Pride 퍼레이드 행사에서 장애인올림픽 메달 선수들을 대거 초청하여 올림픽 유치 홍보와 함께 장애인 체육 활동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함께 홍보하고 있었다.

시카고 장애인 퍼레이드는 매년 7월 24일에서 26일 사이에 개최되고 있으며 미국 장애인 법 제정일을 함께 축하하는 미국의 장애인의 날 행사이다. 이 행사는 올해로 6번째 열리고 있다.

*정봉근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현재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의과대학에서 작업치료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정봉근 칼럼니스트 현재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에 있으며 작업치료사, 보조공학사로서 장애인을 위한 기술을 개발, 연구하고 있다. 4차산업 혁명과 함께 앞으로 다가올 장애인의 일상생활 변화와 이와 연관된 첨단기술을 장애학 관점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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