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은 17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DT 서비스를 이용함에 있어 제한받는 것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면서 인권위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고자 인권위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에이블뉴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의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DT) 방식에서 이용 제한을 당한 중증장애인이 “차별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국가인권위원회를 규탄하며,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은 17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DT 서비스를 이용함에 있어 제한받는 것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면서 인권위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고자 인권위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2021년 9월 9일 15771330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가 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의 차별진정 기각을 규탄하는 모습.ⓒ에이블뉴스DB

■코로나 ‘DT’ 활활, 청각‧언어장애인 소외

앞서 올해 4월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지역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15771330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의 드라이브스루(DT) 시스템 이용에서 음성언어로 주문할 수 없는 청각장애인과 언어장애인이 배제되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의 ‘정당한 편의’에 대해 “장애인이 요구하는 방식 그대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면서도 “반드시 장애인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제공하여야 할 의무는 없고, 장애인이 실질적으로 재화를 향유할 수 있는 방식이라면 편의제공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기각 판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업체가 제시한 주차 후 매장 이용방법, 운전 시작 전 스마트폰 이용을 통한 주문방법 등의 다른 방식으로의 구매가 가능하며, 부기보드로 필담으로 주문하는 방법을 통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기 때문에 별도의 구제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이에 네트워크는 지난 9월 9일 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정 결정 규탄과 함께 “비대면 속 장애인 접근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은 17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DT 서비스를 이용함에 있어 제한받는 것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면서 인권위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고자 인권위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에이블뉴스

■주차후 이용·스마트폰 주문, “정당한 편의 아냐”

하지만 장애계는 업체에서 제시한 3가지 방식이 장애인의 정당한 편의제공이 아님을 반박했다.

먼저 ▲‘주차후 매장 이용’ 방식은 차를 운전하는 고객이 차에서 내리지 않고 비대면으로 신속하게 주문·결제를 진행하는 DT 시스템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 점 ▲‘운전 시작전 스마트폰 주문’은 불필요한 어플 가입 및 개인정보를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기업에게 제공하는 점 등을 들었다.

또한 ‘부기보드 필담으로 주문 방식’ 또한 수어 등을 하는 청각장애인에게는 편의지원 효과를 전혀 갖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3가지 방식 모두 당사자들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방식으로 드라이브스루(DT)에 접근해 재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정당한 편의제공’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이들은 청각·언어장애인 당사자들에게는 수어통역을 제공하는 화상 콜센터를 운영하면서 연결해주는 방식, 태블릿 PC형태의 스마트 전자메뉴판을 활용하는 방식 등을 요구했다.

이 같은 이용 환경 개선이 1년간 매출액 1조9000원에 달하는 업체에게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존재하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행정심판 청구인인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시형 권익옹호팀장.ⓒ에이블뉴스

■인권위 상대로 행정심판, “위법 결정 바로 잡아야”

이날 기자회견에 자리한 당사자와 법률대리인 등은 인권위의 기각 결정이 장애인의 현실을 외면한 위법‧부당한 결정이라고 규탄하며, 비장애인과의 동등한 접근권을 위해 시정해야 할 것임을 촉구했다.

청구인인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시형 권익옹호팀장은 “드라이브스루 이용에 있어 장애인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은 올해 2월 인지했고, 해당 업체에 공문을 보냈지만, 별다른 대안없이 매장으로 들어오라는 이야기 뿐이었다”면서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지만, 앞장서서 차별을 구제해야 할 인권위가 업체 측의 해결책만 듣고는 곧바로 차별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너무 어이가 없는 결과”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업체에서 제시한 방법들은 장애인의 완전한 차별을 해소하고 권리구제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오히려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개인이 감내하는 문제로 취급할 수밖에 없는 방식을 제시했다”면서 “행정심판이 받아들여져서 기각 결정을 취소하고, 업체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는 권고를 내려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청구 대리를 맡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나동환 변호사.ⓒ에이블뉴스

청구 대리를 맡은 장추련 나동환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일반논평 등의 내용을 종합했을 때, ‘정당한 편의제공’은 장애의 정도와 특성을 고려한 적절한 조정을 통해 시설·서비스 등에 대한 접근성 보장을 위해 편의지원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 당사자의 필요와 요구에 부합하는 효과를 달성하는 내용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즉, 편의를 제공하는 업체 측이 일방적으로 정한 내용으로 지원했다고 해 그것으로서 ‘정당한 편의제공’이 이뤄졌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

이어 나 변호사는 “이번 인권위 기각 결정은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의 의미를 오해함으로써 드라이브스루(DT)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청각·언어장애인의 현실을 외면한 위법·부당한 결정"이라면서 “일상생활 곳곳에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가 깊숙이 자리잡은 상황에서 청각언어장애인의 접근성 보장을 위한 환경개선이 필요없다고 판단한 인권위는 각성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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