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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귀화, 생계유지능력 증명 “차별”

서류 제출 어려움, 판단 보류로 ‘생존권 위기’

인권위 진정 제기…“국적취득방안 마련” 촉구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9-10 11:58:06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1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법무부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서를 제출하는 모습. (왼쪽부터)재단법인 동천 정제형 변호사. 장애인당사자 왕 모 씨, 인강원 김재원 사무국장.ⓒ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1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법무부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서를 제출하는 모습. (왼쪽부터)재단법인 동천 정제형 변호사. 장애인당사자 왕 모 씨, 인강원 김재원 사무국장.ⓒ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생존권을 위해 간이귀화를 신청한 중증 발달장애인에게 생계유지능력을 증명하는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은 1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법무부를 상대로 인권위 진정을 제기, 생계 능력 유지 요건을 면제하거나 완화하는 등의 중증장애인 특성을 고려한 국적취득 방안을 촉구했다.

진정서에 따르면, 1970년 대만국적의 아버지와 한국 국적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왕 모 씨(51세)는 출생 당시 아버지의 국적인 대만 국적을 취득, 한국 체류자격(F-2 비자)를 받아 국내에서만 생활해왔다.

이후 왕 씨는 어머니의 가출과 양육을 맡아줬던 고모의 갑작스러운 정신질환으로 만 15세가 되던 해인 1985년 도봉구청을 통해 장애인거주시설 인강원으로 입소했다. 입소 이후 연고자들과의 연락이 두절되면서 1996년 체류자격 만료도 모른 채 36년간 시설에서 살아왔다.

체류자격이 없다는 사실은 올해 탈시설을 준비하면서야 알았다. 탈시설자립지원계획 등의 진행과정에서 국적회복이 필요해 지난 6월 서울출입국 외국인청 세종로출장소에 방문해 체류자격 발급을 신청했다. 중증장애인이라는 점 등을 참작해 3000만원의 불법체류 범칙금을 면제받고, 7월 3일 비로소 3년의 F-2-99(기타장기체류자) 체류자격을 발급받았다.

하지만 왕 씨의 문제는 끝이 아니었다. 3년간의 체류자격은 부여받았지만, ‘장애인복지법’ 상 F-2-99(기타장기체류자) 체류자는 장애인등록 뿐 아니라 최소한의 생존권을 위한 장애인연금 등 사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다.

당장 9월부터 사회복지급여 및 서비스가 일제 중단되고, 건강보험료도 약 13만원씩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

장추련은 진정서를 통해 ‘왕 씨의 지적장애 정도는 일상생활에서 간단한 지시만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해 비장애인과 같이 취업해 노동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최소한의 기본적인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한국 국적자로 장애인등록을 해 장애인연금 등을 통해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왕 씨는 7월 21일 국적취득을 위해 다시 외국인청에 간이귀화를 신청했지만, 외국인청은 ‘국적법 시행규칙’ 상에서 정하는 생계유지능력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간이귀화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고 있는 상태다.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3000만원 이상의 금융재산 증명 서류 ▲공시가격, 실거래가 또는 시중은행 공표 시세가 3000만원 이상에 해당하는 부동산 소유 증명 서류 ▲재직증명서 등으로, 중증 지적장애인인 왕 씨가 구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장추련은 “외국인청은 ‘국적업무처리지침’ 상 생계를 유지할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완화할 수 있는 규정이 없으므로 간이귀화를 인정할 수 없고 경제적 사유를 완화하는 지침을 만든 뒤에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 “중한 정도의 장애를 가진 왕 씨가 제출할 수 없는 서류들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할 뿐 아니라, 판단을 보류하는 동안 기초보장급여를 전혀 보장받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생계 유지 능력 요건을 비장애인에게 요구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으로 장애인에게 요구한다면 경제활동이 어려운 장애인으로서는 이를 충족하기 어렵다”면서 “장애인이 귀화허가 신청을 하는 경우, 생계 능력 유지 요건은 면제되거나 완화되는 등 비장애인에게 적용되는 것과는 달리 적용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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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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