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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이웃·조카 속여서 재산 ‘꿀꺽’

4년간 대출금·카드 발급 ‘억소리’, 각각 징역형

권익옹호기관 ‘장애인 학대사건 판례집’ 정리-③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9-03 17:56:31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피해자 지원을 실시한 장애인 학대사건 중 확정된 사건의 판결문을 선별해 판례집으로 최근 발간했다.

판례집에는 총 67건의 사건이 수록되어 있고, 장애인학대 사건별 개요, 피해자·행위자의 특성, 이용된 범죄 수법, 처벌실태 등 장애인학대의 내용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장애인학대는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경제적 착취, 유기, 방임으로 구분하고 있다. 판례집에 수록된 사건 중 유기나 방임으로 인정된 사건은 극히 적었고, 경제적 착취에 해당하는 사건 중 노동력 착취는 별도로 분류할 정도로 많았다.

에이블뉴스는 판례집 중 ‘가정 등에서 발생한 학대사건’을 중심으로, ▲신체적․정서적 학대 ▲성적학대 ▲경제적착취 ▲노동력 착취 등 4편으로 나눠 정리한다. 세 번째는 ‘경제적 착취’ 판례다.


경제적 착취란 피해자의 장애를 이용해 재산을 갈취하거나 편취해 부당하게 이득을 얻는 행위를 말한다. 노인이나 아동학대와 비교했을 때 장애인학대에서 두드러지게 많이 발생하는 유형이기도 하다.

■지적장애인 명의로 ‘대출 사기’, 실형 선고

대출 사기를 위해 지적장애인의 명의를 이용한 피고인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피고인은 사업비용, 생활비 등이 필요하게 되자 2015년 9월경부터 1년간 지적장애인 명의의 허위 재직증명서, 급여통장 등을 만들어 9개 대부업체에 총 6000만원을 대출받아 편취했다.

또 다른 피고인은 2016년 1월경 피해장애인에게 자신의 주거지를 임대해 줄 의사가 없었음에도 피해장애인을 임차인으로 하는 허위 부동산전세계약서를 작성하고, 허위 재직증명서를 만들었다. 이를 은행에 제출해 피해장애인 명의로 7700만원의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편취했다.

이에 법원은 이들 피고인 3명에 대해 사기, 상기방조죄로 기소해 각각 징역 2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등을 선고했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지적장애인이 명의를 도용당하는 일은 매우 흔한 데 그 과정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하는 경우 자발적인 명의 대여로 인정돼 공범으로 기소되는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 사건은 소위 작업대출에 지적장애인이 마치 도구처럼 이용된 사건으로, 범행을 주도한 피고인에 대한 실형 선고는 타당하다”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장애인 속여서 휴대폰 개통, “주의 필요”
피고인은 2016년 10월경 여자친구의 지인인 지적장애인에게 휴대폰을 하나 개통하면 그 휴대폰을 팔아 판매대금을 주고, 요금은 자신이 내겠다고 속였다.

이후 피고인은 시가 100만원의 휴대폰 한 대를 개통하게 한 후, 이를 편취했다. 법원은 피고인을 사기로 인정해 최종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지적장애인에게 매우 흔하게 발생하는 사기 범죄에 대한 벌금형 선고 사건”이라면서 “지인의 부탁이나 요구 혹은 소액의 금전을 제공한다는 말에 현혹돼 장애인들이 유사한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자칫 매우 큰 금전적 피해를 입거나 공범으로 기소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4년간 지적장애인 이웃 재산 빼앗은 중국집 부부

중국집을 운영하는 사실혼 부부 A와 B는 이웃으로 알게된 피해자들이 문맹이며, 지적장애가 있다는 것을 이용해 재산을 상습적으로 빼앗아 징역형을 받았다.

피고인들은 피해자로부터 1억 2000만원을 보관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채무변제 등 개인용도로 사용했으며, 피해자 소유의 휴면예금을 송금받아 생활비 등으로 썼다. 또 피해자에게 건물을 사준다며 매매대금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을 받아 편취했으며, 이후에도 돈을 빌려주면 이자를 잘 받아주겠다며 각 9000만원, 5000만원을 편취했다.

이들은 4년간 피해자 명의로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금, 휴대전화 개통, 카드 발급 등으로 재산을 상습적으로 착취했다.

법원은 2019년 사기, 절도, 횡령 등의 혐의로 피고인들에 대해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사실혼 부부가 이웃에 살고 있는 장애인 피해자 일가족에 대해 장기간 상당한 액수의 금원을 착취한 사건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도 “사실혼 배우자가 구속됐다는 점이 유리한 정상이 된 부분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판결의 한계를 지적했다.

■장애인동생․조카 주거급여비, 통장 ’꿀꺽’

중증 지적장애인 동생을 둔 A씨는 2018년 동생에게 기초생활수급자 지위가 있음을 이용해 동생 명의의 아파트를 전세임대 받은 뒤 다른 사람들이 머무르게 하면서, 이 아파트에 동생이 거주하는 것처럼 속여 동생의 주거급여비를 지급받았다. 법원은 A씨에 대해 주거급여법 위반 혐의로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중증 지적장애를 가진 동생이 의사표현을 쉽게 하지 못하는 상태임을 기회로 삼아, 장애인의 명의를 도용해 사회보장서비스를 친족이 수탈하는 형태의 범죄는 전형적인 장애인 학대 범죄와 유사하다”면서 “단순히 국가 재정의 피해를 넘어 장애인의 사회보장수급권을 박탈해 삶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조카의 통장을 관리하면서 생활비 등으로 횡령한 사건도 있었다. 2018년 1월경부터 약 한 달간 11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통장에서 약 1400만원을 횡령한 것. 법원은 피고인들에게 횡령 혐의로 숙모와 삼촌에게 각각 징역 4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상당수의 친족에 의한 장애인 경제적 착취 범죄는 친족상도례 때문에 처벌까지 이뤄지는 경우가 드물다. 근본적인 개선 방안이 고민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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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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