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대학생, 도우미 덕분에 학교생활에 자신감을 얻었어요’ 교육부 홍보물은 장애인을 의존적 존재, 시혜의 대상으로 묘사하는 표현을 사용했다.ⓒ국가인권위원회

정부가 공식 홍보물에서 여전히 장애에 대한 시혜적인 시선과 부정적인 관점을 담은 부적절한 차별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혜적 의미를 가진 ‘장애우’라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신체적 장애를 극복’ 등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2021년 3월부터 2개월동안 정부 홍보물의 혐오표현 실태를 파악한 모니터링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이번 모니터링은 성별, 장애, 인종·이주민 등 3가지 속성을 중심으로 한국YWCA연합회(성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애), 아시아인권문화연대(인종·이주민)에 업무위탁을 통해 실시했다.

정부 홍보물은 국가 정책의 소통창구라는 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어떤 단어, 표현, 이미지 등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시민의 인식, 태도,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모니터링 결과, 직접적인 혐오표현이 줄어들고 차별적 표현의 정도가 약해지고 있으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담은 표현이나 이미지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홍보물의 혐오표현 실태 모니터링 중 ‘장애인’ 부분.ⓒ국가인권위원회

이중 ‘장애’ 관련 모니터링을 자세히 보면, 심각한 수준의 차별표현이 발견되지는 않았으나, 장애에 대한 시혜적인 시선과 부정적인 관점을 담은 부적절한 차별적 표현이 발견됐다.

장애와 관련된 금지된 표현(장애우, 정신지체, 정상 등)이 16건(47%), 장애극복, 능력 개발, 장애인은 어렵다/안된다 등 선입견과 편견이 포함된 표현 18건(53%)으로 나타난 것.

구체적으로 장애인의 반대적인 표현으로 정상인, 일반인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장애인에대한 수동적, 시혜적 의미를 내포한 ‘장애우’가 다수 행정부처에서 사용됐다. 2008년 ‘정신지체’가 ‘지적장애’로 명칭이 변경됐음에도 여전히 ‘정신지체’라는 명칭을 쓰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다르게 평범하게 살지 못한다는 편견을 담거나, ‘신체적 장애를 극복’, ‘시각장애를 딛고’ 등의 문장을 통해 장애를 극복의 대상, 감동의 원천으로 묘사하는 경우도 발견됐다.

한 예로 교육부의 ‘장애대학생, 도우미 덕분에 학교생활에 자신감을 얻었어요’ 홍보물은 장애인을 의존적 존재, 시혜의 대상으로 묘사하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정상인, 일반인, 장애우, 정신지체, 도전과 극복 등의 차별표현이 발견되고 있는데, 이는 장애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정부가 비장애인 중심의 정상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홍보물 관련 규정 및 점검 절차·체계 보완, 공무원의 인권감수성 증진을 위한 교육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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