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 6개 단체가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중증장애인 선거권 보장 요구를 거부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규탄하며 “중증장애인 생애 첫 지역사회 현장투표를 보장하라”고 외쳤다.ⓒ에이블뉴스

제21대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중증장애인의 참정권이 박탈될 위기에 처했다. 산소호흡기를 사용하는 중증장애인이 생애 첫 현장투표를 위해 의료진 등의 편의 지원을 요청하며, 국가인권위원회 진정과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선관위는 여전히 ‘묵묵부답’인 상태.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 6개 단체가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중증장애인 선거권 보장 요구를 거부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규탄하며 “중증장애인 생애 첫 지역사회 현장투표를 보장하라”고 외쳤다.

장추련에 따르면, 당사자인 이수찬 씨는 근육에 힘이 빠지면서 걷거나 앉는 것조차 힘든 근이영양증을 가지고 있는 중증장애인으로, 일상생활 시 산소호흡기를 착용해야 한다.

이 씨는 최근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외출을 거의 하지 못한 채 누워서 생활하고 있어 제대로 된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했으며 선거 때마다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거소투표 안내만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장애를 가진 사람도 사회참여 권리가 있다’는 사회적 인식개선이 필요함을 느끼고 생애 처음으로 지역사회에 직접 나가서 현장투표를 진행할 것을 결심, 지난 1월 29일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통해 옥천군선거관리위원회에 편의 지원을 요청했다.

2월 14일 옥천센터의 협조요청을 받은 옥천군선관위는 당사자에 의료지원 등이 가능할 것 같다고 구두로 전했고, 이 씨 또한 외출을 위해 생애 처음 거상형(침대형) 휠체어를 대여했다.

그러나 10일이 지난 24일, 옥천군선관위는 당사자가 투표소 방문 시 장애에 따른 이동지원을 위한 교통수단, 응급상황에 따른 의료진 등의 편의 지원은 보건소와 소방서 등 관련 기관에 문의한 결과 지원키 어렵다는 답변을 보내왔다는 것.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 6개 단체가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중증장애인 선거권 보장 요구를 거부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규탄하며 “중증장애인 생애 첫 지역사회 현장투표를 보장하라”고 외쳤다.ⓒ에이블뉴스

이후 옥천센터는 장추련에 도움을 요청해 지난 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씨가 현장투표를 할 수 있도록 모든 편의를 제공해달라며 긴급구제를 요청한 바 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 또한 “누구도 배제되지 않으며, 차별 없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국가는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선관위는 ‘묵묵부답’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왼쪽부터)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임경미 소장, 희망을만드는법 김재왕 변호사.ⓒ에이블뉴스

장추련 김성연 사무국장은 “투표가 내일모레로 다가와도 옥천군 선관위는 ‘우리의 의무가 아니다’라면서 어떠한 지원도 해주지 않고 있다. 모든 투표의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선관위의 책임이 없다면 중증장애인은 누구의 도움을 통해 투표해야 하냐”면서 “내가 아무리 중증장애를 갖고 있더라도 내가 어디서 투표할지는 자기결정권의 문제다. 장애와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곳에서 투표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선관위의 의무다. 장애를 이유로 선거권이 박탈당하는 일이 없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피력했다.

총선 투표를 이틀 앞둔 현재,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옥천군 선관위 앞에서 “편의 지원을 해달라”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답변을 보내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이수찬 씨가 15일 당일 현장투표를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어 센터 자체적으로 편의 지원에 나서기로 한 상태다.

옥천센터 임경미 소장은 “지난주 국가인권위 진정 이후 옥천군 선관위 앞에서 1인 시위를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다. 농어촌 지역의 경우 이동이 어려워 선거 때 이동지원을 해준다. 이 씨 또한 장애로 인해 혹시 모를 위험 상황에 대비해 의료진을 배치해달라고 요구한 것인데 다 무시한 것”이라면서 “이 씨는 끝까지 현장 투표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어 센터 활동가, 사설 구급대까지 섭외해서 지난 10일 예행연습까지 마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 소장은 “당사자는 1년에 한 번 외출하는 것도 힘들지만, 직접 현장투표에 나서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는 것은 엄청난 결정이고, 그 결정을 절대 꺾게 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 변호사는 “집에서 하는 거소투표의 경우 도저히 투표소에 갈 수 없을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 씨가 직접 투표소에서 투표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당연한 이야기이며 국민의 권리”라면서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관위는 관련 공무원, 기관 등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그 대상에는 보건소도 포함돼 있는데, 선관위의 의료지원 거부는 납득할 수 없다. 편의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응당한 대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 6개 단체가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중증장애인 선거권 보장 요구를 거부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규탄하며 “중증장애인 생애 첫 지역사회 현장투표를 보장하라”고 외쳤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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