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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선수 폭력 노출, 보복 무서워 ‘쉿’

22%가 폭력·학대 경험, 67%가 신고 후 ‘2차 피해’

인권위, '장애인 체육선수 실태조사 결과' 발표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2-13 15:46:11
장애인 체육선수들이 폭력 및 학대, 성폭력 사각지대에 놓여있지만, 보복이 두렵다는 이유로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15%로 매우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도움을 요청한 67.3%가 오히려 불이익 처분 등 2차 피해를 입은 것.

국가인권위원회가 1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장애인체육선수 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2019년 9월말부터 10월말까지 장애인 체육선수 155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인권위의 이번 조사결과, 우리나라의 장애인체육을 총괄하는 대한장애인체육회를 중심으로 장애인 선수의 인권보호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는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선수들이 성폭력 등 신체의 자유침해와 스포츠 활동 과정에서 차별 또는 거부를 경험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장애인체육선수 폭력 경험ⓒ국가인권위원회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인체육선수 폭력 경험ⓒ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선수 폭력 위험지대” 22%가 경험

“어릴 적 장애로 인해 다른 선수들보다 이해도가 떨어져 훈련을 따라가는 속도가 늦다보니.......<중략>.......감독으로부터 험한 말을 듣는 경우가 많았다.”

먼저 전체 응답자의 22.2%인 354명이 구타 및 욕설, 비하 등을 비롯한 13가지 폭력 및 학대 유형 중에 하나라도 피해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협박이나 욕, 모욕적인 말을 들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13%로 가장 높았고, 과도한 훈련, 기합과 얼차려 등 체벌 그리고 구타(폭력) 피해도 상대적으로 많았다. 빈 공간에 갇힌 경험도 1.5%로 나타났다.

장애유형 및 정도별로 분석했을 때, 정신적 장애이면서 경증인 경우의 폭력 피해자 비율이 다른 장애유형에 비해 거의 2배에 해당하는 45.5%로 가장 높았다.

폭력 및 학대 가해자는 ‘감독/코치’가 49.6%로 가장 많았고, 이 같은 행위는 ‘훈련장’ 59.4%, ‘경기장’이 30.7%, ‘합숙소’ 13.3% 등으로 주로 체육활동이 행해지는 공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9.2%는 성폭력 피해, 가해자 대부분 ‘감독‧코치‧선배선수’

육체·언어·시각적 성희롱 등 성폭력 피해 경험자는 143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9.2%에 이르렀다.

폭력가해자의 절반은 감독/코치, 32%는 선배선수로서, 이들이 전체의 약 82%를 차지했다.

피해자 중에서 운동부 내부나 외부 기관에 도움(신고 등)을 요청한 경우는 15.5%로 매우 낮았고,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는 ‘보복이 두려워서’, ‘선수생활에 불리할까봐’라는 응답이 전체의 약 36%였다.

연구를 수행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피해자가 가해자 보다 낮은 위치에 있어 나타난 결과로 해석이 가능하다”면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계적 관계에 의한 폭력 재생산 구조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외부기관 신고한 피해자 67%가 ‘2차 피해’

“오히려 신고했다가 코치와 사이가 좋지 않게 되면 경기출전과 같이 운동선수로의 삶이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장애인 체육계의 자체적인 구제 절차와 장치는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체육선수 성폭력 피해경험자 중 35%는 기분이 나쁘지만 참고 모른 체 하는 등 대응하지 않았고, 50.3%는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신고하지 않았다고 답한 것.

더욱이 내·외부 기관 및 지도자나 동료선수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경우에도 67.3%에 이르는 다수가 오히려 불이익 처분 등 2차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2차 피해양상으로는 △‘내외부기관에서 나를 보호하지 않거나, 나의 사건 접수를 운동부 지도자와 동료에게 내 허락도 없이 알렸다’ 11. 5% △‘내외부 기관에서 나에 대해 조사하면서 기분 나쁜 질문을 하거나, 나를 오히려 비난하고 의심하였다’ 3.8% △‘내외부 기관에서 오히려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화해나 합의를 유도하였다’13.5% △‘기관에서 가해자가 운동부 지도자 및 동료들에게 자신에게 유리한 말로 피해 상황을 다르게 알렸다’는 응답이 19.2%로 가장 많았다.

■“승리지상주의로 몰린다” 학습권 침해 심각

대회출전이나 시합 준비(훈련)의 이유로 학교(학과)수업에 빠지는 경우에 대해 66.7%(136명)는 빠진 경우가 있다고 응답(‘가끔 있다’는 응답이 38.2%로 가장 많고, ‘종종 있다’는 응답은 15.2%, ‘항상 있다’는 응답은 13.2%)했고, 이들 중 81.6%는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수업 결손 시 스스로 보충한다는 응답이 중고등학생의 경우 45.1%, 대학(원)생의 경우 60%로 나타났다.

반면 운동과 공부(학업) 병행이 필요한 지에 대해서는 대학(원)생의 87.6%, 중고등 학생의 81.8%가 자신의 장래 진로나 기본적 소양을 위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과반이 넘는 장애학생들이 스스로 또는 학부모가 학습 자료를 이용해 수업을 보충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체육시설 이용 시 불편한 이유.ⓒ국가인권위원회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인 체육시설 이용 시 불편한 이유.ⓒ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 ‘불편’, 이용 차별까지

“운동과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어 주말에 장애인 전용시설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민간체육시설은 이용하고 싶은데,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이유로 출입이 제한되는 등 관련 차별 경험을 동료 장애선수들이 말해줘서 아예 가본 적이 없습니다.”

장애인 체육선수의 56.9%는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을, 58.9%는 국가나 지자체 공공체육시설, 55.9%는 민간체육시설을 이용해 운동하였거나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 이용자 중 35.7%가 불편하다고 응답한 가운데, 그 이유로는 장애인 운동기구, 장비 등이 부족해서(33.5%), 샤워시설 등 편의시설이 부족해서(25.3%) 등의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또 국가 및 지자체 운용 공공체육시설 이용자 중에서도 29.1%는 장애인화장실, 엘리베이터 등 시설미비로 이용이 어려웠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민간 체육시설 이용자 중 32%도 장애인 접근 시설 미비로 이용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 선수들 상당수는 체육시설 이용 등에서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육시설 이용에서 ‘장애인이라 안전상의 이유로 이용을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공공시설 이용자의 24.9%, 민간 체육시설 이용자의 21.4%에 이르고, 공공시설 이용자의 15.6%, 민간시설 이용자의 17%는 ‘장애가 심각하다는 이유로 시설 이용을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생리일도 미뤘다” 여성선수들 재생산권 위협

“선수가 알아서 참고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지 생리를 한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주변 동료 선수들이 약을 먹고 생리시기를 조절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시합을 앞두고는 많이들 하고 있습니다. 시합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장애여성 선수들의 건강권 및 재생산권 또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결과 장애여성 선수의 28.9%는 생리 시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경기출전이나 훈련이 어렵다고 말했지만 거부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여성 선수의 18.9%는 경기나 중요한 시합을 위해 피임약을 먹고 생리일을 미룬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같은 실태조사를 통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장애인 체육선수 지도자에 대한 장애 감수성 및 인권 교육 의무화 ▲이천훈련원 및 지역 장애인체육회 내 인권상담 인력 보강 및 조사 절차의 독립성 강화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 및 공공 체육시설에 대한 장애영향평가 실시를 통한 시설 이용·접근의 장애요소 점검 및 장애친화적 시설환경 조성 등의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이번 조사결과와 정책토론회 등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전문가 및 관계 기관과 공동의 검토와 협의를 거쳐 정책개선 대안을 권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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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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