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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여성 유인·간음, ‘무죄’ 판결 분노

법원 “위계 아니다”…‘걸림돌’ 선정 불명예

‘장애등급 조정·이동권 보장’ 2건씩 디딤돌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11-20 16:48:43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및 공익소송 보고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및 공익소송 보고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지하철에서 만난 지적장애여성에게 5000원을 건네며 유인, 모텔로 데려가 간음했음에도 위계를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올해 ‘걸림돌’ 판결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얻었다.

반면, 장애인 인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디딤돌’ 판결에는 장애등급 불복, 이동권이 각각 2건씩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및 공익소송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 디딤돌, 걸림돌 선정 대상 판결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선고된 판결로, 장애와 관련된 사안이 주요하게 다뤄진 판결이다.

그 결과 장애인 인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디딤돌’ 8건, 부정적 영향을 준 ‘걸림돌’ 3건을 선정했다.

2층 광역버스를 이용하던 장애인이 내부 공간이 좁아 시야 확보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 승소한 사건.ⓒ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2층 광역버스를 이용하던 장애인이 내부 공간이 좁아 시야 확보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 승소한 사건.ⓒ에이블뉴스
■‘디딤돌’ 판결, ‘이동권·장애등급’ 눈길=눈에 띄는 ‘디딤돌’ 판결은 8건 중 2건씩을 차지한 장애인 이동권과 장애등급이다.

먼저 이동권 관련 판결은 2층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휠체어 사용 지체장애인이 버스 내부 공간이 좁아 정면을 응시하지 못한다며,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제1심에서는 ‘원고의 주장이 모두 이유 없다’고 청구를 기각했지만, 이에 불복해 항소한 결과, 2심서 승소한 것. 2심 재판부는 교통약자법 규정대로 휠체어 사용 전용공간이 확보돼야 한다며, ‘장애인 차별’로 판단했다.

이 판결은 장애인의 안전한 이동권인권보장의 차원에서 구체적, 적극적으로 실현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디딤돌’로 선정됐다는 평가다.

또 다른 이동권 관련 ‘디딤돌’ 판결은 휠체어 승강설비 고장을 이유로 승차거부를 당한 장애인이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해당 원고는 2016년 4월부터 11월까지 시내버스를 이용하려고 했지만, 휠체어 승강설비 고장, 기사의 휠체어 승강설비 사용법 무지 등으로 승차거부를 당해왔다. 이에 법원은 ‘장애인 차별’로 인정했다.

장애등급 외 결정을 받은 장애인 3명이 각각 소송을 제기, 처분이 위법이라는 판결을 끌어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등급 외 결정을 받은 장애인 3명이 각각 소송을 제기, 처분이 위법이라는 판결을 끌어냈다.ⓒ에이블뉴스
그 외 ‘디딤돌’로 판결된 사건 중에는 장애등급이 하향 조정됨에 따라 수급권에 제약이 생긴 뇌전증장애인에게 장애등급 결정을 취소한 사건이다.

2013년 뇌전증 3급을 받은 원고는 3년 후인 2016년 장애등급 재판정을 받았다가 4급으로 1등급 하락했다. 이후 이의신청을 거부당한 그는 소송을 제기, 법원이 “장애등급이 하향될 정도로 장애 상태의 변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다른 장애등급 관련 ‘디딤돌’ 판결은 장애등급 외 결정을 받은 장애인 3명이 각각 소송을 제기한 사건으로, 각각 신생아일 때 소장 절제 수술을 받은 점, 장기간 화상 치료로 인한 다리 근력 약화, 백반증 등을 고려해 등급 외 결정 처분이 위법이라는 판결을 끌어냈다.

20일 장애인 인권 디딤돌 걸림돌 판결 결과를 발표하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권재현 정책홍보국장.ⓒ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20일 장애인 인권 디딤돌 걸림돌 판결 결과를 발표하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권재현 정책홍보국장.ⓒ에이블뉴스
■“장애 몰랐다” 지적장애여성 성폭력걸림돌’=반면, ‘걸림돌’ 판결 3건 중 2건이 지적장애여성 성폭력 사건이 선정됐다.

먼저 지적장애 청소녀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장애에 대한 몰이해로 장애인 강제추행죄가 인정되지 않은 사건이다.

보험설계사인 피고인은 보험계약 체결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19세의 지적장애 3급의 피해자를 만났다. “드라이브를 하고 점심을 먹자”며 승용차에 태운 그는 인적이 드문 공터에서 피해자에게 “눈을 감으라”고 말한 후 입을 맞추고, 음부를 만지는 등의 행위를 저질렀다.

하지만 1심 법원은 피해자의 비교적 양호한 정신 능력, 피고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 등이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장애인 강제추행이 아닌 강제추행 혐의로 판단, 집행유예 3년의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지적장애여성 대상의 위계를 이용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위계 행위를 인정하지 않은 사건.ⓒ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적장애여성 대상의 위계를 이용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위계 행위를 인정하지 않은 사건.ⓒ에이블뉴스
또 다른 판결은 지적장애여성 대상의 위계를 이용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위계 행위를 인정하지 않은 사건이다.

여기서 ‘위계’는 간음의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킨 후 그런 심적 상태를 이용해 간음한 것을 말한다.

피고인은 전체 지능지수 54인 지적․정신장애 2급의 피해자를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나, 현금 5000원을 건네며 “맛있는 것을 사 줄 테니 가자”고 유인했다.

피해자가 피고인을 따라 순순히 내리자, 피해자를 모텔로 데리고 가 현금 3만원을 주면서 “돈을 더 줄 테니 같이 자자”며 옷을 벗기고 간음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인이 5000원을 건네며 함께 지하철을 내렸다 하더라도, 이는 유인행위로 평가할 수 있을 뿐 위계간음하지 않았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마지막 ‘걸림돌’ 판결은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염전노예사건 피해자 8명 중 7명의 청구를 기각한 사건이다.

2014년 사회 이슈로 떠오른 염전노예사건 이후 구출된 피해자들은 대한민국, 신안군, 완도군을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1심에서 한 명의 원고에 대한 국가 책임만 인정한 바 있다. 현재 나머지 7명의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오는 23일 2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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