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뇌병변장애인 유재근씨가 인천 계양구청을 장애인차별로 진정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노트북은 어떻게 샀나?”

“한약은 어떻게 구매해서 먹었나?”

“통장의 일년치 거래내역을 보여달라”

기초생활수급 부정수급 조사과정에서 자의적 기준을 잣대로 수급자의 계좌내역을 요구한 인천 계양구청이 장애인차별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됐다.

15771330장애인차별상담전화 평지(이하 평지)와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12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인천 계양구청 장애인차별진정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평지에 따르면 뇌병변장애인 유재근씨는 최근 인천시 계양구청 주민생활지원 담당자로부터 기초생활수급비 부정수급에 관련한 조사를 받았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유씨의 지출이 수상하니 수급권자 자격이 있는지 확인해달라는 제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인과정에서 계양구청 담당자가 말한 질문들은 당사자에 관한 사생활 침해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이었다는 게 평지의 설명이다. 특히 부정수급 제보의 원인이 된 노트북·한약 구매의 용처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통장의 일년치 거래내역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즉 자의적 기준을 잣대로 유씨를 범죄자 취급하며 적법한 절차 없이 통장내역 확인을 요구한 것이다. 계좌내역 확인은 법원의 제출명령, 법관이 발부한 영장 등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특별한 경우에만 할 수 있다.

평지는 해당 공무원의 발언은 자의적 기준에 따라 수급비 사용처를 추궁하는 행위는 역할을 망각한 권위적 태도이고, 공식사과와 담당자를 비롯한 직원들에 관한 장애인식개선교육이 이뤄져야한다는 입장이다.

(왼쪽부터)노들장애인야학 추경진 학생, 해당사건 당사자 유재근씨, 민들레자립생활센터 정명호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노들장애인야학 추경진 학생은 “수급비를 몇 달간 아끼면 목돈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우리가 몇 백만원 짜리 물건을 사면 범죄자냐”라고 반문한 후 “다시는 이런 일(수급자를 무시하는)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사건 당사자 유재근씨는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을 고치기 위해, 한의원에 갔고 한약을 지어먹었다. 노트북 작업이 필요해 세일할 때 구매했다”면서 “수급자는 몸이 아파도 약을 먹으면 안 되고, 노트북이 없어서 피시방을 가야만 하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이어 유씨는 “담당자는 내게 동생이 관리해주는 별도의 계좌가 있는지 물었다. 나를 결정권도 없는 (계좌관리를 못해 동생의 도움을 받는)바보 멍청이로 만들었다”면서 “정말 기분이 상했다. 이는 명백한 장애인차별”이라고 강조했다.

민들레자립생활센터 정명호 활동가는 “수급비를 아껴서 본인에게 필요한 것을 구입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한 후 “이 나라는 수급비를 깍으려는 궁리만 하는 것 같다. 복지는 낭비가 아니라 국가의 의무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12일 진행된 인천 계양구청 장애인차별진정 기자회견 전경.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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