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연금공단 규탄’ 피켓을 든 장애인.ⓒ에이블뉴스

“우리는 떼쓰는 것이 아닙니다. 정정당당히 임대비를 내고 들어가겠다는데 입주를 거부하다니요. 어찌해서 2017년도에 이런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지는 겁니까?”

17년째 장애인학생 60여명이 재학 중인 대전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가 국민연금공단 대전지역본부로부터 임대를 거부당했다. 처음에는 할인조건까지 제시하며 적극적이었지만, 평생교육시설과 무관한 ‘노유자 시설’이란 핑계를 대며 결국 불가능함을 통보했다. 이는 “장애를 이유로 한 부당한 차별”이라는 주장이다.

29일 모두사랑야간학교 오용균 교장과 30명의 학생들은 버스로 2시간 30분을 이동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 도착,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와 함께 국민연금공단 대전지역본부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했다.

모두사랑야간학교는 지난 2001년 6월 개교한 장애인평생교육시설로, 2005년부터 구 대전서구청 건물을 임차해 사용해왔다. 그중 지난해 건물이 주차장부지로 사용이 확정, 오는 6월까지 다른 장소로 이전할 것을 교육청으로부터 통보 받았다.

시와 교육청으로부터 보증금 지원을 약속받은 모두사랑야간학교는 장애인 학생들이 통학하기에 용이한 편리성과 접근성을 갖춘 건물을 탐색, 국민연금공단 대전지역본부(이하 연금공단 대전본부)가 소유한 5층 건물 중 2층이 임대하고 있음을 확인, 11월 본격 문의했다.

연금공단 대전본부 또한 “장애인야간학교 임차 협조” 공문을 통해 임대조건과 할인조건까지 덧붙여 임대를 안내했다. 그런데 돌연 몇 주 뒤인 12월16일 갑작스런 임대의 어려움을 표현해왔다.

‘시설적인 측면에서 장애인화장실 및 장애인용 승강기가 없어 많은 불편이 예상, 건축물허가(업무시설에서 교육시설로 용도변경)사항에 해당’된다며 장애인야간학교로 사용이 부적정하다는 내용이다.

지난 2월 국민연금공단 대전지역본부의 공문. 장애인야간학교를 ‘노유자시설’로 적시, 소방 및 제반 안전시설이 용도에 적합하지 않아 임대부적합으로 판단’, 임대를 못한다는 내용이다.ⓒ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에 모두사랑야간학교 측은 끊임없는 설득과 요청을 했지만, 연금공단 대전본부 측에서는 지난 2월 또 다시 공문을 통해 장애인야간학교를 ‘노유자시설’로 적시, 소방 및 제반 안전시설이 용도에 적합하지 않아 임대부적합으로 판단’, 임대를 못한다는 마침표를 찍었다. 학교형태의 장애인평생교육시설을 법적 규정과 무관한 ‘노유자 시설’로의 핑계를 댔다는 주장이다.

‘편의시설이 불편하다’는 연금공단 대전본부의 해명도 문제였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사무국이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시행령 제32조(학교형태의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조항을 확인해본 결과, 국민연금공단 및 그 지사에 해당하는 업무시설의 편의시설 설비 규정이 교육연구시설의 규정보다 의무조항이 많았다.

교육연구시설의 경우 점자블록, 유도 및 안내 설비 등이 ‘권장’으로 돼있지만, 공단 등 업무시설은 ‘의무’로 명시하고 있다. 오히려 편의시설 설비를 준수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노유자시설’이란 핑계로 임대를 막았다는 것. 이후 더 이상의 공문 회신은 없었다.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 오용균 교장은 “일반 민간시설도 아니고 공단에서 웃지 못 할 사태가 벌어졌다. 우리가 그냥 달라는 것도 아니고 정정당당히 임대비를 내고 들어가겠다는데도 시설 미비를 이유로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며 “도저히 묵고할 수 없고 참을 수도 없다. 진정을 통해 분명한 결과가 맺어지길 기원한다”고 규탄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장애인 임대거부는 그리 놀라운 것도 아니지만 그 대상이 공기업인 국민연금공단이어서 놀랐다. 임대료를 못 내는 것도 아니고 장애인들이 임대를 하고 있으면 분위기가 나빠지고, 노후될 것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며 “장애인 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부하면 분명한 차별이다. 인권위가 시정권고를 내릴지 지켜본다”고 말했다.

29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국민연금공단 대전지역본부의 장애인야학 임대거부 진정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에이블뉴스

대전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 오용균 교장.ⓒ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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