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노동자는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없는 환자, 노인, 아동 등을 돌보는 일을 하는 노동자’입니다. 장애인활동보조인, 간병인, 육아도우미, 요양보호사 등이 대표적 돌봄노동자인데요. 이들에게는 말 못할 고충이 하나 있습니다.

“몸이 불편한 젊은 남자분이 서비스 이용자 였는데, 일을 하고 있으면 수고한다고 제 손을 만지다가 그게 가슴까지 올 때가 있어요. 단호하게 거절하기는 어려워서 농담처럼 ‘어디 누나한테 함부로 손이 와?”하고 손을 쳐 냈어요“

“이용자 분이 제가 일하는 내내 근처에 있으면서 은근히 몸을 훑어봐요. 이야기하거나 웃을 때는 슬쩍 슬쩍 기대기도 하고요. 그런데 직접적인 사건이 있었던 게 아니라서 어떻게 해야 하지 잘 모르겠어요.”

참, 뭐라 말하기도 민망한 ‘성희롱’인데요. 직접적인 행위가 없는데, 성희롱이라고 보기도 모호하고,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갑갑한 것은 이분들만이 아닐 겁니다. 행위자의 ‘성적 의도’ 여부는 성희롱 성립 조건이 아니므로, 성적 의도가 없더라도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불쾌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에 해당합니다. 다행스럽게(?) 이렇게 ‘슬쩍’ 넘어가는 분들이 있지만, 성적 시선을 넘어서 행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20대 남성 장애인분 활동보조를 했는데, 이 분이 장애가 꽤 심한 분이라 집안에서만 생활하셨어요. 그런데 일하러 가면 계속 성경험이 있는지, 남자친구는 있는지 물어보는 거예요. 심지어는 본인이 자위행위를 하는데 저보고 옆에서 도와달라고 부탁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너무 황당해서 거절했는데, 계속해서 부탁하니까 망설이다 결국은 해주고 말았어요.”

망설이다가 결국 해주고만 활동보조인의 애환, 당연히 성희롱이 맞습니다. 개인적인 공간에서 이용자와 1:1 관계를 맞으며 일하는 경우에 대처하기는 쉽지 않죠. 많은 가해자가 ‘친근감을 느껴서 장난으로 한 일’이라고 하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스러운 모습은 보이지 않나봅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최근 ‘돌봄노동자를 위한 성희롱 예방 안내서’를 펴냈습니다.

‘돌봄노동자를 위한 성희롱 예방 안내서’.ⓒ국가인권위원회

“장난이었다”고 둘러대면 그만이지만, 피해자들은요,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로 인해 업무 의욕도 떨어지고, 직업에 대한 믿음도 잃게 됩니다. 음담패설이나 성적 농담 당연히 안 되고요, 음란한 사진이나 동영상? 보고 싶으면 혼자 보시면 됩니다. 외모나 사생활에 지나친 간섭이나 평가도 물론 성희롱에 해당합니다.

내 요구에 응하지 않아서 불이익 주는 것은 더더욱 안 되는 일이겠죠. 만약 내가 성희롱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편함을 호소한다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태도를 고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성희롱은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꼈다면 해당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성희롱 경험 후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미안해 말할 수 없다는 50~60대 돌봄노동자분들, 절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성희롱은 적당히 넘겨서도, 당연한 일이 돼서는 안 됩니다. 성희롱을 당했다면 싫다는 뜻을 명확히, 말이 힘들다면 글을 통해 그만 둘 것을 요청해야 합니다. 증거자료가 있다면 남겨놓는 것도 중요하고요. 소속기관이나 관리감독기관과 상담하고 심한 경우는 경찰에 신고해야 합니다.

“소속기관에 신고하면 내가 불이익 당할 수도 있잖아요..” 대다수가 그냥 참고 넘어가죠. 하지만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또 다른 제2, 3의 피해자를 막을 수 있거든요. 그만큼 소속기관도 돌봄노동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예방교육, 사후대처가 완벽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소속기관은 서비스 계약 시 이용자에게 성희롱에 대해 언급하고 문제발생시 취해질 수 있는 조치에 대해 명확히 알려야 하고요. 성희롱 예방교육, 처리 절치와 조치 기준, 피해 노동자의 고충 상담 및 구제 절차를 체계화해야 합니다.

만약 그런데도 성희롱이 발생했다? 바로 행위자의 서비스 중단부터 해야 합니다. 물론 여기에 있어 돌봄노동자가 불이익을 당하면 안되겠죠. 기관 내에서 해결이 어렵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자체의 도움을 요청해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장애인 대안 언론에서 장애인 이용자의 ‘성희롱’ 문제에 관해 쓴다는 것이 어쩌면 불편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덮어놓기에는 이미 암암리 피해자들이 존재합니다. 오늘은 인권위에서 발간한 예방서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렸지만요. 성희롱 문제를 수면위로 올려서 구체적인 해결법, 성희롱 후 구체적 처리 절차와 조치 기준 등을 명확히 잡을 필요도 분명해 보입니다. 중앙에서 만들어진 매뉴얼이 있어야 소속기관에서도 대처가 빠르지 않을까요? ‘예방서’로 끝나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대처가 나올 수 있도록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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