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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상이연금, 국방부 6년만에 무릎 꿇다

척수장애인 임현우씨, 끈질긴 행정소송 끝 '승소'

"군인 보상 나몰라라 현실…전우들도 권리 찾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6-05-18 13:48:42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임현우씨(지체1급, 37세)는 10년 동안 군대 밥을 먹은 '뼛속까지 군인'이라 자부했다. 공군항공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곧바로 임관을 통해 공군 하사가 됐다. 제17전투비행단 항공정비 분야에서 근무하며 한때 국가에 목숨을 바치리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2007년 12월2일 '그 날' 이후 모든 것은 달라졌다.

6명의 전우들과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2명의 전우를 잃었다. 눈을 뜬 곳은 대전 충남대학교병원, 아무런 준비 없이 배꼽 아래감각이 없는 척수장애인이 된 것. 중사 12호봉으로 군을 떠나야했던 현우씨는 총 9번의 수술과 매시간 괴롭히는 절망감을 한꺼번에 떠안았다. 넉넉한 보상금도 받았지만, 그 무엇도 건강한 몸에 비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점은 국방부의 낯선 뒷모습이었다. "국가유공자를 위해 힘쓰겠다"던 정부는 휠체어를 탄 현우씨에게 부당한 상이연금을 제시했다.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6년간의 끈질기고도, 힘든 법정 다툼의 서막이었다.

"군대에서 장애를 입은 전우들이 많아요. 그런데 사실 제대로 된 상이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적어요. 잘 모르거든요. 알리고 싶어요. 꼭 짚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상이연금은 '군인연금법'에 따라 장기하사 이상의 군인이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해 폐질상태로 되어 퇴직 시 장해의 정도에 따라 지급하는 급여로, 퇴직할 당시 병원에서 상이 등급표에 따라 판정된 장해진단서에 의거 국방부 군인연금급여심의회를 거쳐 해당 군인에게 지급된다.

상이등급표는 총 7등급으로, 퇴직 당시 월 보수액을 기준 최대 80%까지 지급한다. 다만 당시 군인연금법에는 상이등급 판정의 기준에 관해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아무런 규정이 없었다. 이에 국방부는 내부적으로 발간한 ‘상이등급 판정기준 해설서’와 국가유공자법, 산업재해보상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적용했다.

척수장애로 두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현우씨는 상이등급표 제1급 8항 ‘두 다리를 영구적으로 완전히 사용하지 못하게 된 사람’에 적용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국방부의 판단은 전혀 달랐다.

현우씨의 척수장애를 신경계통만의 장애로 판단, 제3급 3항 ‘신경계통의 기능 또는 정신기능에 뚜렷한 장해가 남아 일생 동안 노무에 종사할 수 없는 사람’에 적용한 것. 이에 현우씨에게 제3급에 해당하는 월 보수액 70% 기준을 지급했다.

“척수장애는 신경계통이긴 하지만 다리로 파생되는 경우 제1급에 속하는게 보통이거든요. 국방부에서는 절단 같은 물리적 손상 장애만 1급 8항에 속한다고 판단한 거죠. 두 다리가 완전 마비될 경우 유사한 산업재해법에서는 신경계통장해와 기능장해 중 높은 등급으로 결정하고 있는데 국방부는 해석을 경하게 본겁니다. 저보다 경한 사람들도 제1급으로 결정한 사실도 있구요. 이해가 되지 않아서 어려운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2010년 6월1일, 변호사 없이 홀로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상이연금 등급 결정 처분 취소 소송장을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했다.

객관적 증거를 요구하는 판사에게 서울대학교 재활의학과 감정검사를 통해 ‘제1급 8항에 해당한다’는 신체감정서를 들이밀었지만, 2년 뒤 결국 법원은 국방부의 손을 들어줬다.

‘산업재해법 시행규칙에는 ’다리를 완전히 못쓰게 된 사람이란 3대 관절과 발가락의 전부의 완전강직 또는 운동가능영역이 4분의 3 이상 제한된 사람 등을 말한다‘라고 규정해 다리 자체의 병변에 의해 기질적·기능적 장해가 있을 것을 요구…원고의 척수손상으로 인한 하반신 마비라는 장해는 신경계통장해에만 해당할 뿐 다리계통장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억울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항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주가 흐른 후 2심 고등법원에 국방부를 상대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다. 변호사와 함께 어려운 싸움을 이어나간 것.

먼저 근로복지공단 사실조회를 통해 등급의 부당함을 준비했다. 공단의 회신은 ‘산업재해법에 따라 하나의 장해가 장해등급 기준에 정해진 장해 중 둘 이상의 장해에 해당하더라도 신경계통장해와 기능장해 중 높은 장해등급으로 결정’이라고 답변했다. 즉, 현우씨는 높은 장해등급인 제1급 제8호의 규정을 적용해야한다는 것.

“저는 두 다리를 영구적으로 완전히 사용하지 못하게 된 사람과 장해가 동일합니다. 그런데 국방부는 절단 등 물리적인 부분만 인정한 거예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증상을 다르게 대우하는 거죠. 1심에서 진행했던 신체감정서에서도 분명 1급이라고 인정했던 사안이구요.”

지루했던 1년간의 법정싸움 끝에 ‘승리’했다. 2심은 현우씨가 주장했던 대로 ‘신경계통의 상이에 해당하더라도 이로 인해 다른 장해부위에 기능장해가 생기고 그 기능장해에 대해 상이등급표상 더 높은 해당 등급이 있을 때에는 그 등급을 준용해 결정함이 옳다’ 판시한 것.

3년간의 싸움은 그렇게 마무리되는 듯 했다. 2심 판결 이후 상이연금도 제1급 8항에 기준해 지급됐다. 하지만 돌연 국방부에서는 2주 뒤 상고장을 대법원에 제출한 것.

“당연히 끝날 줄 알았습니다. 국방부에서도 ‘승복하겠다’고 답했고요. 그런데 돌연 2주 만에 상고장이 날아들어서 황당했습니다. 앞에서는 나라에서 일하다가 숭고한 희생정신이라고 하지만 뒤에선 이렇게 괴롭히는 거 아닙니까? 더럽고 치사해서 그만둘까 하다가 끝을 보자는 생각에 싸웠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싸움을 시작했다. 국방부에서는 똑같은 이유로 제3급을 주장했으며, 현우씨도 이에 맞서 상이연금 처분의 부당함을 거듭 주장했다. 올해 1월28일 대심 판결은 ‘상고기각’. 총 6년간의 끈질긴 싸움이 현우씨의 승리로 끝이 났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서 소송을 했고, 6년을 걸려 이겼습니다. 당시 분위기는 천안함 등 국가를 위해 일하다 다친 사람들의 보상과 예우를 중시하는 분위기였는데요, 실제는 봐요. 지금도 부당한 등급을 받는 퇴직 군인들이 많습니다. 싸움은 힘들었지만, 제 이야기를 보고 용기를 내서 권리를 찾는 전우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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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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