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시민청 이벤트홀에서 열린 '뇌병변언어장애인 의사소통권리 토론회'의 발제자와 토론자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에이블뉴스

"뇌병변언어장애인은 소통과 대화가 안돼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갑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전하지 못하는 뇌병변장애인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우리의 말을 전하기 위해 보완대체의사소통(AAC)의 지원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제 아이는 교수가 되고 싶어 미국에서 유학을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언어장애가 있어도 교수를 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자격의 98% 갖췄지만 교수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꿈을 버렸습니다."

30일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가 서울시청 이벤트홀에서 개최한 '뇌병변언어장애인 의사소통권리 토론회'에서는 언어소통의 제약 때문에 차별 받은 뇌병변장애인 당사자와 부모의 경험담이 봇물터지듯 나왔다.

언어소통의 제약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차별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뇌병변언어장애인들은 의사소통권리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를 위해 뇌병변언어장애인들은 보완대체의사소통(AAC)지원을 요구했고, 서울시는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장애인복지재정 사업으로 1년간 뇌병변언어장애인의 의사소통지원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AAC는 의사소통에 결함이 있는 사람에게 구어를 보완해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촉진하고 말 대신에 다른 대체적인 방법을 통합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뜻한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AAC를 의사소통보조기기로 알고 있으나 그림이 그려져 있는 의사소통 책을 비롯해 수화나 제스처, 얼굴표정, 몸짓 등 상징적인 것도 포함된다.

현재 AAC는 국내법과 국제법에 지원근거가 있다. 국내법의 경우 장애인복지법에 장애인보조기구 품폭의 지정 등에 관한 규정하고 있으며, 국제법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21조에서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고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문화 하고 있다.

(왼쪽부터)부산장신대학교 김경양 교수와 활동보조인 박소진씨, AAC와 인권강사 차강석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부산장신대학교 특수교육과 김경양 교수의 발제문에 담겨 있는 '2013년 지체장애인을 위한 글자기반 의사소통 프로그램 개발 기초연구'(임장현, 박은혜, 이설희)에 따르면 A씨(여·지체1급·29세)는 학교 다닐 때 선생님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몇 번을 말해도 못 알아들었다. 그냥 자기만의 해석으로 알았다고 해서 결국 궁금한 것을 해결하지 못했다.

낮선 사람과 이야기 하는 것이 특히 어려운 B(남·뇌병변1급·29세)씨는 처음 가보는 길에서 길을 물어 보거나 택시를 타서 행선지를 말하면 잘 못 알아들어 어려웠고, 길을 물어보려고 하면 도망가거나 돈을 주기도 했으며 쫓겨 난 적도 있었다.

김 교수는 "의사소통의 제한 때문에 어려움에 직면하는 경우들이 있지만 국내에서 AAC서비스를 받는 것은 힘든 상황"이라면서 "AAC 서비스와 같은 의사소통지원 사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도 AAC의 지원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언어소통의 제약 때문에 불편함을 겪은 경험담을 쏟아냈다.

활동보조인 박소진씨는 "내 이용인이 한 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 접수대에서 접수를 하고 있었다. 의사소통의 제약으로 접수를 내가 하게 됐다. 그러나 '예'와 '아니오'로 답해야 하는 간단한 질문에 대해서도 담당자는 이용인이 아닌 내게 물어봤다"면서 "뒤에서 기다리는 분들이 많기도 했지만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장애인 당사자가 활동보조인과 쇼핑을 하러 갔다. 이용인은 한 가게의 점원으로부터 설문을 하면 자신이 사려는 상품과 사은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설문조사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활동보조인은 이용인이 참여하기 어려워 물건만 사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장애인 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AAC가 제공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AC와 인권강사 차강석씨는 "지난 10월 나로센터에서 자택까지 이동하기 위해 장애인콜택시를 예약했다. 이 과정에서 활동보조인과 장콜 기사가 싸웠고 기사는 내가 아닌 활동보조인과만 언쟁을 할 뿐이었다"면서 "그가 나를 무시하지 않았으면 내게 사정을 이야기했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우리나라가 가입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제 21조를 보면 AAC를 국가에서도 제공하도록 명문화 돼 있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AAC가 보급되고 교육을 장애에 맞도록 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 박은경씨는 "5년동안 가을만 되면 입히던 망토를 올해에도 아들에게 입히려고 하자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이처럼 입혀서 창피하니라고 물으니 응이라는 대답이 돌아왔고 패딩점퍼를 보여주며 이것은 어떤지 물어보니 바로 응이라고 대답했다"면서 "아들은 물어보는 대답에는 응이라고 대답할 수 있지만 문제에는 말을 먼저 꺼낼 수 없어 포기하는 의사가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서울시민청 이벤트홀에서 열린 '뇌병변언어장애인 의사소통권리 토론회' 전경.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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