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안전행정위 회의실에서 ‘내무부훈령에 의한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등 피해사건의 진상 및 국가책임 규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형제복지원법)’ 입법공청회.ⓒ에이블뉴스

형제복지원 사건이 28년만에 국회 입법공청회가 열린 가운데, 안전행정위원회 여야 의원들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공감을 표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3일 안전행정위 회의실에서 ‘내무부훈령에 의한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등 피해사건의 진상 및 국가책임 규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형제복지원법)’ 입법공청회를 개최했다.

■“부랑인 선도” 형제복지원의 민낯=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에서 1987년까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장애인, 고아 등을 부산의 형제복지원에 불법감금하고 강제노역 시킨 인권 유린사건이다.

1975년부터 10여 년간 감금·강제노역·성폭력 등 인권유린 행위로 숨진 사람만 500여 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현재 생존한 피해자도 3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제복지원 원장은 횡령죄 등으로 2년 6개월의 가벼운 처벌만 받았을 뿐 불법구금‧폭행 등에 대해서는 재판조차 받지 않았으며, 피해자들에 대한 진상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형제복지원 대책위)과 진선미 의원은 지난해 7월 ‘내무부훈령에 의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등의 진상 및 국가책임 규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강제 수용이 내무부훈령에 근거해 이뤄졌기 때문에 국가의 책임을 밝혀내야 한다는 것이 주 내용인 특별법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진상규명위원회를 두고 실지조사, 동행명령장 발부, 청문회 등을 실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피해자와 유족에게는 보상금, 의료지원금, 생활지원금, 주거복지시설 등을 지원하도록 했다.

(왼쪽부터)법무법인 지평 이근동 변호사, 법무법인 동화 조영선 변호사, 형제복지원 수용 피해자 한종선씨.ⓒ에이블뉴스

■“짐승 사육장 같던 곳…진상규명해야”=이날 형제복지원법 공청회에 나선 진술인들은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은 물론,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동화 조영선 변호사는 “형제복지원은 법률에 의하지 않은 훈령에 의한 체포, 격리 등은 당시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 명백하다. 관계공무원 또한 행정지도, 감사가 전혀 없었을 뿐 전혀 업무파악조차 되지 않았다”며 “형제복지원 피해사건의 강제격리, 강제수용 등에 대해서는 최소한 국가의 고의에 의한 책임,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관리감독의 과실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이어 조 변호사는 “1975년7월5일부터 1987년 1월7일까지 형제복지원에 격리 수용돼 폭행, 협박, 감금, 강제노역, 성폭력 등을 당해 사망, 행정불명, 상이 등에 이른 피해자들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며 “피해자 보상 및 생활지원, 의료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제복지원 수용 피해자인 한종선씨는 1984년 작은누나와 함께 1987년까지 살아온 피해자로, 아버지가 갈 데가 있다며 누나와 함께 데리고 간 파출소에서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경찰로부터 강제 싸인을 한 후 납치당했다. 이후 한씨의 아버지도 1986년 형제복지원에 강금됐다.

한씨는 “저희 가족은 형제복지원에서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짐승처럼 살았다. 사람이라는 껍데기를 뒤집어쓴 짐승 사육장과도 같던 곳이다. 한 대라도 덜 맞으려면 밥을 포기하고 동성 간 성폭행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며 “불침번때면 구석진 조장들의 침대에서 약한 소대원들의 괴로운 신음소리와 헛구역질 소리를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한씨는 “피해생존자분들의 신체는 날로 망가져가고 있고 누나는 정신병원에서 평생을 살아가고 있다. 이미 정신적 육체적 트라우마로 인해 많은 고통을 지금껏 참아오며 겨우 살아가고 있다”며 “제발 진상규명될 수 있게 법통과를 서둘러 달라. 왜 무엇 때문에 짐승처럼 살아야했었는지가 알고 싶다”고 호소했다.

법무법인 지평 이근동 변호사는 내무부훈령 등을 근거로 한 공권력 행사의 위헌성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진술했다.

이 변호사는 “형제복지원은 의미가 있는 법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감한다”면서도“가해자들의 행위가 위법하다는 점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무부훈령의 위헌성 또는 위법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내무부훈령 자체의 내용이 위헌적이라면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나 가해자 처벌이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일 안전행정위 회의실에서 ‘내무부훈령에 의한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등 피해사건의 진상 및 국가책임 규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형제복지원법)’ 입법공청회에 참석한 피해자들.ⓒ에이블뉴스

■‘진상규명’ OK, 법 제정은 ‘신중’=여야 의원들은 진상규명에는 공감하면서도 특별법 제정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인 반면, 또 다른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

새정치민주연합 강창일 의원은 "이권이 뭔지 존엄성이 뭔지 모르는 야만의 시대에 빚어진 국가폭력이다. 진상규명이 되야하고 명예회복, 그 후 가해자에 대한 책임추궁이 이뤄져야 한다"며 "특별법부터 시작해서 물꼬를 터야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도 “법도 무엇도 없이 잡아가고 인권유린도 자행했다. 인간이 인간으로써 이런 짓을 할 수 있을까. 무자비한 일들에 대해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며 “내무부훈령 위헌은 분명하다.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지지가 결정적이라고 본다. 이번 공청회가 첫 걸음이다. 특별법에 대한 홍보와 전파가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진상규명에 대한 부분이 몇 차례 시도가 있었지만 현재로써는 정확한 진상규명이 되지 않은 것 같다. 사망자 숫자나 수용자 숫자 등이 맞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진상규명은 분명히 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역사의 죄인이 될 수 있다”고 공감을 표했다.

이어 조 의원은 “먼저 내무부훈령 위헌성을 따져서 어떤 방법으로 진상규명을 해야 할지가 숙제다. 진상규명과 위헌성의 문제가 밝혀지면 생존자, 사망자 분들에 대한 상황조사가 되고 내용까지 포함해서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며 “어떻게 해결할지 검토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도 "형제복지원 사건은 반드시 진상규명을 통해 해결해야할 문제다. 안들어가야 할 사람들이 들어가고 인권유린을 당했다"며 "어떤 식으로든 진상규명해서 이 나라에서 인권유린이 없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특별법으로 진상규명할지, 과거사법으로 할 것인지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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