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의 비자의 입원제도가 헌법,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등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것은 그동안 장애인 단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문제다.

2012년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총 입원환자 수 8만 560명 중 자의입원은 1944명(24.1%)이고, 대부분인 6만 1128명(75.9%)가 비자의 입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평균 입원기간도 247일로 장기간 입원하고 있고, 이탈리아 12.1%, 프랑스 12.5%, 영국 13.5% 등 비자의 입원율이 20% 미만인 다른 선진국보다 강제 입원율도 높았다.

국가인권위원회, 대한신경의학회는 24일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정신보건법상 비자의 입원제도의 문제점과 위헌성,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정신장애인 인권증진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가 '비자의입원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및 대안적 제도의 모색'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정신보건법 상 비자의 입원 무엇?=이날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비자의 입원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제언했다.

염 변호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비자의 입원인 정신보건법 24조에 근거한 보호의무자에 의한 비자의 입원은 보호의무자 2인과 정신과전문의 1인의 동의만 있으면 별다른 심사절차 없이 강제입원을 허용한다.

때문에 정신질환 유무나 혹은 외래치료가 가능한 상황임에도 정신장애인 스스로의 의사결정권이 박탈돼 강제입원 되고, 신체적자유와 자기결정권이 침해되는 등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

염 변호사는 “비자의 입원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의제기를 할 수 없거나 입원요건이 합당한지 심사를 청구할 방법이 없는 것에 있다”면서 “병원에서도 한 번 입원한 환자를 퇴원시키는 것은 수익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치료 기간이 장기간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염 변호사는 개인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 정신장애인을 장기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행위는 신체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음을 강조했다.

헌법,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염 변호사는 “헌법 제1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하고 규정하며 개인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면서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도 자기결정권을 정신질환자를 포함한 장애인들이 누리는 구체적인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0조는 사적인 부분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에 대해 제 12조는 장애를 이유로 한 법적 차별을 금지하는 법적 능력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 조항에 따라 정신장애를 이유로 본인의 자발적인 의료행위에 동의 받지 않고 후견인에 해당하는 보호의무자 2명에게 동의권을 부여하는 법 조항은 협약에 위배된다”고 피력했다.

이에 따라 염 변호사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비자의 입원의 폐해를 막기 위해 현재의 정신보건법을 개정, 입원과 퇴원 절차를 바꿔야한다고 제언했다.

먼저 염 변호사는 “정신장애인의 비자의 입원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진단과 치료를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장애인의 경우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에 해당하는지, 입원해서 치료를 할 필요가 있는지, 입원치료가 필요하더라도 자의입원이 가능한지에 대한 진단을 구분해 비자의 입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염 변호사는 또한 “정신의료기관에서 입원치료 또는 요양을 받을 만한 정도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자신의 안전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어 입원을 할 경우에는 전문의 2인의 일치된 소견이 적힌 입원 권고서를 신청서에 첨부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염 변호사는 “정신장애인이 입원이 필요한 경우 해당 정신의료기관 등의 장이 사유 및 기간, 퇴원 등 또는 처우개선의 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과 절차를 서면으로 통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법원은 심사청구에 대해 입원의 적법 여부, 입원을 계속할 필요성 등에 대해 심리를 개시하고, 심리를 할 때 해당 환자에게 변호인이 없을 경우에는 국선변호인을 선임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왼쪽부터) 국가인권위원회 안석모 조사국장, 한국정신장애연대 권오용 사무총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홍진표 법제이사. ⓒ에이블뉴스

■‘비자의 입원’ 폐해 막으려면=대분의 토론자들은 정신병원 비자의 입원의 폐해와 위헌성에 공감을 표했다. 하지만 개선 방안을 두고는 정신보건법 24조 폐지와 개정으로 나뉘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안석모 조사국장은 “정신보건법 제 24조 입원의 경우 환자의 의견은 완전히 배제되고, 보호의무자의 동의와 의사의 판단만으로 입원이 결정되고 있어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조속히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안 조사국장은 “입원 필요시 자발적 입원을 권장하고 긴급한 경우에는 응급입원제도를 이용하되 합리적인 기간 내에 법원에서 심사를 해서 계속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응급입원의 경우 정신질환에 대한 판단 기준을 ‘위험성 여부에 대해서 위험이 높은 상태 또는 가능성이 높은 상태’ 등으로 추상적으로 고시하고 있어 명확한 기준을 마련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 조사국장은 “강제입원 대상이 되는 정신질환이나 장애 상태에 대한 기준마련과 함께 정신장애인의 인권보호를 위해서 강제입원과정에서 적부심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 강제입원 심사과정을 감시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돼야”한다고 피력했다.

한국정신장애인연대 권오용 사무총장도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정신적인 장애인의 법적 능력과 평등권을 부인하는 제도로서 우리나라 정신보건법은 협약에서 규정한 강제입원 절차에 관한 내용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협약의 이행의무가 있는 우리나라는 정신보건법의 비자의 입원과 이를 전제로 한 각종 규정을 폐지하고, 정신장애인의 건강보호와 사회보장을 위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홍진표 법제이사는 “정신보건법이 원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기능을 하도록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현행 법은 입원 초기 심사 기능이 너무 미약해 보호의무자가 권한 남용을 할 여지가 있다. 비자의 입원이 결정되는 구조를 개선해 의무적으로 제 3기관에서 심사 승인하는 제도로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24일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정신장애인 인권증진을 위한 토론회'에 토론자들이 참석해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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