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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들의 족쇄 ‘정신병원 강제입원’

국회에 계류 중인 ‘정신보건법 개정안’ 3개

위헌판단·SNS 서명 진행…사회적 관심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4-07-14 15:11:32
매년 장애인 관련 법률안이 끊임없이 국회에 제출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국회를 통과해 시행이 되고 있는 법안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 2012년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염원이 담긴 발달장애인법도 2년이 지나서야 어렵게 국회를 통과했다. 그 밖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은 국회에 계류돼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다음 국회로 넘어가면 폐기돼 버려, 또 한 번의 발의를 거쳐야 한다. 앞서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한 장애인 관련 법안이 수두룩 폐기되기도 했다.

장애인들의 절실한 목소리가 담긴 소중한 법안임에도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 한다면 ‘무용지물’인 셈. 더욱이 장애인 당사자 조차 자신들을 위한 법안이 제출됐는지 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에이블뉴스는 기획특집을 통해 장애인들에게 절실하고, 특징이 있는 19대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을 연속적으로 소개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 8년이 넘게 갇혀있었어요”, “막 때려서 두개골을 함몰 시켰어요”, 타인에 의해 강제입원 당했던 정신장애인 피해자들의 처절함. 고통 속에 있던 이들의 울부짖음이 과연 국회를 움직일 수 있을까.

■한 여인의 절규로 시작된 ‘파장’=정신보건법의 목소리가 높아진 건 지난해 1월. 한 방송사에서 한 여성이 정신질환이 없는데도 재산분할 과정에서 갈등을 빚어온 가족에 의해 정신병원에 감금된 사례가 소개되고 부터다.

멀쩡한 사람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인생의 파멸로 몰고 가는 모습에 국민들은 분노했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현재 정신보건법 24조는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의 정신적 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의사결정 능력을 박탈하고 타인에 의해 강제 입원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보호의무자 2인과 정신과전문의 1인의 동의만 있으면 별다른 심사절차 없이 강제입원이 허용돼, 정신질환에 걸려있지 않거나 혹은 외래치료가 충분히 가능한 환자도 강제 입원될 여지가 매우 높아 정신질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

이로 인해 강제입원은 가족에 의한 고려장이 됐으며, 정신 의료기관에서 자행되는 비인권적인 감금, 강제약물투여, 폭력 등에 대해 면죄부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더욱이 피해자들은 강제적으로 투여되는 약물로 인해 신체와 정신을 말살당해 평생을 후유증으로 신음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 1년 동안에만 ‘정신병원에 불법 감금당했다’는 진정이 1250건, 하루 3.4명꼴로 접수됐으며, 2011년 기준 보호의무자 등에 의한 강제입원율이 76%에 이르고 있어 환자의 인권침해가 심각한 실정.

■당사자들의 목소리, 수면위로 오르다=실제로 지난해 말 정신장애인지역사회생존권연대 등 단체에서는 ‘’강제입원‘ 조항을 폐지해달라고 198명의 진정인들이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손가락을 두 개씩 잡고 찢었어요”, “성분 미상의 주사를 맞고 독방에 갇혔어요”, “강제입원을 당해서 8년 9개월 동안 병원에 갇혀있었어요”, “폭행으로 두개골이 함몰됐어요”…가슴 아픈 사연들이 가득했지만, 병원 측은 폭행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침묵했다. ‘전쟁포로소’와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이 이들의 호소였다.

언젠가는 한 입원자가 플라스틱 머리끈을 삼켰다. 응급실에 가서 도망가기 위해서. 하지만 토하고 힘겨워 하는 입원자를 두고 병원은 응급실은커녕, 가둬놓고 머리끈이 대변으로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마지막 한 조각이 나올 때까지 말이다.

더욱이 올해 초 헌법재판소를 향해 ‘강제입원’조항의 위헌성을 지적하며, 헌법소송을 제기했지만, 문턱 조차 밟지 못했다. 지난 3월 헌재는 이를 포함 총 7건 청구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린 것.

“청구인들의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는 강제입원조치라는 구체적 집행행위가 있었을 때 비로소 발생한 것”이라며 “법률조항 자체에 의해 직접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심각히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 그 끝은 어디일까.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강제입원을 정신과전문의의 재량에만 맡기지 않고, 청문절차를 통해 위험성 여부와 정도, 다른 대안적 치료의 여부 등을 법원에서 최종판단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즉, 미국 법원의 경우 시설, 보호의무자, 당사자 어느 한 쪽의 이해관계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인 심사기구인데다, 자유제한에 대해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제입원을 심사할 기구로서 법원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인권침해 방지하자” 법률안 속속 제출=억울한 이들을 위한 법률안도 국회에 속속히 제촐 됐다. 지난해 2월 김동완 의원과 김광진 의원, 4월 이언주 의원 등이 발의한 ‘정신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그 것이다.

각각 발의된 법률 개정안에서는 정신병원 입원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김동완 의원의 경우, 서로 다른 의료기관에 소속된 2명이상의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입원 진단을 받도록 했다. 김광진 의원의 개정안도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3인 이상의 판단 및 진단이 있을 때만 입원을 허용토록 했다.

이언주 의원도 환자가 입원을 거부하는 경우 변호사의 자격을 가진 사람,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심리학자, 시민단체가 추천한 사람 등으로 구성된 입원등적합여부심사위원회에서 입원이 필요하다는 결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입원시킬 수 있도록 강제입원 요건을 강화했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합리적인 구제절차를 마련해 정신질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인권침해를 방지하자라는 목적은 함께 하고 있다. 이들 3개의 법률안은 여전히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그러나 절망 속에 희망이 있다했었나.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이 같은 강제입원 조항이 헌법에 반할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자녀들의 동의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했던 박 모 씨가 강제입원의 근거가 된 정신보건법이 위헌이라며 신청했고, 이를 받아들인 것.

재판부는 “해당 조항은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직‧간접 제한해 정신질환자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본래 입법목적과 달리 장기간 감 또는 인신구속으로 악용될 우려가 매우 크다”며 “적법 절차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적 조항으로 의심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법원의 판단에 헌재 또한 정신보건법 제24조에 대한 법원의 위헌심판제청을 심리하고 있는 중이다. 법원의 판단은 국회의 심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SNS상에서도 강제입원 폐지를 외치는 서명이 또 한 번 불타오르고 있다. 1천명을 목표로 현재 644명이 서명한 상황. 이들의 작은 불씨가 모아 사회적으로 타오르면 국회도 움직이리라 본다.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아직 힘겨움이 남았지만, 사회적 공감대가 생긴다면 발걸음이 가볍지 않을까. 생각해보라. 돈 하나 때문에 나 자신이 믿었던 가족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가둬져 아무 이유 없이 얻어맞고 있는 장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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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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