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구성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됐지만 아직도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광주인화학교의 ‘도가니 사건’ 이후 최근 발생한 ‘원주 사랑의 집 사건’은 장애인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음을 어김없이 보여주는 끔찍한 사건이였다.

지속적으로 장애인계는 국가인권위원회와는 별도로 장애인권리옹호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어 왔다. 현재 다양한 방식으로 장애인권리옹호 제도화를 위한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법무법인 지평지성 임성택 변호사가 미국의 P&A에 대해 설명한 뒤 한국형 P&A 제도화를 위한 방안을 밝히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법무법인 지평지성 임성택 변호사는 16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장애인 권리옹호 제도화 토론회’에 참석해 장애인권리옹호제도 도입을 위한 체계적인 입법 틀 마련을 강조하며,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의 P&A 무엇?=임 변호사는 미국의 장애인 권리옹호시스템인 P&A(Protection and Advocacy)를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장애인권리옹호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미국의 P&A는 중앙 P&A 기관과 지방 P&A 기관으로 분류된다. 중앙 P&A 기관은 지방 P&A기관에 대한 지원, 연계체계 구축, 프로그램 및 정책개발, 교육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지방 P&A 기관은 시도 단위로 설치되고, 큰 지자체의 경우 지역을 분할해 여러 개의 P&A기관이 설립한다.

P&A 기관들은 장애인 학대나 방임 사건이 발생했다는 이유가 있다면 조사를 시작할 수 있다. 조사와 관련해서 강제조사권 부여, 임의조사권만 부여하되 조사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자를 제재하는 방안, 임의조사권을 부여하고 조사거부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인권위 또는 수사기관에 의뢰해 조사 가능하다.

P&A 기관들은 학대와 방임을 조사한 뒤 피해당사자를 격리, 보호하거나 지역사회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가해자를 고발하거나 피해자로부터 분리하는 것 등 여러 수단들을 함께 시도할 수 있다.

또한 P&A 기관들은 개별적·집단소송으로 장애인들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 조사결과를 기술하고 개선조치를 권고하는 공적 보고서 발행이나 감시와 개선을 위해 해당 시설과의 기술지원, 자기옹호 훈련도 제공할 수 있다.

■P&A(장애인 권리옹호체계) 도입 왜 필요할까?=임 변호사는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거나, 판단능력이 부족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권리구제 절차에 참여하기 힘든 경우도 있고, 신체적 장애로 인해 법원 등 권리구제기관에 접근하거나 이동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헌법상 요구되는 특별한 보호를 다하기 위해서 장애인의 권리옹호를 조력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국가인권위원회는 모든 인권문제를 업무범위로 하고 있고, 장애인 인권옹호 업무를 처리하는 인력과 예산이 매우 제한되어 있는 상황이다. 실제 장애인 관련 진정사건의 처리속도가 늦고, 빈발하는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에 국가인권위원회가 기동성 있게 관여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국가인권위원회와는 별도로 장애인 특성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갖춘 장애인 권리옹호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형 P&A, 어느 법률에 둬야하나?=임 변호사는 한국형으로 P&A를 도입한다면, 새로운 법률 제정을 통해 명시해놔야 한다고 제시했다. 현재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을 통해 P&A를 명시해놓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이유다.

임 변호사는 “권리옹호체계를 만들게 된다면, 어떤 법률에 마련하는 가의 문제가 있다. 어떤 법률에 두는지에 따라 소관부처가 정해지는 문제도 있다. 장애인권리옹호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는 새로운 법률(예컨대 장애인권리보장법)이나 장애인권리옹호체계에 관한 특별법을 만드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며 “사회복지사업법이나 사회보장기본법에 장애인, 아동, 노인 등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권리옹호기관에 관한 근거규정을 만들고, 긴급전화의 경우 통합된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임 변호사는 “장애인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장애인복지법에 규정하게 된다면, 장애인의 전반적 권리옹호를 P&A에 담기에는 그릇이 작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장애인 권리옹호는 장애인복지를 넘어서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P&A를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규정할 경우에 대해서도 "장애인권리옹호는 차별의 문제를 포함하지만 차별의 영역을 넘어 자유권, 정치적 기본권 등의 문제를 망라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권리옹호시스템을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두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애인권리옹호제도화 토론회' 모습. ⓒ에이블뉴스

■한국형 P&A제도화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으로=대부분의 토론자들은 장애인 권리옹호체계 제도화를 위해 한국형 P&A 도입을 찬성하며, 타 법률 개정을 통해 명시화 하는 것 보다 새로운 법률 제정에 동의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지역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들 대부분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있는 사실 조차 모른다"면서 "장애인의 인권을 구제하는 현장에서 장애인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 P&A가 필요하다”고 임 변호사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박 사무국장은 “장애인의 권리옹호는 평등권, 기본권 등의 문제를 망라하기 때문에 전반적 권리옹호시스템을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인권 침해 사건마다 차별뿐만이 아닌 복합적으로 작용되기 때문에 장애인권리보장법 등의 장애인권리옹호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는 새로운 법률을 만들거나, 장애인권리옹호체계에 관한 특별법을 만드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피력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조문순 팀장도 새로운 ‘장애인권리보장법(안)에 P&A(장애인권리옹호제도)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이 합당하다고 피력했다.

조 팀장은 “피해자조사, 분리, 거주 및 심리상담 등의 지원체계, 법률적 지원, 이후 거주대책 등 연계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 현재 장애인권리옹호체계는 매우 허술하다. 인권침해나 차별에 대해 조사를 요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장애인권리옹호제도가 법적 근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팀장은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 서비스 지원에 관한 사항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장애인 권리옹호체계 및 시스템을 갖추는 데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장애인 차별의 규정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해 적용받게 하고 사회권적 기본권의 충실한 보장여부, 문제제기, 권리침해의 구제절차, 권리옹호서비스를 전담할 수 있는 전달체계를 담아내는 법률이 필요하다. 장애인권리보장법(안)에 P&A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이 합당할 것 같다”고 제언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공동상임대표도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통해 복지부가 권한과 예산을 책임지고, 국가인권위원회와의 별도의 장애인권리옹호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지역의 기구를 만들어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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