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을 통해 넷플릭스를 시청하고 있는 가족(출처: VB Media 홈페이지 캡처). ⓒ샘

미국에서 장애 문제로 인한 분쟁이 적지 않다. 팽팽하게 분쟁하다 장애측의 승리로 끝나는 경우 나도 모르게 마음이 뿌듯해 지곤한다. 특히 장애측이 불리하다고 여길 때의 승리는 더 하다.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쌓여서 미국의 장애 제도가 발전해 나가게 되는 것이다.

미국 최대의 인터넷 영화 제공 업체인 넷플릭스와 한 장애인의 줄다리기는 의미있는 것이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는 90%의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자막을 내보내고 있다. 우리의 의식으로는 그 정도면 웬만한 프로그램을 다 볼 수 있으니까 분쟁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가 있다.

그러나 그 청각장애인은 10%의 차별도 용납하지 않았다. 비장애인이 100%를 보면 장애인도 100%를 보는 것이 평등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를 불평등이라고 확신한 메사추세스 거주 청각장애인 리 네틀스는 지난 2010년에 넷플릭스를 고발했다. 넷플릭스는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커다란 그룹이다. 그 그룹을 상대로 개인이 투쟁을 한다는 것은 달걀로 바위치기가 아니라 달걀로 돌산 치기 정도 될 것이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그 동안 리는 외롭지 않았다. 국가 청각장애인협회가 힘을 보탰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0월 둘째 주 넷플릭스가 손을 들었다.

넷플릭스는 연방법원에서 2014년까지 100%의 프로그램에 모두 자막을 넣겠다고 약속했다. 2년여의 긴 투쟁 끝에 정의를 이끌어낸 리와 협회의 노력이 돋보인다. 이제 비로소 모든 영상을 자막과 함께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의 매스컴을 통해 1인 시위 소식을 가끔씩 접한다. 1인 시위의 성공률이 얼마나 될까? 물론 미국에서도 1인 시위가 뜻을 관철하기가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명백한 이유가 있고 그것이 사회에, 특히 장애계에 도움이 되는 사안이라고 생각될 때, 단체나 기관들에서 함께해 승소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회는 희망이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생산팀장 네일 헌트는 “우리는 이런 협약에 이르게 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 며 “앞으로 다른 스트리밍 비디오 계에도 변화를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소재 장애 인권 교육과 방어 단체의 대표 알린 메이어슨은 “100% 자막 협약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이것은 앞으로 인터넷 청각장애 접근을 위한 시도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넷플릭스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도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어 한인들에게도 관심이 높은 인터넷 영상 회사다.

* 샘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전 미상원 장애인국 인턴을 지냈다. 현재 TEC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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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지체장애인으로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사회학과를 졸업, 미국 탐 하킨 상원의원 장애국 인턴을 역임했다. 또한 서울장애인체육회 워싱턴 통신원, 서울복지재단 워싱턴 통신원,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다. 출간한 수필집 ‘사랑, 그 빛나는 조각들’은 1992년 올해의 우수도서로 선정됐으며, 2009년에는 워싱턴 문학 수필부문 가작에 당선됐다. 각종 미국 장애인 소식을 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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