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인 프랑스 인권보호기구 네펠리 고문(가운데). ⓒ이광원

현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장애인권리위원회 제8차 세션 회의에는 유엔 관계자와 각국 정부 대표들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관련 기구 관계자, 국제 NGO 혹은 국가별 NGO들도 참가하고 있다.

그들 중에서 프랑스에서 온 인권 기구 관계자가 있어서 지난 20일 인터뷰 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은 프랑스 인권보호기구(French Defender of Rights)의 고문(advisor)으로 있는 네펠리 야트리폴로스 씨로 유엔장애인권리위워회 회의 참관과 함께 자신이 근무하는 기구를 홍보하는 사이드 이벤트를 위해 이번 회의에 참가했다고 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광원: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하다. 우선 기구에 대해 소개해 달라.

네펠리: 작년 3월 프랑스 의회가 시민의 기본권을 다루는 국가의 주요 독립기구(independent public authority)들을 통합하여 본 기구를 설립했다. 그간 국내 차별문제를 총괄했던 기회평등 및 차별금지위원회(HADLE)와 프랑스 옴브즈맨, 그리고 아동권리보호기구(Defender of the Child)와 안전윤리위원회(Commission of the Ethics in the Security Services), 이렇게 네 개의 기구가 합쳐져서 포괄적인 독립적 프랑스 인권보호기구가 관련 법 개정을 통해 탄생하게 됐다.

이광원: 이 기구의 역할은 무엇인가?

네펠리 : 이 프랑스 인권보호기구는 그간 각 기관이 독립적으로 맡아 온 시민 기본권 관련 민원처리를 위한 공공 및 민간 조직의 감사, 일반 권고 및 개정 권고, 사법판단에 대한 의견 제출 등과 같은 여러 업무를 통합 수행한다. 또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모니터링과 장애인 인식개선 등을 책임진다.

이 기구는 국가의 사법기능이 국제기준에 부합되는지를 분석하고, 필요에 따라 정부에 권고안을 내는 국가인권위원회(필자 주 : 프랑스의 국가인권위원회는 약 60명 정도 규모의 조직이라고 함)와는 달리, 권리와 관련된 시민들의 청원을 다룬다.

아동, 차별, 안전, 시민참여의 4개의 위원회를 두고, 250여명의 정규직원과 450여명의 지역 대표단이 활동하는 방대한 조직으로, 사법부에 제출된 의견의 80% 가량이 채택될 정도로 영향력이 있으며, 연간 4만개의 민원을 다루는 기구다.

기구의 의장은 대통령의 추천을 받아 의회가 임명하며, 재정지원도 행정부가 아닌 의회의 의결을 통해 결정되는 기구로, 기구의 독립성 등은 파리원칙에 준하여 운영되고 있다. 시민사회의 참여는 보건, 여성, 장애, 동성애 등, 각 부문의 자문위원회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광원 : 네펠리씨의 역할은 무엇인가?

네펠리 : 유럽 및 국제 사회의 이슈를 다루는 다양한 국제네트워크의 회원, 혹은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면서, 프랑스 인권보호기구의 자문역을 맡고 있다.

이광원 : 이번 제8차 세션의 참가 목적은 무엇인가?

네펠리 :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우리 기구의 중요한 관심 분야 중 하나이기 때문에, 금번 회의에 참여하게 됐다. 또한, 내일(21일) 점심시간에는 프랑스 국가인권위원회(French National Consultative Commission on Human Rights)와 함께 하는 사이드 이벤트를 준비하여 최근 출범한 우리 기구(프랑스 인권보호기구)를 알리고, 여러 다른 단체들과 교류하면서 장애인 문제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그리고 협약의 이행 모니터링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갖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이광원 : 인터뷰를 위해 귀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하다. 이번 세션에서 목적했던 바를 모두 잘 이루시길 기원하겠다.

네펠리 : 우리 기구에 대해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파리원칙에 따라 설립된 독립기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일하다. 스페인의 경우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33조에 따른 협약 이행 모니터링을, 파리원칙에 따라 설립된 기구인 장애인 당사자 단체의 연합체가 맡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33조에 따른 협약 이행 모니터링을, 공식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맡고 있으며 장애인 당사자 단체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어서, 충분치 못하다는 비판이 많은 상태다.

그래서 스페인의 협약 모니터링 모델은, 장애인 당사자인 필자로서 매우 부러운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프랑스의 경우는, 국가인권위원회와 별도로 작년에 새롭게 파리원칙에 따른 기구를 설립했고, 거기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있다는 새롭고도 흥미로운 사실을 이번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심의 참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서, 매우 뜻 깊은 시간이 되었다.

설명을 들으니, 우리나라의 국민권익위원회의 성격과도 많이 닮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약간 우려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지만, 협약의 충실한 모니터링을 통해서 프랑스 장애인들의 인권 향상에 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보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이번 인터뷰에는 한국 참관단의 일원인 정봉근(통역), 윤재영(기록), 이석구(촬영), 김재호(섭외)씨가 도움을 줬다.

■필자주:이번 세션에 참가한 장애인 인관 관련 국제 NGO들로는, 국제장애인연맹(IDA ; International Disability Alliance)과 국제장애인평의회(DCI ; Disability Council International) 등이 있었다.

국제장애인연맹(IDA)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 관련하여 가장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세계적 장애인 NGO의 네트워크로, 1999년에 설립되었으며, 2007년부터 지역 장애인 단체(DPOs)가 되어 활동하고 있다. 유엔 내에서 전세계 장애인의 권리를 대변하고, 협약이 효과적으로 준수되도록 하는 것이, 이 국제장애인연맹(IDA)의 주요 목적이다.

이번 회의에서 국제장애인연맹(IDA)의 신임 회장인 그리스 출신의 시각장애인 당사자, 야니스 바다카스타니스(Yannis Vardakastanis) 회장과 만나서,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기념사진 촬영을 할 기회가 있었으며, 실무자로부터 인터뷰에 응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데 성공했으나,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실제 인터뷰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또한, 새롭게 설립된 다른 국제 NGO 조직인 국제장애인평의회(DCI ; Disability Council International)의 상임이사로 제직 중인 안나 라코스카씨를 만났고, 실제 인터뷰까지도 마쳤지만, 나중에 기사화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뜻을 전해왔기 때문에 기사를 쓸 수는 없게 되어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네펠리 고문과 김형식 유엔장애인권리위원과의 기념사진 촬영 장면. ⓒ이광원

한국 참관단과 국제장애인연맹(IDA, 검은색 안경 착용) 회장의 기념 촬영 모습. ⓒ이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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