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애난데일에 위치한 K마트. ⓒ샘

“상습범입니다!”

버클리 대학 시절 나의 심부름을 맡아 하던 새크러터리 할리의 말이다. 그녀의 남편은 하버드 법대 출신의 장애인변호사다. 그는 사회에서 장애인이 법적인 불이익을 당할 때 대신 싸워준다. 학력과 노련미, 그를 바탕으로 그는 장애인들이 겪는 법적인 어려움을 해결해 주곤했다.

특히 공익 소송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했다. 상가나 호텔 등지에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비교해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면 그는 뛰어난 실력으로 승소를 하곤했다.

“한 휠체어를 사용하는 고소인이 있어요. 이번에 호텔을 상대로 소송을 의뢰해 왔어요. 이기면 10만 달러 정도를 받을 수 있대요. 그러나 남편이 거절했습니다. 공익 소송은 말 그대로 공익이어야 하는 데 그는 공익 보다는 돈 때문에 하는 소송이거든요. 그는 큰 돈이 되는 호텔만 돌아다니며 잘못된 곳 찾아 내기에 혈안이 되어있지요. 그러다 눈에 띄면 고소를 해요. 지금 몇 번째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남편이 의뢰를 거절했습니다.”

그의 말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캘리포니아에서는 장애 관련 공익 소송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소송의 내용도 가지가지다. 화장실의 화장지 걸이가 높다거나, 장애인 표시가 되어있어야 할 곳에 표시가 없다거나, 업소내에 장애 시설 미비 등의 이유로 업소를 고소를 해 적게는 몇 천 달러(몇 백만원)에서부터 10만(1익)달러 정도를 받아내곤 한다.

소송에 걸리는 업체 중에 상당수가 한인 업체들이다. 아무래도 미국인들 보다는 장애에 관한 미국의 문화나 제도에 대해 미숙한 한인 이민자들의 약점을 노려 한인 업체를 고소하곤 하는 데 항소를 해도 많은 수의 업체들이 패소를 하게 된다.

코헨은 다수의 공익 소송을 해 이름이 알려져 있다. 특히 한인 업주들에게 합의금을 요구해 악명이 높다.

건물에 관련된 것이면 업소 뿐만이 아니라 건물주까지 함께 고소를 해 양편에서 벌금을 받아내기도 한다.

많은 장애인 소송인들은 한인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만한 경제력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합의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한인 관련 공익 소송은 한인들로 하여금 장애인에 관한 인식을 나쁘게 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무차별적 소송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공익을 가장해 개인의 욕심을 채우는 점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미국에서 휠체어 장애인으로 살다보면 공익 소송에 대한 또 다른 의식을 갖게 된다는 점도 사실이다.

휠체어를 몰고 업소를 돌아다니다 보면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안들 수가 없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휠체어가 돌아다닐 공간이 충분히 넓지 않게 물건들이 진열되어있다는 점이다.

일예로 북버지니아의 애난데일 중심부에 위치한 대형 체인점 K마트의 경우를 보면 의류매장 진열이 충분한 공간 확보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되어있어서 도저히 휠체어로 뚫고 다닐 수가 없다.

비장애인들은 충분히 돌아다닐 수가 있으나 장애인들은 제대로 접근할 수가 없어 물건 선택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대형 마트에 어울리지 않는 불편이다.

기자가 꼭 하고 싶은 업소 관련 공익 소송이 있었다. 알렉산드리아에 위치한 음식점 맥도널드였다. 점심 때 식당에 들려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화장실로 가는 복도에 빵 궤짝을 잔뜩 쌓아 놓아 휠체어로 접근할 수가 없어 종업원을 불러 치운 후에 가야 했다.

몇 차례 시정을 요구했으나 들어 주지를 않았다. 그런 경우 공익 소송을 걸어 정신을 들게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공익 소송으로 잘못된 점을 시정하고픈 경우가 많았다. 마음 내키는 대로 했으면 나도 코헨과 같아졌을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잘못된 점을 꼭 법의 힘을 빌리기 보다는 구두나 서면으로 시정을 요구하고 업주는 성의껏 시정해 나가는 모습일 것이다.

시정 요구없이 곧바로 소송에 들어가거나 시정을 요구해도 묵살해 버리는 바람직하지 못한 업주의 자세 등 모두 문제가 있다.

캘리포니아는 햇살이 밝다. 장애인의 천국, 그 밝은 햇살에 가끔씩 끼는 짙은 그늘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K마트의 잡화 코너: 진열이 너무 가까이 되어있어 휠체어로 지나 다닐 수가 없다. ⓒ샘

어린이 용품 코너: 역시 사이가 비좁아 접근이 불가능하다. ⓒ샘

의류 매장: 옷 진열장 사이가 좁아 역시 통행이 어렵다. ⓒ샘

* 샘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전 미상원 장애인국 인턴을 지냈다. 현재 TEC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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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지체장애인으로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사회학과를 졸업, 미국 탐 하킨 상원의원 장애국 인턴을 역임했다. 또한 서울장애인체육회 워싱턴 통신원, 서울복지재단 워싱턴 통신원,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다. 출간한 수필집 ‘사랑, 그 빛나는 조각들’은 1992년 올해의 우수도서로 선정됐으며, 2009년에는 워싱턴 문학 수필부문 가작에 당선됐다. 각종 미국 장애인 소식을 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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