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회 인권위)가 23일 2009년 7월 1일부터 2010년 6월 30일까지 인권위에 접수된 20,562건의 상담사례를 정리 분석한 '인권상담사례집'을 공개했다. 인권상담사례집에 실린 '장애인차별'과 관련된 상담과 인권위 답변에 대해 몇몇 사례를 정리해본다. 내용은 인권상담사례집 원문 그대로 싣는다.

폭행=경찰이 얼굴에 마대를 씌우고 무차별 폭행을 가했습니다

상담: 팔을 잘 쓰지 못하는 장애인입니다. 며칠 전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과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는데 누군가 신고하는 바람에 인근 OO지구대 경찰 2명이 출동했습니다. 경찰은 수갑을 채우고 조사실 복도 앞에 내내 세워두었습니다.

제가 “수갑 찬 손이 아프니 풀어 달라”고 요구했는데, 갑자기 사복 경찰이 나와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더니, 발길질을 해대고 주먹으로 얼굴을 쳤습니다. 그리고 얼굴을 마대로 덮고 차에 밀어 넣었습니다.

차 안에서도 폭행이 계속됐고, 경찰이 제 허리를 세게 차는 바람에 똥을 싸고 말았습니다. 경찰에게 변이 터졌다고 얘기하자, 경찰은 “XX놈아 입 닥쳐, 너 오늘 죽었다.”라고 하더군요. 경찰은 쓰레기장 부근에 저를 던져둔 채 제 휴대전화를 망가뜨리고 떠났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택시를 잡아 B경찰서로 갔습니다. 경찰은 관할이 아니라면서 A경찰서로 데려갔습니다. A경찰서에서는 “조사할 게 없으니 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B경찰서로 왔습니다. 경찰은 합의를 회유했지만 거절했습니다. 현재 재활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경찰관 이름은 모르지만, 얼굴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인권위 답변: 신체의 자유 및 생명권 침해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경찰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호 및 공공의 질서유지라는 직무수행을 위해 필요 최소한의 직권을 갖습니다. 그러나 경찰이 본연의 직무를 망각하고 권한을 남용하여, 피조사자에게 변명의 기회도 주지 않고, 폭행, 마대 씌우기, 과도한 수갑 사용, 유기를 했다면, 헌법상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 생명권 침해 여부에 대해 인권위가 판단할 수 있습니다.

통신정보접근권상담=청각장애인 통신중계서비스 이용을 거부합니다

상담: 청각장애인입니다. 신용카드를 이용하다가 연체로 거래 정지됐습니다. 돈을 입금한 후 통신 중계인서비스센터를 통해 카드사에 정지 해제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카드사는 본인이 직접 해제를 신청해야 한다고 했고, 본인이 통화할 수 없으면 방문해야 한다고 합니다. 본인은 청각장애인이라 통신중계서비스센터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도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비장애인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인권위 답변 : 장차법 위반 및 차별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신용카드회사가 장애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기준을 적용해 결과적으로 불이익을 주었다면, 위원회에 진정하여 장차법 위반 및 차별 여부를 판단 받아볼 수 있습니다.

고용차별=손가락을 못 쓰는데도 현장에 배치했습니다

상담: 철도공무원인데 근무 중 사고를 당해 오른쪽 손가락 전부를 잃었습니다. 그후 집표와 철도건널목 지도 및 내근 등을 해왔습니다. 한 달 전 역장이 바뀌었는데 다른 역으로 발령을 냈습니다. 그곳은 운전 취급 및 현장 업무를 담당하는 역입니다. 따라서 장애인은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장애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전보발령을 낸 것은 사실상 해고나 다름없습니다.

*인권위 답변: 장애인 의사에 반해 다른 직무에 배치하면 안 됩니다. 장애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인사 배치한 것이 사용자의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위반한 것인지 판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장차법 제11조 제1항에서는 사용자는 장애인이 해당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근로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하며, 동법 제2항에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직무에 배치해서는 안 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괴롭힘=장기 기증을 강요합니다

상담: 지적장애 2급입니다. 올 봄 ○○보살 할머니에게 점을 보러 갔습니다. 할머니가 잘해줘서 친해졌고, 할머니 집에서 같이 살게 됐습니다. 할머니는 ○○봉사회 회장 최○○과 친합니다. 최○○는 콩팥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할머니는 내담자에게 콩팥 검사를 강요했고, 서울○○병원에서 검사했는데 이식적합판정이 나왔습니다. 할머니는 최○○에게 콩팥을 기증하라고 강요하고있습니다.

결국 할머니 집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할머니가 수소문하여 집에 찾아왔습니다. 저를 납치하려고 해서 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콩팥을 기증하기 싫습니다. 콩팥기증 강요를 막아주기 바랍니다.

*인권위 답변: 본인의 완전한 의사결정에 따라 진행돼야 합니다.

신체 및 장기 이식에 대한 결정은 본인의 완전한 의사결정에 의해 이루어져

야 합니다. 장애인에게 임의로 신체장기 일부의 기증을 강요하는 부당함과

관련 장차법 위반 여부에 대한 우리 위원회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장애인 선거참정권=점자 선거공보 면수를 일반 공보와 똑같이 하는 건 차별입니다

상담: 1급 시각장애인입니다. 중앙선관위는 점자 형 선거공보를 일반 선거공보와 동일한 면수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점자는 확대나 축소가 어려워 일반문자보다 많은 면을 차지합니다. 결국 동일한 면수로 제한하면 일부를 발췌하여 게재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일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게 되므로 차별입니다. 이전 선거까지는 점자 형 선거공보의 면수 제한이없다가 올해부터 면수를 제한했습니다.

*인권위 답변: 동일한 내용을 게재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조사할 수 있습니다. 선관위의 점자 형 선거공보 면수 제한으로 인해 일반 선거공보와 동일한 내용을 게재할 수 없다면 위원회에 진정하여 판단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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