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420공투단)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활동보조서비스 지침 개악으로 인해 장애인들이 생존권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을 제기한 장애인 당사자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지침에 뿔난 장애인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으로 진정을 제기하고 나섰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420공투단)은 19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의 활동보조서비스 지침 개악으로 인해 장애인들이 생존권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날 제출된 진정서는 총 8건인데, 활동보조서비스 신청 거부, 장애등급심사 후 등급하락, 장애등급심사 비용 부담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중증장애인도 등급 재심사하면 2급으로

진정서에 따르면 장애인 C(43·뇌병변 1급) 씨는 활동보조서비스를 신청하고자 장애재심사를 받았으나, 2급으로 등급이 하락돼 활동보조서비스 신청 자격을 상실했다.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문상민 사무국장은 "C씨는 손을 아예 사용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보행이 가능하단 이유로 등급이 하락됐다"고 전했다.

문 국장은 "한글을 몰라 혼자 전철 등을 통해 이동할 수 없었던 C씨는 활동보조서비스가 있다는 소식을 듣곤 누구에게 부탁하지 않고 당당하게 이동할 수 있다고 좋아했다"며 "진짜 활동보조서비스가 필요한 C씨와 같은 사람의 작은 소망까지 짓밟으며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장애인생활시설에 거주하는 S(29·뇌병변1급)씨는 탈시설을 꿈꾸며 지난 1월 활동보조서비스를 신청했는데, 장애등급심사 결과가 4월 19일자로 나와 현재까지 시설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S씨는 "작년 11월에는 예산이 없어서 신청할 수 없었고, 이번엔 장애등급심사 때문에 시간이 흘렀다. 이젠 동사무소에 신청한 게 언제 나올지 걱정"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S씨는 "척추측만증 때문에 혼자 움직일 수도 없고, 휠체어도 혼자 오르지 못한다. 도움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빨리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아 자립하고 싶을 뿐"이라고 심정을 전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는 "장애재심사를 하는 진짜 이유는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가짜장애인을 잡는다고 말하는 복지부가 진짜 가짜"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장애인은 고깃덩어리가 아니다. 장애 등급을 매겨 활동보조서비스 같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우리나라 복지부 뿐"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출입 막은 인권위 공개 사과하기로

한편 이날 1층에다 간이 진정 접수대를 마련한 채 엘리베이터 전원을 끄고 진정서를 제출하려던 장애인들의 출입을 막았던 인권위가 420공투단측의 거센 항의 끝에 면담을 가졌다.

인권위 김옥신 사무총장은 "장애인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1층에서 접수하라고 접수대를 설치했다"고 말했으나, 장애인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우리가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장애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점거농성을 할 것이라 판단해 취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420공투단은 "휠체어 장애인이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이동할 수 없다는 약점을 이용하는 인권위가 어떻게 우리의 인권을 말할 수 있느냐. 장애인의 최후의 보루인 인권위가 우릴 차별하면 우린 어디로 가야하냐"며 인권위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김 총장은 "기자 앞에서 사과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며 공식 사과를 거부하다가 장애인들의 계속된 요구에 4월 말까지 공문으로 된 사과문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측에 보낼 것을 약속했으며 장애인 언론사에 배너광고 등을 통한 구체적 사과방법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후 일단락 됐다.

19일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420공투단)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활동보조서비스 지침 개악으로 인해 장애인들이 생존권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에이블뉴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평소대로 7층 인권상담센터에서 진정 접수를 하지 않고, 1층 로비에 별도의 책상을 마련하고 엘리베이터 전원을 내려 진정 접수를 하러온 장애인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에이블뉴스

인권위 김옥신 사무총장이 420공투단측과 면담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인권위 상담통에 불만 의견만 가득.'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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