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인권위에서 진행된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낭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국가인권위원회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회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20일 오후 3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10층 회의실에서 현병철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의 취임식이 강행됐다.

이날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장애인 활동가들은 현 위원장의 취임을 저지하기 위해 오전 9시께부터 인권위 진입을 시도했지만 미리 건물에 배치된 경찰과 대치하며 격한 몸싸움을 벌여야했다.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장애인 활동가들은 경찰과 인권위측이 경사로와 건물 출입구를 봉쇄하고, 승강기 전원을 차단하자 “장애인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맞섰다.

이러한 혼란이 벌어지기 전에 인권위 건물에 진입해 있었던 몇몇 장애인과 활동가들은 취임식 현장에 들어와 피켓시위를 벌이며 현병철 위원장에게 “자진사퇴하라”고 외쳤다. 하지만 현병철 위원장은 인권단체측의 항의에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미리 준비한 취임사 낭독을 끝까지 마쳤고, 인권단체측으로부터 공개질의서를 전달받은 후 퇴장했다.

혼란 속에 강행된 이날 취임식에서 현병철 위원장은 “전임위원장 사퇴로 상심이 컸을 직원들에게 위로 말씀 드린다. 지금 이 자리는 어느 때보다 명예로운 순간이지만 그보다 더 막강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취임사 낭독을 시작했다.

곧이어 인권단체 활동가 및 장애인들이 “날치기 임명을 인정할 수 없다. 장애인들은 경찰이 길을 막아 아직 이곳에 오지 못했다. 장애인 인권 침해 문제에 답해야 한다”고 외치기 시작했고, 현병철 위원장이 동요하지 않고 취임사 낭독을 이어가자 “저희 말이 들리지 않습니까, 자진 사퇴하십시오. 당장 사퇴하라”고 더욱 크게 외쳤다.

장내가 소란스러워지자 현병철 위원장은 목소리를 높여 취임사 낭독을 계속했다. 현병철 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공동선을 추구해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설 수밖에 없는 것이 인권위 역할”이라며 “장애인·여성·노인·아동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개선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인권이라는 인류보편가치를 지키기 위해 독립성이라는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현병철 위원장은 취임사 낭독을 마친 후 자진 사퇴를 거듭 요구하는 활동가들을 묵묵히 바라보다가 인권단체측이 전달한 공개질의서를 받은 후 입장을 표명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퇴장했다.

취임식이 끝난 후 국가인권위원회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소속 인권활동가들은 인권위 앞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회견을 열고 현병철 인권위원장 취임 강행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명숙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이렇게 경사로를 막아 장애인들이 인권위원장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현재 인권의 현실이다.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취임 첫날부터 장애인을 차별하는 일을 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현병철 위원장은 우리가 장애인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항의를 하는 것을 들으면서도 들은 척 하지 않고 묵묵히 취임사만 읽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MB의 꼭두각시, 앵무새 역할만 할까봐 두렵다. 인권위원장이 앞으로 어떻게 인권침해를 저지르는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경찰과 인권위원과 사무총장에게 공개질의서를 통해 “인권에 대한 생각과 관점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날치기로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임명되는데, 이에 대한 인권활동가들의 항의를 봉쇄해버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가? 인권활동가들의 입을 틀어막은 채 국가인권위가 위원장 취임식을 강행하는 것이 인권의 이름으로 정당한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취임식 전 경찰이 장애인들의 국가인권위원회 진입을 가로막자 인권단체와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이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에이블뉴스

취임식 전 경찰이 장애인들의 국가인권위원회 진입을 가로막자 인권단체와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이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에이블뉴스

취임식 전 경찰이 장애인들의 국가인권위원회 진입을 가로막자 인권단체와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이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에이블뉴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취임사 낭독 중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에이블뉴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취임식에서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항위시위를 벌이는 인권단체 활동가들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 ⓒ에이블뉴스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이 국가인권위원장 취임식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진입을 막는 차별행위를 비판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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